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 가면 많은 분이 '올해 단풍은 언제가 절정일까' 하고 달력을 들여다보시지요. 그 질문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전북 정읍의 내장산이고, 그 단풍길 끝에서 우리를 맞아 주는 절이 바로 내장사입니다. 정읍시는 올해 내장산 단풍이 10월 29일쯤 물들기 시작해 11월 7~8일께 절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어요. 마침 내장사는 지난 4월, 화재로 잃었던 대웅전을 다시 세우고 부처님을 모시는 점안식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디지털정읍문화대전, 국가유산청 자료, 그리고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단풍만큼이나 굴곡 많은 내장사의 천사백 년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 드릴게요.
■ 산 안에 감춰진 보물, '내장(內藏)'이라는 이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내장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내장산로 1253에 있는 절로, 지금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고창 선운사의 말사입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636년(백제 무왕 37) 영은조사가 처음 절을 세워 '영은사(靈隱寺)'라 불렀고, 그때 가람 규모가 50여 동에 이르렀다고 해요. 1098년(고려 숙종 3)에는 행안선사가 전각과 당우를 새로 지어 중창했다고 전합니다.
산 이름에도 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디지털정읍문화대전은 이 산이 한때 영은사의 이름을 따 '영은산'으로 불리다가, 산 안(內)에 숨겨진(藏)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의 '내장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설명해요. 내장사 누리집 역시 1557년(명종 12) 희묵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과 요사채를 세우면서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 있다' 하여 절 이름을 내장사로 고쳤다고 소개합니다. 이름 하나에 산과 절이 서로를 품어 온 시간이 담겨 있는 셈이지요.
■ 불타고 다시 세우기를 거듭한 시간
내장사의 역사는 '다시 세운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1539년(중종 34) 내장산에서 승도들이 소란을 일으킨 사건이 벌어지자 조정은 내장사와 영은사를 소각하게 했고, 희묵대사가 다시 세운 절도 1597년 정유재란 때 모두 불에 탔어요. 1639년(인조 17)에 법당을 고치고 불상을 새로 금칠했으며, 1779년(정조 3)에는 대웅전과 시왕전을 중수했습니다.
근대에 들어서는 학명 선사(1867~1929)가 1923년부터 주지를 맡아 절을 지금의 벽련암 자리로 옮겨 짓고,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참선하는 '반농반선(半農半禪)'을 실천하며 절의 자립 기반을 닦았다고 백과사전은 전합니다. 1938년에는 매곡 스님이 지금 자리로 옮겨 대웅전을 중수하고 명부전과 요사채를 새로 지었는데, 이때부터 영은사·내장사·벽련사로 섞여 불리던 이름이 '내장사'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해요. 그러나 이 건물들도 1951년 1월 12일 한국전쟁 중에 불타 버렸고, 1957년 해운당, 1958년 대웅전이 다시 세워졌습니다.
■ 임진왜란 속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스님들
내장사에는 우리 기록 문화와 얽힌 특별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디지털정읍문화대전과 내장사 누리집에 따르면 1592년 임진왜란 때 승병장 희묵대사가 승군, 전라감영 관원들과 함께 전주에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임금의 초상)을 내장산의 용굴암·은봉암·비래암 등으로 옮겨, 전쟁이 끝날 때까지 밤낮없이 지켰다고 해요. 오늘날 내장산에 '조선왕조실록길'이라는 이름의 길이 남아 있는 것도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지요. 천년 고찰을 걸으며 수백 년 전 실록을 품에 안고 산길을 오르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순례가 될 거예요.
절에는 오래된 범종도 전해집니다. 디지털정읍문화대전에 따르면 '내장사 조선동종'은 1768년(영조 44)에 만들어진 조선 후기 범종으로, 1974년 9월 27일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이에요.
■ 두 번의 화재, 1000일의 참회 끝에 다시 선 대웅전
가까운 시절에도 시련은 이어졌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2년 10월 31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대웅전이 전소되었고, 정읍시가 25억 원을 들여 2015년 정면 5칸·측면 3칸 팔작지붕의 대웅전을 복원했어요. 그런데 2021년 3월 5일 저녁, 이 절에 머물던 승려의 방화로 대웅전이 다시 잿더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대웅전 안에 지정문화재가 없어 조선동종 같은 유산은 화를 면했다고 뉴스핌은 전했어요.
