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煉禱)는 한국 천주교에서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바치는 위령기도를 신자들이 부르는 이름입니다. 말 자체는 '연옥도문(煉獄禱文)'에서 왔고, 도문은 오늘날의 호칭 기도를 뜻하므로 글자 그대로는 '연옥에 있는 이를 위하여 바치는 호칭 기도'입니다. 넓은 의미로는 장례 예식서에 실린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모든 기도를 통틀어 연도라고 부릅니다. 연도는 시편과 성인 호칭 기도, 찬미 기도, 주님의 기도 등을 우리 전통 가락에 얹어 두 편이 주고받으며 노래하듯 바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장례식장 빈소에서 문상객과 교우들이 함께 바치는 기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 연도 뜻 — 연옥도문에서 나온 이름
가톨릭신문에 연재된 '한국의 위령기도'(박명진 시몬,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강사)는 위령기도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연도라고 불렸고, 이 말이 연옥도문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합니다. 도문이 지금의 호칭 기도이므로 좁은 뜻은 연옥 영혼을 위한 호칭 기도이지만, 넓게 보면 오늘날의 장례 예식서 「상장 예식」과 그 이전 100년 넘게 쓰인 「천주성교예규」에 실린 모든 기도를 아우르는 말, 곧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라는 것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상례 항목도 한국 천주교 상례에서 가장 큰 특징으로 연도라는 노래 형식의 기도를 꼽고, 연도를 '연옥에 있는 이를 위하여 하는 기도'로 풀이합니다. 그래서 신자들 사이에서는 "연도 바치러 간다", "연도 왔다"처럼 위령기도와 문상을 함께 가리키는 말로 자연스럽게 쓰입니다. 위령기도가 공식 용어라면, 연도는 오랜 세월 신자들의 입에 붙은 생활 속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연도는 언제 바치나 — 임종부터 면례까지
연도는 장례의 어느 한 순간에만 바치는 기도가 아닙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에 실린 논문 「한국 천주교 장례예식서를 통해 본 장례문화와 연도의 노래문화」는 연도를 천주교 장례 예식의 임종과 운명, 위령기도, 염습과 입관, 출관, 운구와 하관, 화장, 우제, 면례 때 바친다고 정리합니다. 특히 문상을 가서 빈소에서 밤을 새우며 바치는 기도로 신자들에게 가장 익숙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상례 항목은 천주교 장례가 『천주성교예규』와 『상장예식』을 기본으로 하며, 운명, 수시로 진행되는 연도, 위령 미사, 입관 예절, 장례 미사, 하관 예식, 삼우제 추도 미사의 순서로 구성된다고 소개합니다. 즉 장례 미사와 고별식이 중심에 있고, 그 앞뒤로 빈소와 장지에서 연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같은 항목은 습과 염의 인정, 명정 사용, 전통적 매장법 수용, 우제의 수용, 절을 하는 문상 방법 등 한국 천주교 상례가 전통문화와 많은 부분 융화되어 있다고도 설명합니다.
3. 연도의 구성 — 시편, 성인 호칭 기도, 찬미 기도, 주님의 기도
연도에 들어가는 기도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정리되어 왔습니다. 위 논문에 따르면 1865년의 최초 장례 예식서 『천주성교예규』 시절에는 성영 50(지금의 시편), 연옥도문, 연령을 돕는 찬미경 등을 바쳤습니다. 오늘날의 연도는 시편과 성인 호칭 기도, 찬미 기도와 탄원 기도, 주님의 기도 등으로 이루어지며, 대부분의 시편과 기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담은 보편 교회의 「장례 예식서」(Ordo Exequiarum)에서 가져왔다고 가톨릭신문 연재는 설명합니다.
성인 호칭 기도는 연도에서 가장 귀에 익은 부분입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실린 「천주교 장례노래 연도 가창의 해석과 이해」 논문은 「상장예식」의 성인 호칭 기도에서 세상을 떠난 이의 세례명을 75번 부르며 간구한다고 분석합니다. 성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도움을 청하고, 그 사이사이 고인의 세례명을 불러 하느님께 맡기는 형식이라, 처음 듣는 사람도 기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4. 연도 부르는 법 — 계·응의 교환창과 전통 가락
연도는 읽는 기도라기보다 부르는 기도에 가깝습니다. 『천주성교예규』는 연도를 소리 내어 읽거나 외우는 염경(念經), 송경(誦經)으로 적었고, 경문을 든 영경자 두 사람이 진중한 목소리로 천천히 선창하면 교우들이 두 패로 나뉘어 계(○)와 응(●)을 주고받고 마지막에 함께 합송(◎)하는 방식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문헌은 연도의 태도로 공경과 겸손, 간절함을 강조하며 마음을 고요히 하고 거동을 진중히 하라고 일렀습니다.
