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운주사 — 하룻밤에 천불천탑을 세우려다 일어나지 못한 와불, 화순 골짜기에 깃든 돌부처와 돌탑 이야기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4

전라남도 화순 도암면의 나지막한 골짜기에 들어서면, 여느 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산비탈과 바위 위, 길가 곳곳에 크고 작은 돌부처와 돌탑이 마치 마을 사람들처럼 옹기종기 서 있지요. '천불천탑(千佛千塔)'의 절로 불리는 운주사입니다. 마침 다가오는 11월 7일과 8일에는 이곳에서 제27회 화순운주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소식도 전해졌어요.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가유산청 자료, 화순군과 화순군문화관광재단 안내를 바탕으로, 누워 있는 부처님과 천 개의 돌부처에 얽힌 운주사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보겠습니다.

■ 천불산 골짜기의 절, 운주사는 어떤 곳인가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운주사는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천불산(영귀산이라고도 부릅니다)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순천 송광사의 말사입니다. 국가유산청 설명을 보면 운주사는 영산강 지류인 대초천 상류, 해발 100m 남짓한 야트막한 산줄기 사이 남북으로 뻗은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요. 이곳은 화순과 나주, 장흥 세 지역이 만나는 길목이라 예로부터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절의 이름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백과사전은 운주사(雲住寺) 외에 '배를 움직인다'는 뜻의 운주사(運舟寺), 그리고 조선 후기 약사사(藥師寺)라는 이름이 전한다고 적고 있어요. 1979년과 1984년 발굴조사에서는 '운주사(雲住寺)'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이 나와 두 이름이 모두 쓰였음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절 주변 일원은 1985년 사적 '화순 운주사지'로 지정되었습니다.

■ 하룻밤에 천 개의 부처와 탑을? 도선국사와 배 모양의 땅

운주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창건 전설입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창건에 관해서는 도선국사가 세웠다는 설, 운주라는 스님이 세웠다는 설, 마고할미가 세웠다는 설이 전하는데, 그중 도선 창건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어요.

전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암 출신의 도선은 우리 국토를 한 척의 배로 보았는데, 배의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호남 땅이 영남보다 산이 적어 배가 한쪽으로 기울까 걱정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곳에 천 개의 불상과 천 개의 탑을 하루 낮 하룻밤 사이에 도력으로 세워 배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것이지요. '움직이는 배'라는 뜻의 운주사(運舟寺)라는 이름도 이런 풍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백과사전은 설명합니다. 절 근처에는 신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는 중장터, 신들이 해를 묶어 두고 일했다는 일봉암 같은 지명도 전해 온다고 하니, 마을 전체가 전설을 품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학계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화순군 안내는 도선 창건을 뒷받침할 문헌 기록은 거의 없고, 유물의 양식으로 볼 때 고려 중기 무렵에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히고 있어요. 백과사전도 1656년에 간행된 『동국여지지』에 고려 승려 혜명이 수천 명과 함께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소개하며, 이 혜명을 고려 광종 때 논산 관촉사 석불을 만든 혜명과 같은 인물로 보는 견해를 전합니다. 1980년대 발굴에서는 10세기 후반 것으로 보이는 해무리굽 청자 조각도 나왔다고 해요. 전설과 역사가 나란히 서 있는 것, 그것이 운주사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 일어나지 못한 부처님, 와형석조여래불

운주사 서쪽 산등성이에 오르면 넓은 바위에 나란히 누운 두 분의 부처님을 만나게 됩니다. 2005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순 운주사 와형석조여래불'이에요. 백과사전에 따르면 왼쪽의 좌불은 높이 12.7m, 오른쪽의 입상은 10.26m에 이르는 큰 불상입니다. 왼쪽 불상은 하반신을 결가부좌한 다리처럼 만들어 좌불이라 하고, 오른쪽은 다리를 따로 나타내지 않아 입상으로 알려졌다고 해요.

이 와불에는 가장 유명한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도선국사가 하룻밤 만에 천불천탑을 다 세우고 마지막으로 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그만 첫닭이 우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백과사전 집필자는 바위의 생김새로 보아 처음부터 세우려던 것이 아니라 넓은 암반에 그대로 불상을 새긴 것이라고 설명해요. 또 보통 와불은 부처님의 열반 장면을 옆으로 누운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운주사 불상은 똑바로 누운 모습이라 엄밀히는 와불과 다르다고 덧붙입니다. 얼굴과 몸은 장승처럼 소박하게 표현되었고, 두 불상 사이의 골도 바위 원래의 모양을 따라 만든 것이라고 하니,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던 옛 석공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 둥근 탑, 마름모 무늬 탑, 등을 맞댄 부처님

운주사의 돌탑과 돌부처는 생김새부터 남다릅니다. 화순군 안내에 따르면 둥근 원형탑, 원판형탑처럼 특이한 모양의 탑이 있고 층수도 3층, 5층, 7층, 9층으로 다양하며, 기단이나 탑신에 × 무늬나 마름모 같은 기하학적 무늬를 새긴 점이 이 유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해요.

