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티(동토, 動土)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땅·나무·돌이나 신이 깃든 물건을 잘못 다뤘을 때 귀신이나 신이 노해서 내린다고 믿은 탈을 가리키는 민간 용어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동티의 징후는 대개 까닭 모를 질병으로 나타나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다고 여겼습니다. 동티가 나면 무당의 푸닥거리나 법사(맹격)의 「동토경」 독경으로 '동티를 잡는다'고 했고, 충청 지역에서는 복숭아나무 가지로 솥뚜껑을 두드리며 경을 외는 '동토잡기'가 근래까지 전해졌습니다.
"괜히 고목 베었다가 동티 났다", "이사 날 잘못 잡아 동티 났다" 같은 말을 어른들께 들어 보신 분이 많을 거예요. 무당이나 점집에서 신점을 보다가 "동티"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신 분도 계실 거예요.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동티」 항목과 디지털천안·아산·서산문화대전의 「동토잡기」 항목을 바탕으로, 동티의 뜻과 원인, 동티가 났는지 알아보던 방법, 그리고 동티를 잡던 전통 의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동티 뜻 — 금기를 어겨 신을 노하게 했을 때 받는 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동티를 "금기된 행위를 하였을 때 귀신을 노하게 하여 받는 처벌을 가리키는 민간용어"라고 정의합니다. 한자어로는 '동토(動土)', 곧 '흙을 움직인다'는 뜻이고, 지역에 따라 '동투'라고도 부릅니다. 서산에서는 동티를 잡는 의례를 '동투잽이'라고 했고, 동티가 심하게 쌓인 상태를 '동토적살'이라 불렀다고 디지털서산문화대전은 전합니다.
백과사전은 동티가 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신체(神體)를 상징하는 물체나 귀신이 사는 곳, 신이 맡아 다스리는 자연물과 인공물을 함부로 훼손하거나 침범했을 때, 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다루지 않았을 때 동티가 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신이 진노해 벌을 내리거나, 종교적 질서가 깨진 그 자리에 사악한 잡귀가 들어와 탈이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백과사전이 동티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을 특정 신의 분노보다는 '비인격적이면서 자동으로 작용하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본다는 대목입니다. 누가 벌을 주는지보다는 금기를 어기면 저절로 탈이 따라온다는 생각에 가깝다는 뜻이지요. 백과사전은 이와 비슷하면서 비인격적인 성격이 더 강한 개념으로 '살(煞)'을 함께 들고 있습니다.
동티가 나는 경우 — 서낭당, 고목, 땅 파기, 손 있는 방향
백과사전이 드는 대표적인 동티 이야기는 서낭당을 헐어 버리거나 장승을 불태운 사람이 벌을 받아 죽었다는 전승입니다. 마을을 지키는 신이 깃든 자리를 함부로 건드리면 큰 탈이 난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또 나무를 자르거나 땅을 팔 때도 일진을 살펴 손이 없는 방향으로 해야 하고, 묘를 새로 쓰거나 이장할 때, 집을 고칠 때처럼 큰일을 앞두고는 미리 산신제나 지신제를 올리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절차와 금기를 지키지 않으면 동티가 난다고 믿은 것입니다.
지역 문화대전에는 생활 속 사례가 더 구체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디지털천안문화대전은 천안 지역에서 집 안팎의 흙이나 나무를 잘못 다루거나 바깥 물건을 잘못 들였을 때, 손이 있는 날 부뚜막이나 집 안 시설을 고쳤을 때 동토가 난다고 했으며, 그러면 가족 중 누군가가 까닭 없이 시름시름 앓게 된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집을 짓더라도 아무 데나 문을 내거나 변소를 둘 수 없었다고 합니다.
디지털아산문화대전은 동토를 수금목화토 오행 사상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집 안의 돌·나무·쇠·흙으로 된 물건을 특정 방위로 옮기거나 다뤘을 때 탈이 난다는 것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열흘을 단위로 날마다 '손'이 머무는 방위가 정해져 있어서 1·2일은 동쪽, 3·4일은 남쪽, 5·6일은 서쪽, 7·8일은 북쪽에 살이 있고, 9·10일에는 어느 방위에도 살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사나 공사 날짜를 고를 때 '손 없는 날'을 따지는 풍습도 바로 이런 생각과 이어져 있습니다. 특히 초상집과 관련된 물건이나 낯선 물건을 집 안에 들일 때 조심했고, 디지털서산문화대전은 물건을 삼살방에 잘못 두어 생긴 동토를 '동투살'이라 불렀다고 전합니다.
