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 무당이 큰 굿의 첫머리에서 맨 먼저 청해 모시는 신령이고, 그 신을 모시는 굿거리를 가망굿·가망거리·가망청배라고 부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가망굿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서 굿 초반에 가망신을 모시는 굿거리"로 정의하며, 황해도·평안도에서는 같은 성격의 거리를 '가믕굿(가뭉굿·초가믕굿)'이라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가망은 문헌에 '감응(感應)'으로 적혔고, 산신·서낭신의 성격과 함께 집안의 씨와 본을 준 시조신, 곧 근원이 되는 조상신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해석됩니다. 굿판에 다른 신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아래에서 가망 뜻과 표기, 『무당내력』에 그려진 감응청배, 가망거리 진행 순서와 무당의 차림, 가망공수에 담긴 뜻, 서울새남굿 속 가망청배, 그리고 다른 지역 굿에 남은 가망의 흔적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가망 뜻 — 감응(感應)이라 적힌 근원의 신
가망은 무속에서 쓰는 신의 이름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망굿' 항목에 따르면 가망은 문헌에 '감응(感應)'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자 뜻 그대로 풀면 정성에 신이 느끼고 응한다는 뜻이어서, 굿 첫머리에 신령이 굿판의 정성에 응답해 내려오기를 비는 거리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다만 백과사전은 가망의 신격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적고 있어, 오늘날의 해석은 굿 사설과 공수, 다른 지역 굿과의 비교를 통해 나온 것입니다.
가망은 홀로 불리기보다 다른 신명과 짝지어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과사전은 본향가망·불사가망·영정가망·부정가망 같은 이름을 예로 들고, 가망에는 남녀의 성별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본향(本鄕)은 집안 조상이 뿌리내린 고향 땅의 신, 불사는 하늘과 복을 맡은 신령, 부정은 굿판의 더러움을 가시는 거리와 연결된 이름입니다. 여러 신 앞에 가망이 붙는다는 점에서, 가망은 특정 한 분의 신이라기보다 신령을 처음 불러 모시는 자리와 그 근원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중앙대 홍태한의 논문 「서울굿 가망청배거리에서 '가망'의 의미 연구」(한국민속학 41집, 2005)는 가망이 "근원신의 이름이면서 조상신과 관련되어 있다"고 정리합니다. 또한 굿판에 불려 온 신들을 굿판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망이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가망은 굿을 시작할 때 신령의 세계와 사람의 굿판을 이어 주는 첫 번째 통로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무당내력』의 감응청배 — 산을 바라보며 신을 부르다
가망굿의 옛 모습은 조선 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화첩 『무당내력(巫黨來歷)』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책에는 가망굿이 '감응청배(感應請陪)', 속칭 '산바라기'로 실려 있습니다. 청배(請陪)는 신을 청해 모신다는 뜻이므로, 감응청배는 곧 가망을 청해 모시는 거리입니다.
『무당내력』은 무녀가 흰 종이(백지)를 들고 춤추는 그림과 함께 이 거리를 설명합니다. 백과사전 설명에 따르면 무당들은 태백산을 바라보며 '성령감응(聖靈感應)'이라고 세 번 부르거나, 덕물산을 향해 '최장군 청배'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덕물산은 고려 말 최영 장군을 모신 사당으로 이름난 개성의 산입니다. 민간에서 '산바라기' 또는 '산을 쓴다'고 하여 집과 관련된 산신이나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을 모시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에, 백과사전은 가망이 산신 또는 서낭신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은 중부 무속에서 마을을 수호하는 산신을 모시는 '본향맞이'와도 일치한다고 합니다. 굿을 하는 집이 어느 산, 어느 고향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먼저 밝히고 그 땅의 신을 모신 다음에야 다른 신령을 차례로 청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망거리에 담겨 있는 셈입니다.
가망거리 순서 — 녹색 섭수, 백지 석 장, 노랫가락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정리한 중부지방 가망굿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당이 녹색 섭수를 입고 흰 종이 석 장을 양손에 갈라 쥔 채 춤을 춥니다.
둘째, 춤을 마친 뒤 사방을 향해 절을 합니다.
셋째, 방울과 부채를 들고 가망신이 내려오기를 청하는 청배무가(請陪巫歌)를 부릅니다.
넷째, 신의 말을 전하는 '공수'를 내립니다.
다섯째, 끝으로 신을 축하하는 '가망노랫가락'을 부릅니다. 선무당이 두 절을 부르고, 한 절은 장구잡이와 함께 합창합니다.
백과사전은 각 동작의 의미도 풀어 줍니다. 백지를 들고 춤추는 것은 부정을 가시려는 뜻이 있고, 사방으로 절하는 것은 동서남북의 수호신을 향해 예를 올린다는 뜻입니다. 굿의 맨 앞 부정거리에서 굿판을 깨끗이 한 뒤, 가망거리에서 다시 한 번 흰 종이로 정화하고 사방의 신에게 인사를 올린 다음 본격적으로 신을 부르는 구조입니다. 방울과 부채는 무당이 신을 부르고 신의 뜻을 전할 때 쓰는 대표적인 무구로, 서울굿의 여러 거리에서 공통으로 등장합니다.
