천주교

솔뫼성지 — 4대 순교자가 살던 소나무 언덕,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한국의 베들레헴' 이야기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충남 당진 우강면의 넓은 내포 평야 한가운데, 유독 소나무가 빽빽하게 모여 선 언덕이 하나 있습니다. '소나무가 뫼(산)를 이루었다'는 뜻의 순우리말 이름 그대로 '솔뫼'라 불리는 곳,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태어난 솔뫼성지입니다. 천주교 안에서는 이곳을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도 부르지요. 마침 오늘 10월 18일은 제100차 전교 주일이기도 해서, 신앙이 이 땅에 뿌리내린 자리를 한번 찾아가 보기 좋은 날입니다. 오늘은 솔뫼성지 공식 안내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가유산청 자료, 그리고 당시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솔뫼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 보겠습니다.

■ '솔뫼'라는 이름과 1821년 8월 21일

솔뫼성지 안내에 따르면 김대건 신부는 1821년 8월 21일, 당시 면천 고을 솔뫼(지금의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국가유산청 설명에는 1836년 김대건이 작성한 신학교 입학 서약서에 출생지가 '충청도 면천 솔뫼'로 적혀 있다고 나옵니다. 본인이 직접 남긴 기록이 고향을 증언해 주는 셈이에요.

하지만 소년 김대건이 이곳에서 산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이미 집안에서 순교자가 나온 '천주학 집안'이라 살림은 기울었고, 언제 또 박해가 닥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솔뫼성지 측은 할아버지 김택현이 대건이 일곱 살 되던 해 가족을 데리고 경기도 용인의 산골 '골배마실'로 옮겨 갔다고 전합니다. 그 골배마실에서 소년은 파리외방전교회 모방 신부의 눈에 띄어 신학생으로 뽑히게 됩니다.

■ 4대에 걸친 순교, '신앙의 못자리'

솔뫼가 특별한 이유는 김대건 신부 한 사람 때문만이 아닙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곳을 증조부 김진후 비오(1743~1804), 작은할아버지 김종한 안드레아(1764~1824), 아버지 김제준 이냐시오(1795~1839), 그리고 김대건 신부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곳으로 소개합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김진후는 '내포의 사도'로 불린 이존창에게서 복음을 전해 들은 뒤 벼슬을 버리고 신앙생활에 전념했고, 신해박해와 신유박해를 거치며 해미에서 옥살이를 하다 1814년 옥사했습니다. 작은할아버지 김종한은 1816년 대구 감영에서, 아버지 김제준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서울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습니다. 솔뫼성지는 여기에 1840년 포청에서 순교한 당고모 성녀 김 데레사의 이름도 함께 기억합니다. 이렇게 세대를 이어 순교자가 나왔기에 솔뫼는 '신앙의 못자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 마카오 유학에서 새남터까지, 짧고 뜨거웠던 삶

솔뫼성지 안내를 따라가 보면, 열다섯 살의 김대건은 1836년 최양업(토마스), 최방제(프란치스코)와 함께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해 김가항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았고, 그해 조선으로 돌아와 사목과 선교사 입국로 개척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1846년 6월 5일 황해도 순위도 앞바다에서 체포되었고, 같은 해 9월 16일 서울 한강변 새남터에서 순교했습니다. 사제로 산 시간은 1년 1개월 남짓이었지요. 백과사전은 세계지리에 밝고 박학다식한 그를 아끼는 대신도 있었지만, 서양 세력에 무너지는 중국을 지켜본 조정의 쇄국 정책 아래 결국 참수형이 내려졌다고 설명합니다. 김대건 신부는 1925년 7월 5일 복자로, 1984년 5월 6일 성인으로 선포되었고, 지금은 한국 천주교 성직자들의 수호성인으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솔뫼성지는 그를 서해 항로를 직접 오간 개척자이자, 1845년 조선전도를 그린 인물로도 소개합니다.

