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부석사 — 의상 대사가 세운 화엄의 도량, 국보 무량수전이 지키는 영주 산사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경북 영주, 봉황산 중턱에 오르면 돌계단과 석단이 이어지고, 안양루를 지나 눈앞에 단아한 목조 불전이 나타납니다. 그곳이 바로 국보로 지정된 부석사 무량수전입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 대사가 왕명을 받아 화엄의 가르침을 펼치기 위해 세운 사찰로,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함께 올랐습니다.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록, 산사 세계유산등재 추진위원회 자료를 따라 부석사의 시간과 공간을 천천히 걸어 보려 합니다.

■ 676년, 의상이 세운 화엄의 도량

부석사(浮石寺)는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에 자리합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그리고 「봉황산부석사개연기」 등에 따르면 의상(義湘, 625~702)이 문무왕의 명을 받아 676년에 창건했습니다. 의상은 당나라에서 화엄을 배우고 돌아와 한국 화엄종의 종조가 된 분입니다. 산사 세계유산등재 추진위원회는 부석사를 "의상이 화엄종을 펼치기 위해 창건한 사찰로, 교리와 신앙체계가 요구하는 공간구성을 건축적으로 잘 구현한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이름에 담긴 '뜬 돌(浮石)'은 창건 설화와 연결됩니다. 의상을 따르던 여인 선묘가 용이 되어 도적을 물리치고, 무량수전 뒤에 바위로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합니다. 경내에는 선묘를 기리는 공간이 남아 있어, 한국 불교가 신앙과 민의 이야기를 함께 품어 온 면모를 보여 줍니다.

■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으로 — 걸음이 곧 수행의 길

부석사 가람은 가파른 산비탈을 여러 단의 석단으로 다듬어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 자료는 범종각과 안양루를 지나 중심 불전에 이르는 오름길을 화엄의 깨달음으로 향하는 실천을 건축으로 풀어낸 장면으로 설명합니다.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겹쳐 보이는 풍경은 한국 사찰 건축의 백미로 자주 꼽힙니다. 산을 억지로 깎아 평지를 만들기보다, 지형의 흐름을 살리고 그 위에 전각을 올려 신앙의 여정을 눈에 보이게 한 셈입니다. 돌계단을 한 단 한 단 오르다 보면, 절로 숨이 고르고 시선이 위로 향합니다. 그 걸음 자체가 부석사가 전하고 싶은 화엄의 길인지도 모릅니다.

■ 국보 무량수전 — 아미타불이 동쪽을 바라보는 이유

무량수전(無量壽殿)은 부석사의 중심 불전으로, 국보 제18호입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주심포식 팔작지붕 건물이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과 함께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목조 건축으로 꼽습니다. 문화재청 영문 안내에는 1358년(공민왕 7년) 화재로 소실된 뒤 1376년(우왕 2년)에 중수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배흘림기둥과 공포, 가구재의 비례가 보여주는 단아한 아름다움은 동아시아 목조 건축사에서도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전각 이름 '무량수'는 아미타불의 다른 이름인 무량수불(無量壽佛, Amitāyus)에서 왔습니다. 서방 극락의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답게, 불단은 건물 서쪽에 치우쳐 불상이 동쪽을 향합니다. 극락의 땅이 유리처럼 맑다는 경전 표현에 맞춰 바닥에 유약을 바른 전돌을 깔았다는 설명도 대백과사전에 남아 있습니다. 2024년 국가유산청과 불교문화유산연구소의 불단 조사에서는 불단 내부에서 녹유전(녹색 유약 벽돌) 일부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좌우 보처 없이 아미타불만 독존으로 모신 까닭은, 원융국사 비문에 전하듯 창건주 의상의 '화엄일승' 사상에 기반한 의도였다고 합니다.

■ 조사당과 석등, 그리고 살아 있는 수행의 자리

무량수전에서 조금 북쪽 산중턱에 조사당(祖師堂)이 있습니다. 국보 제19호로, 창건주 의상과 역대 조사를 기리는 건물입니다. 산사 자료에 따르면 정면 3칸, 측면 1칸의 주심포식 맞배지붕이며, 내부에는 의상 대사의 상과 일대기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한때 건물 안 벽면에 있던 고려 말 벽화(국보 제46호)는 보존을 위해 떼어내 유물전시관에 보관하고, 자리에는 모사도가 있습니다. 무량수전 앞의 석등 또한 국보로, 통일신라 말기 불사의 흔적을 보여 줍니다.

부석사는 화엄에서 출발해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로 이어지며, 유네스코가 말한 대로 "살아 있는 신앙과 수행의 중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8년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통도사·부석사·봉정사·법주사·마곡사·선암사·대흥사 일곱 산사가 함께 등재되었고, 부석사는 그중 아미타 신앙과 화엄의 전통을 대표하는 자리로 평가받았습니다.

■ 부석사를 찾아갈 때 — 가을 산사의 숨결

부석사는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일대에 있습니다. 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졌지만, 스님들이 거주하며 수행하는 사찰이니 예의를 지키며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안양루에 서서 아래쪽 마당과 멀리 소백산맥 능선을 바라보면, 왜 사람들이 이 가람을 '건축의 걸작'이라 부르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무량수전의 기둥에 손을 대지 않고도, 그 곡선과 그림자가 전하는 고요함은 충분히 마음에 닿습니다.

신앙이 다르더라도, 천 년 넘게 산중을 지켜 온 나무와 돌, 그리고 그 사이를 오르내리며 수행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따뜻합니다. 오늘 봉황산을 스치는 가을바람 속에서, 부석사가 전하는 '무한한 수명'의 빛을 잠시 느껴 보시면 어떨까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4299 , 산사·한국의 산지승원 「부석사」 http://www.koreansansa.net/ktp/sansa/sansa_020704.do , UNESCO World Heritage 「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 https://whc.unesco.org/en/list/1562/ , 문화재청 영문 안내 Muryangsujeon Hall of Buseoksa Temple , 우리역사넷 부석사·무량수전 관련 해설 https://contents.history.go.kr , 연합뉴스 2024.6.11 「알고 보면 복잡한 무량수전 부처님 아래…녹색 유약 벽돌도 발견」 https://www.yna.co.kr/view/AKR20240611070500005 , 위키백과 「부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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