가망공수 뜻 — "너희 부리에 본 주고 씨 준 가망"
가망거리에서 무당이 내리는 공수를 가망공수라고 합니다. 공수는 신이 무당의 입을 빌려 굿하는 집안에 내리는 말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가망공수에 "너희 부리에 본 주고 씨 준 가망"이라는 구절이 나온다고 소개합니다. 여기서 부리는 집안의 혈통과 내력을 뜻하는 무속 용어이고, 본과 씨는 성씨의 본관과 자손을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백과사전은 이 공수를 근거로 가망을 시조의 본향신으로도 추측할 수 있으며, '씨와 본을 주는 가망'이라는 공수는 시조신으로서의 신격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황해도굿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황해도 초부정 초가믕굿에는 역대 조상을 모두 굿청에 좌정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울굿의 가망과 황해도굿의 가믕이 모두 집안의 뿌리와 조상을 먼저 불러 앉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서로 통합니다.
같은 백과사전의 '말명' 항목은 1960년대 말까지 전통 천신굿에서 굿 앞부분의 가망거리에 이어 말명거리를 놀면서 무당의 조상신인 말명을 모셨다고 전합니다. 가망거리에서 근원의 신을 모신 뒤 곧바로 조상 계열의 신령을 모시는 흐름이 있었다는 뜻으로, 가망과 조상신의 관계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지금은 말명을 부정거리에서 잠시 언급하는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서울새남굿 속 가망청배 — 재수굿과 천도굿 모두에
가망청배가 실제로 어디에 놓이는지는 국가무형유산 서울새남굿에서 잘 드러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서울 새남굿' 항목에 따르면 서울새남굿은 서울 지역의 상류층·부유층 망자를 위한 전통 망자천도굿으로,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굿은 안당사경맞이와 새남굿 두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안당사경맞이는 서울·경기의 전통 재수굿 형태로 새남굿 전날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밤새 진행하며, 거리 순서는 주당물림·부정·가망청배·진적·불사거리·도당거리·초가망거리·본향거리·조상거리·상산거리·별상거리·신장거리·대감거리·성주거리·창부거리·뒷전거리의 16거리입니다. 주당물림과 부정으로 굿판의 나쁜 기운을 물린 바로 다음 순서가 가망청배입니다. 순서 중간에 '초가망거리'가 따로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되는 새남굿은 새남부정·가망청배·중디밧산·사재삼성거리·말미·도령(밖도령)·영실·도령(안도령)·상식·뒷영실·베째(베가르기)·시왕군웅거리·뒷전의 13거리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도 부정 바로 다음이 가망청배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복을 비는 재수굿이든 죽은 이를 저승으로 보내는 천도굿이든, 굿판을 깨끗이 한 직후 가망을 청하는 순서는 똑같이 지켜진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가믕굿과 전국의 가망 — 한국 굿을 여는 공통 원리
가망은 서울굿만의 신이 아닙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황해도·평안도에서 같은 거리를 가믕굿·가뭉굿·초가믕굿이라 부른다고 적고 있고, 홍태한의 논문은 호남지방·평안도·황해도에도 가망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한국 무속이 같은 계통임이 확인된다고 정리했습니다. 논문은 한국의 굿이 초반부에서 항상 신격을 불러 모시는 의미를 강조하는데, 가망이 바로 그 '불러 모신다'는 의미를 대표한다고 보고, 가망을 한국 굿의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로 들었습니다.
가망을 이해하면 굿 전체의 짜임이 한결 잘 보입니다. 부정거리에서 굿판을 깨끗이 하고, 가망거리에서 집안의 뿌리와 그 땅의 신을 먼저 모신 다음, 불사·본향·조상·상산·별상·신장·대감·성주·창부 같은 신령을 차례로 청해 대접하고, 마지막 뒷전에서 잡귀까지 풀어 먹여 보내는 흐름입니다. 무당이나 신점, 굿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굿 순서표에서 '가망청배'라는 낯선 이름을 보았다면, 굿의 문을 여는 신령 맞이 순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정리하면, 가망은 문헌에 감응(感應)으로 적힌 신령으로 산신·서낭신의 성격과 "본 주고 씨 준" 시조신의 성격을 함께 지니며, 가망굿(가망거리·가망청배)은 서울·경기 등 중부지역 큰 굿에서 부정 바로 다음에 놓여 굿판에 신령을 들이는 첫 신맞이 거리입니다. 녹색 섭수와 백지 석 장, 사방 절, 청배무가와 공수, 가망노랫가락으로 이어지는 이 거리는 황해도·평안도의 가믕굿, 호남의 가망과도 이어져 한국 굿의 공통 뿌리를 보여 줍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망굿'(최길성 집필)·'서울 새남굿'(조흥윤 집필)·'말명' 항목, 홍태한 「서울굿 가망청배거리에서 '가망'의 의미 연구」(한국민속학 41집, 2005, K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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