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들러 공양간에서 밥 한 그릇을 받아 본 분이라면, 화려하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그 맛을 기억하실 거예요. 그것이 바로 '절음식'이라고도 불리는 사찰음식입니다. 2025년 5월에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새로 지정되기도 했지요. 오늘은 사찰음식이 무엇을 먹지 않는지, 어떻게 먹는지, 그리고 왜 나라의 유산이 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 사찰음식이란 — 소박한 재료로 자연의 맛을 살린 밥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사찰음식을 '불교에서 허용하는 승려들의 음식'이라고 풀이합니다. 고기와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는 채식 음식으로, 소박한 재료로 자연의 풍미를 살리고, 끼니 때마다 준비하며, 반찬 가짓수는 적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에요. 불교가 처음 퍼지던 무렵 수행자들은 탁발로 얻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지만, 1세기 전후부터 점차 채식을 하게 되었고,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 우유를 제외한 동물성 식품과 술, 그리고 오신채를 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오신채 — 파·마늘·달래·부추·흥거를 넣지 않는 이유
사찰음식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말이 '오신채(五辛菜)'입니다. 승려에게 먹지 않도록 한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다섯 가지 채소를 말해요.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인데,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익혀 먹으면 음심을 일으켜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찰에서도 음식에 오신채를 넣지 않지요. 마늘과 파가 빠진 대신, 사찰음식은 장과 발효음식, 제철 산나물로 깊은 맛을 냅니다.
■ 발우공양 — 남김없이, 말없이, 감사하며 먹는 식사
절에서는 식사를 '공양'이라고 부릅니다. 음식에 대한 고마움과 공덕을 담은 말이에요. 이것을 의례로 갖춘 것이 발우공양입니다. 발우는 크기가 조금씩 다른 나무그릇 네 개로, 밥·국·물·반찬을 담습니다. 죽비를 세 번 치면 발우를 펴고, 각자 먹을 만큼만 덜어 받은 뒤 게송을 읊고, 다시 죽비 소리에 맞춰 말없이 식사합니다. 받은 음식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마지막에는 물그릇의 물로 발우를 깨끗이 씻어 닦아 둡니다. 한 끼 식사가 그대로 감사와 절제를 익히는 수행이 되는 셈이에요.
■ 2025년, 국가무형유산이 된 사찰음식
국가유산청은 2025년 5월 19일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승려들의 일상 수행식과 발우공양으로 대표되는 전통 식사법을 함께 아우르는 지정이에요. 고려시대 『동국이상국집』 등에는 채식만두와 산갓김치 같은 절음식 기록이 남아 있고, 조선시대 『묵재일기』·『산중일기』에서는 사찰이 두부와 메주 같은 장류의 주요 공급처로 민간과 곡식을 주고받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불살생과 생명 존중, 절제의 철학을 음식으로 구현했다는 점, 발효식품과 지역 식재료로 향토성을 살렸다는 점 등이 가치로 인정받았고, 사찰마다 공동체가 함께 전승해 왔다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를 두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우리 집 밥상에 담아 보는 사찰음식의 마음
꼭 절에 가지 않아도 사찰음식의 마음은 집에서도 실천할 수 있어요. 먹을 만큼만 담고, 남기지 않고, 재료가 내 앞에 오기까지의 수고를 잠시 떠올려 보는 것이지요. 바쁜 하루 중 한 끼만이라도 천천히, 감사하며 먹어 보면 어떨까요? 몸도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질지 모릅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찰음식'(encykorea.aks.ac.kr/Article/E0068118), '오신채'(encykorea.aks.ac.kr/Article/E0079296), '발우공양'(encykorea.aks.ac.kr/Article/E0020478), 국가유산청 보도자료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 지정(2025.05.19,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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