그중 보물로 지정된 세 점이 대표적입니다. 절 입구 맨 앞에 선 구층석탑은 디지털화순문화대전에 따르면 높이 약 11.9m로 운주사 석탑 가운데 가장 높고, 거대한 바위를 기단 삼아 세워졌어요. 화순군은 운주사를 배의 형국으로 볼 때 이 탑이 돛대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석조불감은 높이 5.3m의 돌집 안에 두 분의 석불좌상이 서로 등을 맞대고 남쪽과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백과사전은 이런 모습이 유례가 없어 우리나라 조각사에서 중요한 예라고 평가합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돌방에 두 석불이 등을 맞대고 앉아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해요. 그 북쪽의 원형다층석탑은 바닥돌부터 몸돌, 지붕돌까지 모두 둥글게 다듬은 보기 드문 탑으로, 연꽃을 닮아 연화탑이라고도 불립니다. 세 점 모두 1984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쪽 산기슭에는 둥근 돌 일곱 개가 놓인 칠성바위가 있고, 그 앞 큰 암반 위에 높이 7m의 칠층석탑이 서 있어요. 국가유산청은 운주사에 별자리나 칠성신앙과 관련된 칠성석이 있고, 불교 외에 밀교와 도교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특별한 가치로 꼽습니다.

■ 남은 돌부처는 몇 분일까, 그리고 세계유산을 향한 걸음

운주사의 석불과 석탑은 세월 속에 많이 사라졌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크게 훼손되어 오랫동안 폐사로 남았다가 18세기에 자우(自優)가 불상과 탑을 고치고 약사전을 다시 지었고, 1921년에 펴낸 『도암면지』에는 1918년 박윤동, 김여수 등 16명의 시주로 중건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해요. 1942년까지만 해도 석불 213좌와 석탑 30기가 있었다고 전합니다.

지금 남은 수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백과사전은 석탑 21기와 석불 80기가 남아 있다고 적었고, 국가유산청은 형태를 다 갖추지 못한 유물까지 포함하면 석탑 관련 유물이 약 141개, 석불상 관련 유물이 115체이며 그중 온전한 상태의 석탑이 22기, 석불상이 101구라고 설명해요. 경내에는 불상과 탑의 돌을 캐던 채석장과 돌을 옮긴 흔적까지 남아 있어 더욱 특별하다고 합니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은 2017년 1월 24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잠정목록 신청서가 제출되었고, 그해 3월 우리나라의 16번째 잠정목록 유산으로 최종 등재되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10세기부터 16세기 말까지 조성된 다양한 석불과 석탑의 공간 구성이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밝혔어요.

■ 깊어 가는 가을, 운주사로 떠나는 시간 여행

올가을 운주사를 찾을 계획이라면 일정을 하나 눈여겨보셔도 좋겠습니다. 화순군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제27회 화순운주문화축제 「문 너머의 시간」이 2026년 11월 7일(토)과 8일(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주사 일원에서 열려요. 한국관광공사 정보를 보면 운주사 타종 이벤트와 불상 제막식, 채식을 활용한 사찰음식 체험, 기왓장에 그림을 그리고 소원을 적어 대웅전 마당에 전시하는 체험 등이 마련되고, 입장은 무료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 화순군립운주사문화관에서는 출토유물 전시와 연계한 참여형 프로그램 '운주사에 운(雲)이 오나 봄'도 열린다고 10월 19일 데일리한국이 전했어요. 전시관 곳곳에서 한자 세 글자를 찾아 절 이름을 완성하거나 기와 스탬프를 모으면 하루 200개씩 선착순으로 기념품을 준다고 합니다. 문화관은 월요일에 쉬고 관람료는 무료이며, 11월부터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고 안내되어 있어요.

천 년 가까이 비바람을 맞으며 골짜기를 지켜 온 돌부처님들은 표정이 저마다 다르고, 어딘가 우리 이웃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이름 모를 석공들이 정성껏 다듬은 그 소박한 얼굴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누워 계신 부처님께 저마다의 소원을 조용히 빌어 보시면 어떨까요. 운주사는 지금도 기도와 수행의 도량이니, 불상과 탑에 올라가거나 만지지 말고 조용한 걸음으로 함께 지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천불산 운주사」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0378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화순 운주사 와형 석조 여래불」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5284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화순 운주사 석조 불감」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0381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화순 운주사 원형 다층석탑」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0382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화순 운주사 칠성바위 앞 칠층석탑」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67457 , 디지털화순문화대전 「화순 운주사 구층석탑」 http://www.grandculture.net/hwasun/toc/GC05600683 , 국가유산포털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세계유산 해설 https://www.heritage.go.kr/heri/html/HtmlPage.do?pageNo=5_2_2_0&pg=%2Funesco%2FHeritage%2FHeritage_99_16.jsp , 국가유산청 보도자료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2017.3.13) https://www.cha.go.kr/newsBbz/selectNewsBbzView.do?newsItemId=155700179&sectionId=b_sec_1&mn=NS_01_02 ,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Tentative Lists 「Stone Buddhas and Pagodas at Hwasun Unjusa Temple」 https://whc.unesco.org/en/tentativelists/6171/ , 화순군 문화관광 「운주사」 https://www.hwasun.go.kr/gallery.do?M=010301000000&S=S05&act=view&b_code=0000000015&b_list=16&list_no=4&v_type=CU1 , 화순군문화관광재단 「제27회 화순운주문화축제 개최」 https://www.hfct.or.kr/index.do?S=S01 , 한국관광공사 행사정보(코리아차트 재인용) 「화순운주문화축제」 https://info.koreacharts.com/tour/1391363/contents.html , 데일리한국 「화순군립운주사문화관, 11월 7~8일 참여형 이벤트 개최」(2026.10.19)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416064 , 화순군립 운주사문화관 관람안내 https://xn--zb0b8hw93alobo5m99bj5mrvej11bha.com/bbs/content.php?co_id=sub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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