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월 18일은 천주교회가 해마다 10월의 끝에서 두 번째 주일에 지내는 '전교 주일'입니다. 그런데 올해 전교 주일은 조금 특별합니다. 1926년 비오 11세 교황이 이날을 정한 뒤 꼭 100번째를 맞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성당에 다니는 분들은 이날 주보에서 '전교 주일 헌금' 안내를 보셨을 텐데요, 이 헌금이 어디로 가는지, 이 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한국 교회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교황청 전교기구 공식 자료, 가톨릭신문과 바티칸 뉴스의 보도, 레오 14세 교황의 담화문을 바탕으로 제100차 전교 주일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 보겠습니다.
■ 리옹의 스물세 살 여성, '기도와 한 푼'에서 시작되다
전교 주일의 뿌리는 19세기 초 프랑스 리옹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교황청 전교기구 자료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 교회는 대혁명 시기의 혹독한 박해에서 막 벗어나던 참이었고, 나폴레옹 시대(1804~1815)에는 파리외방전교회가 극동에 선교사를 겨우 두 명밖에 보내지 못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그때 리옹의 젊은 여성 폴린 마리 자리코(Pauline Marie Jaricot, 1799~1862)가 나섰습니다. 그녀는 동네 공장에서 일하던 젊은 여성들을 모아, 열 사람이 한 모임을 이루고 각자 다시 열 사람을 모아 매일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일주일에 한 푼씩 봉헌하는 아주 소박한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이 작은 모임이 빠르게 번져 1822년 5월 3일 '전교회(신앙 전파회)'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메시지에서 "200년 전 이곳에서 23살에 불과한 젊은 여성 폴린 자리코가 용기를 내어" 전교회를 세웠다고 회고했습니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첫 헌금은 미국 루이지애나 교구로 보내졌고, 이후 플로리다 키스 제도와 캐나다, 켄터키주 바즈타운으로도 전해졌습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가난하게 세상을 떠난 자리코는 2022년 5월 22일 리옹에서 복자로 선포되었습니다.
■ 1922년 교황청 기구로, 1926년 '전교 주일'의 탄생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던 전교회는 꼭 100년 뒤인 1922년 5월 3일, 비오 11세 교황의 자의 교서 「로마노룸 폰티피쿰」(Romanorum Pontificum)에 따라 '교황청' 기구로 승격되었습니다. 본부도 리옹에서 로마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1926년 4월 14일, 비오 11세 교황은 교황청 전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10월 끝에서 두 번째 주일'을 전 세계 교회가 함께 지내는 전교의 날로 정한 교령을 승인했습니다. 당시 전교회가 올린 청원에는 "세계 모든 가톨릭 교구와 본당, 기관에서 같은 날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선교를 알리는 날"을 두자는 뜻과 함께, 선교 사업의 크기를 이해하고 성직자와 신자들의 열정을 북돋우며 선교 후원을 장려하자는 이유가 담겼다고 영국 교황청 전교기구(Missio)는 전합니다. 바티칸 뉴스는 제정 이듬해인 1927년부터 처음으로 보편 교회 차원의 헌금이 모였다고 소개합니다.
이날 모인 헌금은 교황청 전교회가 교황의 이름으로 세계 선교지의 여러 필요에 나누어 보냅니다. 오늘날 교황청 전교기구 아래에는 교황청 전교회, 교황청 베드로 사도회,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 교황청 전교 연맹의 네 기구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 박해받던 조선 교회를 지탱한 숨은 후원자
전교 주일이 한국 신자들에게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의 2025년 전교 주일 특집에 따르면, 전교회 회원들이 기도하며 모은 후원금은 파리외방전교회를 거쳐 박해 속의 조선 교회로 전해졌습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조선 교회의 재정과 활동은 전교회의 도움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교구 설정과 선교사 파견 비용, 김대건·최양업 신부 같은 우리나라 사제의 양성, 선교사들의 생활용품까지 전교회의 후원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는 1832년 전교회 연보 편집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교회 이사회가 내게 5600프랑을 기부했다"며 이를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걸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프랑스의 신자들은 연보를 통해 김대건 신부의 사제 서품과 라파엘호를 타고 조선에 들어온 과정, 순교 소식까지 전해 들으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조선 신자들도 이 모임에 동참했습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는 서한에서 "1년 동안 181명의 신자를 전교회에 가입시켰다"고 보고했습니다. 멀리 떨어진 리옹과 조선의 평신도들이 하나의 모임 안에서 마음을 모았던 셈입니다.
