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과 그 은총을 기념하는 천주교 대축일입니다. 보편 교회는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에 지내지만, 한국 천주교회는 사목적 배려로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주일로 옮겨 지내며, 2026년에는 6월 7일 주일이었습니다. 이 축일은 벨기에 리에주의 복녀 율리아나 수녀(1192~1258)의 성체 신심에서 시작되어 1264년 교황 우르바노 4세의 교서 '트란지투루스'로 전 교회 축일로 제정되었고, 1970년부터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체 성혈 대축일의 뜻과 날짜 규칙, 율리아나 수녀의 환시에서 교황 교서까지 이어지는 제정 과정, 볼세나의 성체 기적 이야기, 미사 독서와 전례, 성체 거동과 성체 강복, 그리고 신자가 이날을 어떻게 지내면 좋은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 뜻 — 성체성사를 기쁨으로 기념하는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일미사는 이 대축일을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소개합니다. 교회는 이날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과,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현존을 기념하고 묵상합니다.
그렇다면 성목요일이 이미 있는데 왜 따로 축일을 두었을까요. 가톨릭대사전(굿뉴스 가톨릭정보 수록)은 성체성사가 성목요일 최후의 만찬에서 제정되었지만, 그날은 성주간 안에 있고 다른 예식이 많아서, 수난의 슬픔을 떠나 기쁨으로 성체를 축하할 다른 날이 필요했던 것으로 설명합니다. 가톨릭 백과사전(Catholic Encyclopedia)도 성목요일에는 신자들의 마음이 주님의 수난에 쏠려 있고 여러 예식이 겹쳐 핵심 사건이 가려지기 쉬웠다는 점을 우르바노 4세 교서가 밝힌 주된 이유로 소개합니다.
가톨릭신문은 이 대축일을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하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라고 풀이합니다. 교회는 성체성사를 신앙생활의 원천이자 정점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 축일은 일 년 전례 가운데서도 특별히 성체 안에 계신 주님께 감사와 흠숭을 드리는 날입니다.
날짜 규칙과 이름의 변천 — 왜 한국은 주일에 지내나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이 대축일은 본래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에 지내며, 한국에서는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냅니다. 매일미사 해설도 보편 교회는 목요일에 의무 축일로 지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목적 배려로 주일로 옮겨 지낸다고 밝힙니다. 평일에 성당에 오기 어려운 신자들도 함께 기념할 수 있게 한 조치입니다. 부활 대축일 날짜에 따라 해마다 달라지는 이동 축일이어서, 2026년에는 부활 대축일 4월 5일, 성령 강림 대축일 5월 24일, 삼위일체 대축일 5월 31일에 이어 6월 7일에 지냈습니다.
이름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13세기에 시작될 때는 '성체 축일(Corpus Christi)'이라 불렸고, '성체성사 축일', '하느님 축일', '지극히 고귀한 성사 축일' 같은 이름도 쓰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성체 축일과 7월 1일 성혈 축일이 따로 있었으나, 1970년 미사 경본부터 두 축일이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로 합쳐졌습니다. 오늘 매일미사에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라는 정식 명칭을 씁니다.
제정 과정 — 율리아나 수녀의 환시에서 우르바노 4세 교서까지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축일 제정의 중요한 계기로 리에주 몽 코르니용의 아우구스티노회 수녀 복녀 율리아나의 신심을 꼽습니다. 율리아나 수녀는 1208년부터 한쪽 면만 어둡고 전체가 찬란하게 빛나는 달의 모습을 여러 번 환시로 보았고, 1210년경 그 뜻을 깨달았습니다. 달은 교회를, 어두운 한쪽은 교회에 성체성사를 공경하는 축일이 없음을 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계시는 리에주의 대부제 자크 판탈레옹 등 신학자들의 검토를 거쳐 받아들여졌고, 1246년 리에주 교구장 로베르 주교가 교구 안에서 성체 축일을 지내도록 선언했습니다. 그 뒤 판탈레옹은 1261년 교황 우르바노 4세로 선출되었고, 1264년 교서 '트란지투루스 데 혹 문도(Transiturus de hoc mundo)'를 반포해 성령 강림 대축일 팔부 다음 목요일에 전 교회가 이 '새 대축일'을 지내도록 했습니다. 교황이 서방 교회 전체에 한 축일을 지키도록 지시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르바노 4세가 교서 반포 두 달 남짓 뒤 선종하면서 교서는 한동안 실천되지 못했습니다. 약 50년 뒤 교황 클레멘스 5세가 비엔 공의회(1311~1312)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고, 후임 요한 22세가 1317년 이를 교령집으로 펴내면서 성체 축일이 전 교회에 받아들여졌습니다. 14세기에는 서방 여러 나라에서 대중적인 축일로 퍼졌습니다.
