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굿은 굿을 시작할 때 맨 처음에 하는 거리로, 굿청(제청)에 들어온 불결하고 부정한 것을 물과 불로 깨끗이 가셔내 신을 모실 자리를 만드는 정화 의례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부정굿' 항목은 부정굿을 "굿을 할 때 제청의 불결하고 부정한 것을 깨끗하게 가셔내기 위하여 행하는 굿거리"로 정의하며,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부정거리' 또는 '부정풀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서울굿에서는 청수 세 그릇을 놓고 무가로 온갖 부정을 불러낸 뒤 신칼로 물을 뿌리고, 마지막에 신칼을 던져 칼끝이 바깥을 향하면 부정이 가셔졌다고 봅니다. 아래에서 부정굿 뜻과 '부정 타다'라는 말의 의미, 민속에서 꼽는 큰 부정, 서울 부정굿 순서와 무가, 동해안·제주·황해도의 지역별 차이, 그리고 굿의 마지막 거리인 뒷전과의 관계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부정굿 뜻 — 굿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거리
무당굿은 여러 개의 '거리'로 이루어집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거리' 항목에 따르면 거리는 굿의 한 절차를 세는 단위로 '석' 또는 '석수'라고도 하고, 굿 전체는 대체로 십여 차에서 이십여 차의 거리로 구성됩니다. 흔히 굿에 '열두거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실제 순서의 수가 아니라 여러 제차가 있다는 개념적인 표현입니다. 거리들은 저마다 독립성이 강해서 어떤 거리를 빼도 굿 진행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항목은 굿이 시작되는 '부정굿'과 굿이 끝나는 '뒷전'이나 '거리굿'만큼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거리라고 강조합니다. 다소 간소해질 수는 있어도 생략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부정(不淨)'의 한 뜻을 "무당굿의 열두 거리 가운데 첫째 거리. 신들을 청하기 전에 부정한 것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같은 뜻의 말로 '부정풀이'를 올려 두었습니다. 즉 부정굿, 부정거리, 부정풀이는 모두 같은 거리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굿을 처음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신이 등장하기 전의 짧은 준비 과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무속의 논리에서는 이 첫 거리가 제대로 되어야 뒤의 모든 거리가 성립합니다. 백과사전은 무속의 신들이 깨끗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굿청의 부정을 가시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의례라고 설명합니다.
'부정 타다' 뜻 — 민속에서 말하는 부정과 동티
부정굿을 이해하려면 먼저 '부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부정' 항목은 부정을 "재앙과 질병을 유발시키는 생리적·물리적 및 정신적·윤리적 더러움을 뜻하는 민간용어"로 정의하고, 비슷한 말로 동티·살(煞)·추악을 듭니다. 민간신앙에서 부정은 재앙이나 질병을 직접 일으키기도 하고, 악귀를 자극하거나 신령의 노여움을 사서 재앙을 몰고 오기도 한다고 믿어졌습니다. 부정굿 항목 역시 부정은 청정 또는 신성과 대립되는 말이며, "부정을 타고 동티가 오른다"는 것은 질병과 재앙을 겪는다는 뜻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쓰는 '부정 타다'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관용구 '부정(을) 타다'를 "부정한 일로 해를 입다"로, '부정(을) 치다'를 "부정풀이를 할 때, 무당이 부정한 일을 물리쳐 버리다"로 풀이합니다. 시험이나 큰일을 앞두고 "부정 탈라" 하며 말조심을 하는 습관도 이런 민속 관념이 말 속에 남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은 각종 마을굿 사례를 종합하면 한국 민속신앙의 테두리 안에 세 가지 큰 부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바로 죽음, 여성(특히 출산), 그리고 타처 또는 타인입니다. 죽음에 대한 부정은 시신이 변해 가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며, 초상집에서 묻어 온다는 상문살이 특히 무섭게 여겨졌습니다. 출산은 피를 오염된 것으로 보던 인식 때문에 마을굿 전후로 엄격히 통제되었고, 마을굿을 앞두고 출산이 예상되는 임부는 미리 마을 밖에 나가 있게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바깥사람이나 낯선 곳은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라는 이유로 위험한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관념은 옛 공동체가 신성한 시간을 지키려던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며, 오늘날의 가치 판단과는 구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백과사전은 굿 도중 신내림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공수가 쉽게 나오지 않거나 점괘가 맞지 않을 때, 무당들이 그 원인을 굿을 올리는 단골의 부정 탓으로 돌리는 것이 상례였다고 전합니다. 그만큼 굿의 성패가 '부정과 정결'의 조절에 달려 있다고 여겨졌다는 뜻입니다.