동티가 났는지 알아보는 법 — 고추 태우기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먼저 그 병의 원인이 동티인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천안과 서산 지역 자료에 모두 등장하는 방법이 '고추 태우기'입니다. 천안에서는 집 마당에서 고추를 태워 매운 냄새가 심하게 나면 동토가 아니고, 매운 냄새가 나지 않으면 동토가 난 것으로 여겼습니다. 서산에서는 대문에서 일곱 발자국 떨어진 곳에 가서 고추를 태워 보고, 평소와 달리 매운 냄새가 나지 않으면 동토로 보았다고 합니다.
예방법도 전해집니다. 천안에서는 손이 있는 날 어쩔 수 없이 물건을 들여야 할 때 물건에 임금 왕(王) 자를 써 넣으면 동토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고, 아산에서는 부적을 붙이거나 변소에 물건을 놓아 예방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산에서는 정초에 안택(집안의 평안을 비는 독경 의례)을 하다가 동토가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았다고 합니다.
동티 잡는 법 — 동토잡기와 「동토경」
동티로 앓게 된 병을 낫게 하려면 원인에 따라 '동티를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무당에게 푸닥거리를 맡기는 경우도 있고, 맹격(盲覡), 곧 눈먼 독경 법사를 불러 귀신을 쫓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때 읽는 경이 「동토경(動土經)」으로, 대체로 동토신을 천 리 밖으로 속히 쫓아 버리거나 없애는 내용입니다. 다만 백과사전은 경문 속 동토신들이 동티를 신격화한 이름으로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성격은 드러나 있지 않다고 덧붙입니다.
천안의 동토잡기는 성이 각각 다른 남자 세 명이 밤에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꺾어 와, 동토가 난 곳이나 환자 집 부뚜막의 솥뚜껑을 두드리며 주문을 외고 소금이나 팥을 뿌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주문을 마치면 환자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돌아오며, 동토가 심하면 사흘 동안 되풀이하고, 그래도 잡히지 않으면 앉은굿을 하는 법사나 무당을 불러 독경이나 굿을 했다고 합니다.
아산에서는 대개 밤 8~9시쯤 동토를 잡았습니다. 부뚜막 뒤쪽에 조왕신을 위한 청수 한 그릇을, 앞쪽에 동토잡이용 청수를 따로 올리고, 솥뚜껑을 열어 주걱을 꽂은 뒤 복숭아나무 가지 묶음으로 부뚜막을 내리치며 경을 외는 일을 21번 반복했다고 합니다. 아산에는 "동토잡기를 잘하면 안택한 것보다 낫다"는 말까지 전하는데, 절차가 복잡한 안택보다 간단해 더 흔하게 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산에서는 동토가 난 자리에 구정물을 끓여 붓고 왼발을 세 번 구르며 침을 세 번 뱉고 진언을 한 뒤, 점쟁이가 복숭아나무 가지로 두드리며 「동토경」이나 「광본태세경」을 읽었습니다. 동토가 난 곳은 왼새끼로 묶어 두고 소금이나 팥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서산의 「동토경」은 '남무태세남방적제장군동토신', '남무태세서방백제장군동토신'처럼 방위별 동토신의 이름을 부르는 형태라고 합니다. 위급할 때는 법사가 사흘이나 닷새 넘게 '큰 경'을 읽었고, 환자를 마당에 앉혀 홑이불을 덮고 횃불을 뿜으며 오곡을 던지는 '화전치기'를 하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오늘날의 동티 — 무당 신점과 생활 속에 남은 흔적
디지털천안·서산문화대전은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직접 동토를 잡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집안에 큰 환자가 생기면 무당이나 법사를 불러 치병굿의 하나로 동토잡기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기록합니다. 또 지금도 나이 든 분들이 집 안에 낯선 물건을 들이는 것을 꺼리는 것은 동토나 살이 낄 것을 우려하는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디지털아산문화대전은 동토잡기를 "전통사회에서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주술적 치료법"으로 보면서,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병을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 탓으로 돌려 마음의 평안을 찾고 병을 이겨 내려 한 방법이라고 풀이합니다. 오늘날 몸이 아프면 먼저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동티라는 말 속에는 자연과 마을의 신성한 자리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옛사람들의 조심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신점이나 무당의 공수에서 동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 말이 어떤 전통에서 나온 것인지 알고 들으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티」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6838 / 디지털천안문화대전 「동토 잡기」 https://www.grandculture.net/cheonan/toc/GC04502063 / 디지털아산문화대전 「동토잡기」 https://asan.grandculture.net/asan/toc/GC07101302 / 디지털서산문화대전 「동토잡기」 http://www.grandculture.net/seosan/toc/GC041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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