■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이렇게 도움을 받으며 자란 한국 교회는 1965년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를 세우고, 이제는 세계 교회를 돕는 자리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한국지부가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 1789개 본당에서 모은 전교 주일 헌금 25억9414만여 원을 교황청 전교기구 로마 본부에 전달했고, 한국지부 자체로도 28개 해외 선교 사업에 4억6915만여 원을 지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3월 31일에는 한국지부 설립 60주년 감사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박해 시대 프랑스 신자들의 '한 푼'이 조선 교회의 사제를 길러 냈듯, 오늘 한국 성당에서 봉헌되는 전교 주일 헌금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의 젊은 교회들로 흘러갑니다.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사랑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어 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 레오 14세 교황의 제100차 전교 주일 담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어"
레오 14세 교황은 2026년 1월 25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에 제100차 전교 주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주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어, 선교 사명으로 일치하여'입니다. 교황은 담화에서 이번 전교 주일이 "비오 11세 교황께서 제정하신 이래 100주년을 맞이하는, 교회에 매우 뜻깊은 기념일"이라고 밝히며, 희년에 이어 온 교회가 성령 안에서 기쁨과 열정으로 선교 여정을 이어 가자고 격려했습니다.
가톨릭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제자들의 일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선교 사명을 향하는 것"이라며, 복음 선포는 화해를 이루고 형제애를 나누는 하나 된 공동체의 증언을 통해 온전한 힘을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치가 선교 사명의 조건이라면, 사랑은 선교 사명의 본질"이라는 말로, 세상에 전하는 기쁜 소식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과 삶으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티칸 뉴스가 소개한 담화에는 "세례받은 사람은 그 누구도 선교에 무관심하거나 소외되지 않는다"는 구절도 담겼습니다. 교황은 1916년 교황청 전교 연맹을 세우는 데 영감을 준 복자 파올로 만나 신부의 모토 "교회 전체가 온 세상의 회심을 위하여"를 함께 기억하자고 했습니다.
■ 오늘,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작은 선교
교황은 담화에서 삶의 증거와 기도, 그리고 선교지를 위한 봉헌으로 선교사들과 함께 복음화 사명에 동참하자고 요청했습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200여 년 전 리옹의 젊은 여성들이 그랬듯, 매일 짧은 기도 한 번과 작은 정성 하나가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학교가 되고 병원이 되고 성당이 됩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 되어" 이웃을 돕는다는 전교 주일의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울림을 줍니다. 100번째 전교 주일을 맞은 오늘, 가까운 이웃과 멀리 있는 이웃을 한 번씩 떠올려 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출처: 교황청 전교기구 「100 Years WMD」 https://www.ppoomm.va/en/100-wmd.html , 대전교구 「2026년 제100차 전교 주일 교황 담화」 https://www.djcatholic.or.kr/home/pages/catholicnews.php?enter=v&idx=1970&page=1 , 가톨릭신문 「[제100차 전교 주일 담화] 교황 "선교 여정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돼야"」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1012500149 , 가톨릭신문 「평신도 단체 '전교회', 박해 받던 조선교회 지원군에서 세계교회 버팀목으로」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1002500025 , 바티칸 뉴스 「[전교주일 담화] 교황 "세례받은 사람은 그 누구도 선교에 무관하거나 소외되지 않습니다"」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6-01/papa-messaggio-missionaria.html , 바티칸 뉴스 「타글레 추기경 "2024년 전교주일을 뜻깊게 보냅시다"」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4-07/papal-envoys-present-world-mission-sunday-2024-materials-at-nec.html , 바티칸 뉴스 「교황, 교황청 전교기구에 "신실하고 담대하며 창의적인 사람이 되십시오"」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2-05/pope-pontifical-mission-societies-pauline-jaricot-message.html , Pontifical Mission Societies USA 「The Society for the Propagation of the Faith」 https://pontificalmissions.org/who-we-are/the-society-for-the-propogation-of-the-faith , Missio 「The origins of World Mission Sunday」 https://www.cbcew.org.uk/wp-content/uploads/sites/8/2019/07/WMS-2012-OriginsofWorldMissionSunday.pdf
👉 신이말했다 카페 가입하고 새 글 알림 받기: https://cafe.naver.com/910401
사이트: https://sinimalhaetda.com
카카오채널: http://pf.kakao.com/_XrLFX
![[광고] 수원 청소업체 더원클린 010-9982-6805](/static/ads/theoneclean_banner_wide.jpg)
댓글 0
댓글은 승인된 회원만 쓸 수 있어요. 로그인 ·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