부정을 막는 금기 — 금줄·황토·목욕재계
부정굿은 부정을 다스리는 마지막 관문이고, 그 앞에는 부정을 미리 막는 여러 금기가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부정굿' 항목에 따르면 동제(마을 제사) 날짜가 정해지면 신당과 우물 등 제장 주변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외부 사람의 출입과 잡귀의 범접을 막으며, 금욕과 근신을 하면서 경건한 자세로 제의에 임합니다.
'금기' 항목은 이런 금기가 민속 현장에서 '가리는 일', '금하는 일', '지키는 일', '삼가는 일'로 불린다고 설명합니다. 부정한 일을 해서는 안 될 때 목욕재계로 몸을 깨끗이 하는 것도 금기의 한 모습입니다. 별신굿이나 동신제를 앞두고 초상이나 출산이 생기면 날짜를 따로 잡거나 아예 굿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마을굿 진행 요원들은 부부가 각방을 쓰도록 요구받았습니다. 별신굿이나 당산굿을 주관하는 제주나 화주는 제수를 사러 장에 가서도 남과 이야기하거나 흥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백과사전은 흥정이라는 세속의 행위 자체가 부정으로 간주된 사례라고 풀이합니다. 한 사람의 금기 위반이 마을굿 전체를 망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금기는 굿을 무사히 치르기 위한 '안전과 보장의 원리'로 기능했다는 것이 백과사전의 설명입니다.
그런데도 부정이 완전히 막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굿을 시작하기 전, 신들이 제장에 좌정하기 전에 다시 한번 부정굿으로 깨끗이 하는 것입니다. 금기가 예방이라면 부정굿은 굿판 직전의 최종 정화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서울 부정굿 순서 — 청수 세 그릇, 부정 무가, 신칼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예로 든 서울 지역 부정굿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첫째, 상 차림입니다. 작은 소반에 떡·전·과일·나물 등 간단한 제물을 차리고 청수(맑은 물) 세 그릇을 놓습니다. 세 그릇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물, 재를 넣은 물, 고춧가루나 소금을 넣은 물로 준비합니다.
둘째, 부정 무가입니다. 무당은 제상 앞에 앉아 장구를 치면서 무가를 부릅니다. "시위를 하소사 앉아서 본 부정 서서 들은 부정 마루 넘어 오든 부정 재 넘어 오든 부정"처럼 사람의 실수로 들어온 부정과 밖에서 들어온 부정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굿하는 시기와 장소를 고합니다.
셋째, 부정을 맡은 신들을 청하는 대목입니다. 호구·영정·말명·영산·상문 등 부정한 일을 담당하는 신들을 불러 기원합니다.
넷째, 물로 가셔내기입니다. 청수 그릇을 들고 신칼로 물을 찍어 제장 안팎에 뿌립니다.
다섯째, 소지와 신칼점입니다. 소지(종이를 태워 올리는 것)를 올린 뒤 신칼을 던져 부정이 가셔졌는지 점칩니다. 칼끝이 집 안쪽을 향하면 아직 부정이 가셔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칼끝이 바깥을 향할 때까지 다시 집어 던집니다.