볼세나의 성체 기적과 오르비에토 대성당
이 축일과 함께 자주 소개되는 이야기가 볼세나의 성체 기적입니다. 가톨릭신문 보도에 따르면 1263년 프라하의 베드로 신부는 제병과 포도주가 정말 그리스도의 몸과 피인지 의심하던 중 로마 순례를 다녀오다가, 볼세나의 산타 크리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다시 의심에 빠졌습니다. 그때 성체에서 피가 흘러 성체포를 적셨다고 전해집니다.
베드로 신부는 미사를 멈추고 가까운 오르비에토에 머물던 우르바노 4세 교황을 찾아갔고, 교황은 피 묻은 성체포를 오르비에토로 모셔 오게 했습니다. 이 기적을 기리기 위해 1290년부터 약 300년에 걸쳐 오르비에토 대성당이 지어졌으며, 지금도 그곳에서 성체포를 볼 수 있다고 가톨릭신문은 전합니다. 다만 한국가톨릭대사전이 설명하듯 축일 제정의 직접적인 뿌리는 율리아나 수녀의 신심과 리에주 교구의 전통이며, 볼세나 이야기는 축일 제정과 연결되어 전해 오는 전통적 일화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미사 독서와 성체 거동, 토마스 아퀴나스의 기도문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이날 미사 제1독서는 해마다 달라서 가해에는 광야에서 만나를 먹은 이야기, 나해에는 시나이 산 아래에서 맺은 계약의 제사, 다해에는 멜키세덱의 제사를 읽습니다. 복음은 가해에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 나해에 최후의 만찬, 다해에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봉독합니다. 모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먹이시고 계약으로 묶으신다는 주제로 이어집니다.
성체 축일의 시간 전례 기도문은 전통적으로 교황의 요청을 받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톨릭대사전은 이날 성무일도의 대부분이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하고, 한국가톨릭대사전은 학자들 사이에 그 저자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덧붙입니다. 저녁 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은 "그의 수난을 기념하고, 은총으로 충만되며, 후세 영광의 보증을 받는도다"라는 말로 성체성사의 신비를 과거, 현재, 미래로 요약합니다.
이날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체를 모시고 행렬하는 성체 거동(성체 행렬)과 성체 강복 예식이 거행됩니다. 14세기부터 성체 거동이 이날의 대표 예식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의 여러 본당과 교구에서도 성체 거동이나 성체 현시, 성체 강복을 함께 바치곤 합니다.
신자가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내는 방법
먼저 주일 미사에 정성껏 참례하고 합당한 마음으로 영성체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영성체 전 한 시간 공복재를 지키고, 대죄가 있다면 고해성사를 먼저 받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성당에서 성체 거동이나 성체 강복이 있다면 함께 참여해 성체 안에 계신 주님께 흠숭을 드릴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성체조배로 이날의 의미를 이어 갈 수 있습니다. 감실 앞에서 잠시 머물며 감사와 청원을 드리는 것만으로도 성체 신심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길이 됩니다. 가톨릭신문이 강조하듯 이 대축일은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겠다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성체가 '나누어지는 빵'이라는 점을 기억하며 가족과 이웃을 돌보는 작은 실천을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출처: 한국가톨릭대사전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 항목, 굿뉴스 가톨릭정보 가톨릭대사전 '성체성혈대축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일미사(2024.6.2), 가톨릭신문 2015.6.3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미를 새긴다', Catholic Encyclopedia 'Feast of Corpus Chr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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