■ 생가터 고증에서 국가 사적 지정까지

성지가 처음부터 지금 모습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솔뫼성지 연혁에 따르면 1906년 순교 60주년을 맞아 합덕 성당의 신부가 생가터를 고증했고, 1946년 순교 100주년에 탄생지 주변 땅을 사들여 '복자 김대건 안드레아 비'를 세웠습니다. 성지 측은 이날 노기남 대주교와 신부 13명, 신자 6천여 명이 모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매입 면적은 성지 연혁에 4,866평, 백과사전에 4,600평으로 조금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이후 대전교구가 1976년 성역화추진위원회를 꾸렸고, 1977년 김대건 신부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국가유산청 자료 기준으로 2004년 생가가 복원되었고, 2006년 3월 30일 김대건 신부 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2011년 5월에는 800명이 함께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 겸 야외성당 '솔뫼 아레나'가 축성되었지요. 그리고 2014년 9월 26일, 이곳은 '당진 솔뫼마을 김대건신부 유적'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은 날, 그리고 200주년 희년

솔뫼가 전 세계에 알려진 계기는 2014년 8월 15일입니다. 당시 코리아넷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청년대회 기간에 솔뫼성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흰색 오픈카를 타고 5만 인파의 환호 속에 생가로 향했습니다. 생가 마루에 꽃을 놓고 김대건 신부 초상화 앞에서 3분가량 조용히 기도한 뒤, 방명록에 서명하고 한 어린이를 번쩍 안아 올려 볼을 비볐다고 합니다. 교황이 생가 앞에 머문 시간은 17분 정도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해 뒤인 2019년 11월, 김대건 신부는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에 올랐습니다. 탄생 200주년이던 2021년은 교회가 희년으로 지냈고, 솔뫼성지에서는 8월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감사미사와 국제학술심포지엄, 음악회와 뮤지컬 같은 기념행사가 이어졌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천주교 복합예술공간 '기억과 희망 성당'도 준공되었습니다.

■ 지금의 솔뫼, 순례길에서 만나는 것들

2024년 9월 7일에는 대전교구 주관으로 솔뫼성지 역사관 개관 축복식이 열렸습니다. 연합뉴스와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때 새로 단장한 공간에 대전교구 역사관과 '김대건 신부 집안 기념관'이 들어섰습니다. 집안 기념관은 4대에 걸친 순교자들의 이름을 조형물과 가계도로 풀어 놓아, 김대건 신부만이 아니라 그 곁의 가족들까지 함께 기억하게 합니다. 기념관에는 김 신부가 스승 신부들과 교우들에게 보낸 서한, 비망록, 조선전도 같은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솔뫼성지 측은 성지 안에 1만 5천여 평의 소나무 군락지와 복원된 생가, 기념관, 성당, 솔뫼 아레나, 순례자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고 안내합니다. 꼭 신자가 아니더라도 소나무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일곱 살에 고향을 떠나 스물다섯에 생을 마친 한 청년의 삶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입니다. 미사 시간이나 관람 안내는 방문 전에 솔뫼성지 홈페이지에서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단풍이 내려앉는 가을, 당진 나들이 길에 소나무 언덕에 잠시 들러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출처: 솔뫼성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http://solmoe.or.kr/bbs/content.php?co_id=perse3 , 솔뫼성지 「성지연혁」 http://solmoe.or.kr/bbs/board.php?bo_table=history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당진 솔뫼마을 김대건 신부 유적」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6201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솔뫼」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0597 ,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당진 솔뫼마을 김대건신부 유적」 https://digital.khs.go.kr/heri/heri.do?orderCd=B&page=60 , 코리아넷뉴스 「교황,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 솔뫼성지 방문」(2014.8.16) https://www.kocis.go.kr/koreanet/view.do?seq=2873 , 김대건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 「행사개요」 http://www.kimdaegeon.com/design/node/?menu=n010100 , 연합뉴스 「당진 '솔뫼성지' 야외공연장 준공」(2011.3.30) https://www.yna.co.kr/view/AKR20110330081200063 , 연합뉴스 「'김대건 신부 탄생지' 당진 솔뫼성지에 역사관 개관」(2024.9.9) https://www.yna.co.kr/view/AKR20240909071100063 , 동아일보 「김대건 신부 집안의 순교자들 한번에 만난다」(2024.10.10)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41010/1301857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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