이후 내장사 사부대중은 참회의 뜻으로 1000일 기도를 이어 갔습니다. 서남저널과 법보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4년 9월 5일 자체 예산으로 대웅보전 복원 기공식을 열었고, 불교신문은 2025년 4월 6일 상량식을 올렸다고 전했어요. 그리고 2026년 4월 5일, 새 대웅전에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보현보살 삼존불을 모시는 점안식이 봉행되었습니다. 화재 뒤 약 4년 1개월 만의 결실이었지요. 주지 대원스님은 이날 "참회의 마음으로 이룬 불사를 고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불교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올가을 내장사를 찾는 분들은 이 새 대웅전을 처음 마주하는 셈이에요.
■ 108그루 단풍터널과 290살 단풍나무
내장산은 1971년 우리나라 여덟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기암괴석과 단풍이 아름다운 산입니다. 디지털정읍문화대전은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108그루 단풍나무가 이루는 '단풍터널'을 정읍 9경 가운데 1경으로 소개해요. 108이라는 숫자에 불교의 백팔번뇌를 떠올리며 걷는 분도 많다고 합니다.
이 산에는 특별한 나무도 한 그루 있습니다. 국가유산청 자료에 따르면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는 2021년 8월 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수령 약 290년(추정), 높이 16.87m, 근원직경 1.13m로 내장산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단풍나무예요. 단풍나무 한 그루가 단독으로 천연기념물이 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정읍시는 밝혔습니다. 내장사와 용굴로 이어지는 조선왕조실록길 근처 산비탈에 서 있다고 하니, 들르신다면 꼭 찾아보세요.
■ 올가을 내장사에 가신다면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읍시는 단풍이 무르익는 10월 31일부터 11월 15일 사이에만 35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10월 26일부터 11월 22일까지를 특별 대책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는 10월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공원 안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내장호 주차장에서 월령교 구간에 무료 순환버스를 운행한다고 해요. 산림청 예측지도는 내장산 단풍 절정을 11월 4일 무렵으로 내다봤으니, 11월 첫째 주 전후로 일정을 잡되 출발 전 국립공원공단 누리집에서 단풍 현황을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붉은 단풍터널을 지나 새로 선 대웅전 앞에 서면, 몇 번이고 불타고도 다시 일어선 절의 시간이 단풍잎처럼 마음에 내려앉을 거예요. 절은 수행하는 분들의 공간이니 경내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법당 예절을 지켜 주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내장산 내장사」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2553 , 디지털정읍문화대전 「내장사」 https://www.grandculture.net/jeongeup/toc/GC09300874 , 디지털정읍문화대전 「호남의 금강산, 단풍의 내장산」 https://www.grandculture.net/jeongeup/toc/GC09300001 , 디지털정읍문화대전 「내장사조선동종」 https://www.grandculture.net/jeongeup/toc/GC09300475 , 내장사 누리집 「내장사 소개」 http://naejangsa.or.kr/bbs/content.php?co_id=101020 , 국가유산청 고시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https://www.cha.go.kr/gosi/selectGosiView.do?asno=&ctcd=&edate=&flag=&id=1330&kdcd=&mn=NS_03_01_05&mnm1=&pageIndex=14&schDirect= , 국가유산청 지정예고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 https://khs.go.kr/nationBbz/selectNationPostList.do?mn=NS_01_04&nationId=312882 , 위키트리 「내장산 최고 수령 단풍나무, 천연기념물 지정」(2021.8.9) https://www.wikitree.co.kr/articles/677480 , 연합뉴스 「'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 화재로 전소…창건 이래 4번째 수난」(2021.3.5) https://www.yna.co.kr/view/AKR20210305163800055 , 뉴스핌 「잿더미로 변해버린 내장사 대웅전」(2021.3.6)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10306000110 , 서남저널 「화재 소실 내장사 대웅보전… 1천일만에 다시 세운다」(2024.9.10) https://www.snj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7644 , 불교신문 「내장사, 1000일 참회 기도 마치고 대웅전 상량」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24587 , 불교신문 「내장사, 새 대웅전 삼존불 점안…4년 1개월 원력 결실」(2026.4.6)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37048 , 법보신문 「내장사 대웅전 재건 회향」(2026.4.7)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796 , 연합뉴스 「정읍 내장산 단풍 '11월 7∼8일 절정'」(2026.9.21) https://www.yna.co.kr/view/AKR20260921057200055 , 미주중앙일보 「설악산 10월 20일, 내장산 11월 4일」(산림청 예측지도, 2026.9.22) 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60922185650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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