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동안거 — 음력 10월 보름, 스님들이 산문을 닫고 석 달 동안 화두를 드는 겨울 수행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2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전국의 선원(禪院)에서는 조용한 준비가 시작됩니다. 바로 겨울 석 달 동안 산문 밖 출입을 삼가고 참선에만 전념하는 '동안거(冬安居)'예요. 올해 병오년 동안거 결제일인 음력 10월 15일은 양력으로 11월 23일(월)입니다. 오늘은 스님들의 겨울 수행, 안거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드릴게요.

■ '안거'는 원래 '비'라는 뜻이었어요

안거의 산스크리트 원어는 '바르시카(varṣika)'로, 비를 뜻하는 '바르샤(varṣa)'에서 나온 말입니다. 부처님이 계시던 인도의 여름은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였어요. 율장인 『사분율』에는 몇몇 비구들이 우기에 탁발을 다니다 옷과 발우를 잃어버리고, 풀과 작은 벌레를 밟아 비난을 받자 부처님께서 안거를 지키게 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비 오는 철에 돌아다니다 뜻하지 않게 생명을 해치지 않도록, 한곳에 머물며 수행하게 한 것이지요.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수행 제도가 된 셈입니다.

■ 인도에는 없던 겨울 안거

그래서 인도에서는 원래 여름 한 차례, 하안거만 있었습니다. 겨울 안거는 불교가 추운 지역으로 전해지면서 생겨났어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불교 용어 해설에 따르면, 눈과 추위로 바깥 활동이 어려운 겨울에도 한곳에 모여 수행할 필요가 생기면서 동안거가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남방불교는 지금도 여름 한 번만 안거를 하고, 한국을 비롯한 북방불교는 1년에 두 번 안거를 합니다. 하안거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동안거는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정월 대보름(1월 15일)까지예요.

■ 결제와 해제, 그리고 '몇 안거를 났느냐'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 마치는 것을 '해제(解制)'라고 부릅니다. 안거를 '맺고' '푼다'는 뜻이에요. 결제와 해제 때에는 조계종 종정 스님이 법어를 내려 수행자들을 격려합니다. 지난 을사년 동안거 결제 때 성파 종정 스님은 "화두일념 불 속에 들어가라!"는 법어로 용맹정진을 당부했고, 해제 법어에서는 정진을 마친 대중이 "만 중생의 복전"이 되기를 바랐어요. 스님들 사이에서는 몇 번의 안거를 났느냐가 곧 수행 이력이 되고, 출가 뒤 햇수를 세는 법랍(法臘)도 하안거를 지낸 횟수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요.

■ 지난겨울, 1,792명의 스님이 함께 정진했어요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펴낸 「을사년 동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지난겨울 전국 93개 선원(총림 5곳, 비구선원 61곳, 비구니선원 27곳)에서 1,792명의 스님이 동안거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3일, 음력 정월 대보름에 해제를 맞아 산문을 나섰어요. 안거 기간에 한국의 선원에서는 좌선에 전념하고, 해제 날에는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대중공양을 나누는 풍습도 전해 옵니다.

■ 우리도 겨울 석 달, 마음의 안거를

안거는 스님들만의 일 같지만, 그 바탕에는 '잠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본다'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올겨울에는 하루 10분이라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요히 숨을 고르는 나만의 작은 안거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안거', 조선왕조실록사전(sillokwiki) '하안거'·'안거승', 불광미디어 「[불교용어해설] 안거(安居)」, 불교신문 「종정예하 불기 2569년 동안거 결제법어」(2025.12.1)·「을사년 동안거 해제법어」, 통불교신문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을사년 동안거 해제 법어」, 한국천문연구원 2026년 월력요항(음력 10월 1일=양력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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