가락은 우리 전통 음악과 깊이 닮았습니다. 가톨릭신문 연재 '위령기도 연도의 전통문화'는 연도가 입으로 전해진 전통 선율에 성경의 시편 가사를 붙인 토착화된 노래이며, 계·응의 주고받기는 일하며 부르던 민요와 상여를 메고 나갈 때 주고받던 소리와 같은 형태라고 설명합니다. 음악 구조는 메나리토리로, 전통 상여소리와 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곽씨 부인 상여 나가는 대목과 공통점을 보이며, 같은 음을 되풀이하는 방식은 한문책을 소리 내어 읽던 독서성(讀書聲)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신자 문상객도 연도를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5. 연도의 역사 — 천주성교공과에서 상장예식까지
연도의 뿌리는 천주교 전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톨릭신문 연재에 따르면 이승훈이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오며 중국 교회 기도서 「천주성교일과」를 들여왔고, 한문을 모르는 신자들을 위해 초기 교회 지도자들이 중요한 부분을 한글로 옮겼습니다. 이후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공식 기도서와 장례 예식서를 우리말로 펴내면서 누구든 위령기도를 바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예식서의 바탕에는 중국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부글리오 신부가 사제 없이 평신도만으로 가정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엮은 한문본 「성교례규」가 있습니다.
연구 논문은 1864년 공식 기도서 『천주성교공과』의 저녁 기도인 만과(晩課)에 연도가 실려 있어 신자들이 매일 연도를 바쳤음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1865년 최초의 장례 예식서 『천주성교예규』는 초상, 입렴, 출관, 행상, 하관 등 단계마다 연도를 어떻게 부르는지 상세히 적었습니다. 해방 뒤 1947년 『성교예규』 제5판, 1964년 가톨릭출판사판 『성교예규』로 다시 나왔고, 1992년판 『성교예규』에는 입으로만 전해지던 연도 가락이 처음으로 악보로 실렸습니다. 2003년 한국 천주교회는 이를 대폭 개정한 「상장예식」을 펴내 연도 악보를 수정·보완하고 화장, 우제, 면례 예식을 새로 담았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때 김득수 선생의 채보로 연도 44곡이 서양 악보로 정리되었습니다.
6. 연도의 의미 — 부활 신앙과 효의 만남
교회는 초기부터 그리스도인의 죽음을 끝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천상 탄일'로 불렀습니다. 연도는 이 부활 신앙 위에서, 떠난 이를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남은 이들이 서로 위로하는 기도입니다. 동시에 「천주성교예규」의 상장규구는 장사를 다 지낸 뒤에도 자식이 효도를 다했다고 여기지 말고 평생 부모를 생각하며 정성으로 기도해 그 영혼을 도우라고 가르쳤습니다. 가톨릭신문 연재는 이를 유교의 효를 중시하던 당시 정서가 반영된 대목으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연도는 한국 천주교가 보편 교회의 장례 정신을 이어받으면서도 우리 상장례 문화와 가락을 품어 온 대표적인 토착화 사례로 꼽힙니다. 오늘날에도 본당마다 연령회가 빈소를 찾아 연도를 바치고, 11월 위령 성월이면 성당과 묘지에서 연도 소리가 이어집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천주교 신자의 빈소를 찾았다면, 함께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듣는 것만으로도 고인과 유족을 향한 충분한 예의가 됩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상례', 가톨릭신문 2018.11.11 '[한국의 위령기도] (2) 한국 위령기도의 개념과 발생'(박명진 시몬), 가톨릭신문 '[한국의 위령기도] (4) 위령기도 연도의 전통문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논문 「한국 천주교 장례예식서를 통해 본 장례문화와 연도의 노래문화」·「천주교 장례노래 연도 가창의 해석과 이해 - 장례예식서 『상장예식』(2003) 연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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