부정 무가가 얼마나 다양한 부정을 불러내는지는 강릉단오굿 무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강릉문화대전에 실린 「부정굿노래」에는 "아낙네 치마끝에 들고 나던 부정아 남정네 가세 따라드는 부정아 담 넘어 부정아 울 넘어 부정아 재 넘어 부정님네요"처럼 집 안팎의 온갖 부정을 부르고, 동방 청제부정·남방 적제부정·서방 백제부정·중앙 황제부정처럼 방위별로 부정을 나열하는 대목이 이어집니다. 이 자료는 부정의 근본을 청솔잎·흑솔잎과 바다의 물거품이라 하면서 솔잎에 물을 묻혀 부정을 가셔낸다고 설명합니다. 부정을 이름 불러 하나하나 불러낸 뒤 내보내는 방식이 부정굿 무가의 핵심이라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지역별 부정굿 — 동해안·제주 새다림·황해도 초부정굿
부정굿의 진행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동해안 지역 별신굿에서는 무녀가 바가지에 물을 떠서 신칼로 제장에 뿌리고, 짚단에 불을 붙여 굿당 안을 둘러냅니다. 이때도 신칼점을 쳐서 부정이 가셔졌는지 확인합니다. '동해안별신굿' 항목은 부정굿을 굿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끼어든 모든 부정한 것을 정화해 제전을 깨끗이 하는 거리로 소개하며, 무녀가 평복으로 등장해 무가를 부르고 바가지의 물을 신칼로 찍어 제상 주변에 뿌린다고 설명합니다. '별신굿' 항목이 정리한 동해안 별신굿 순서에서도 부정굿은 당맞이굿·청좌굿·세존굿·성주굿보다 앞선 첫 번째 거리로 놓여 있고, 맨 마지막은 잡귀와 잡신을 보내는 거리굿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새다림'이라고 부르는 제차에서 굿청의 잡귀를 물리고 부정을 가신 뒤 신들을 청해 들입니다. 백과사전은 부정을 가셔낸다는 의미는 같지만 무가 내용은 육지의 것과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황해도에서는 초부정굿으로 굿청의 부정을 가신 뒤 신들을 청해 들이는 초가뭉굿을 하고, 평안도 역시 물을 뿌리고 소지를 올린 뒤 청배거리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이름과 세부 절차는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물이나 때로는 불로 부정을 가셔내고, 부정이 가셔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칼점을 친다는 것입니다. 백과사전은 여기에 더해 부정굿의 또 다른 기능이 부정한 현실 공간을 정화해 신성한 제의 공간으로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즉 성역화하는 데 있다고 평가합니다. 평범한 집 마당이나 바닷가 모래밭이 부정굿을 거치면서 신을 맞이할 수 있는 굿청이 되는 셈입니다.
굿의 마지막 거리인 뒷전과 비교하면 부정굿의 의미가 더 또렷해집니다. 부정굿에서 부르는 영산·상문 같은 존재는 뒷전에서 다시 등장하고, 두 거리 모두 신칼점으로 마무리됩니다. 처음에는 신을 모시기 전에 굿판을 깨끗이 하고, 끝에서는 신을 보낸 뒤 남은 잡귀까지 먹여 보내 굿판을 일상의 공간으로 돌려놓는 구조입니다. 무당집이나 굿당에서 굿을 지켜볼 기회가 있다면 화려한 신 놀이가 시작되기 전, 청수 그릇과 신칼이 오가는 이 짧은 첫 거리를 눈여겨보세요. 굿 전체가 어떤 원리로 짜여 있는지가 거기에 담겨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로는 굿의 마지막 거리를 다룬 뒷전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all-about/2361), 땅과 나무를 잘못 건드려 탈이 난다는 동티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all-about/1718), 서울 재수굿의 거리 순서를 정리한 재수굿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all-about/2108), 부정굿에서 불리는 말명을 다룬 말명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all-about/1964), 신칼과 방울 같은 무구를 소개한 무당 방울과 부채의 의미(https://sinimalhaetda.com/board/all-about/1682)가 있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부정굿」·「부정」·「금기」·「거리」·「별신굿」·「동해안별신굿」 · 디지털강릉문화대전 「부정굿노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부정(不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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