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풀이는 집안의 으뜸 신인 성주신이 어떻게 생겨나 집의 신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노래하는 무가(巫歌, 무당이 굿에서 부르는 노래)이자, 그 내용을 담아 남부 지방에서 널리 불린 민요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무가 성주풀이를 "가신인 성주신의 내력을 다룬 서사무가"로 정의하고, 경기도 남부, 부산 동래, 경북 안동 등지에 전승되며 지역마다 줄거리가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민요 성주풀이는 굿거리장단에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로 이어지는 뒷소리(후렴)를 가진 노래로, "성주 근본이 어데메냐,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본이로다"라는 사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당이 새 집이나 이사한 집에서 성주를 새로 모시는 성주굿(성주받이)에서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 성주풀이입니다. 아래에서 성주풀이의 뜻과 다른 이름, 지역별 줄거리, 민요 성주풀이 가사, 성주굿에서 성주를 모시는 순서까지 출처에 근거해 차례로 정리합니다.
성주풀이 뜻 — 성주신의 내력을 '풀어' 부르는 노래
'풀이'는 굿에서 신의 근본과 내력을 풀어 이야기한다는 뜻입니다. 성주풀이는 집을 지키고 집안의 평안과 재수를 맡는다는 성주신의 근본을 풀어내는 노래이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백과사전 '성주무가' 항목(양종승)은 성주무가를 "성주신의 내력을 일련의 줄거리로 풀어내는 종교음악"이라고 설명하며, 다른 이름으로 성주거리, 성주본가, 성주축원, 성주가, 황제풀이(황제푸리), 옥황상제푸리, 마지뜨는말 등을 들고 있습니다. 부산 동래 지역 자료는 '성조풀이', '성조신가', '가신유래가'라고도 부르고, 경북 안동에서는 '성주 드리는 말문'이라고 합니다.
성주를 '성조(成造)'라고 적는 기록도 많습니다. 같은 항목은 1927년 이능화의 『조선무속고』가 성주를 '집을 조성한다'는 뜻의 성조로 썼고,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도 "10월 상달에 무당을 불러 성조신을 맞이한다"는 기록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다만 전승 현장에서 쓰는 본래 이름은 성주이며, 지방에 따라 성주대감, 성주조상, 성주할배 등으로도 부릅니다. 성주풀이가 학술적으로 처음 정리된 것은 1930년 손진태가 펴낸 『조선신가유편』이고, 1937년 아카마쓰 지조와 아키바 다카시의 『조선무속의 연구』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경기도 성주풀이 줄거리 — 황우양과 부인, 소진랑 이야기
경기도 남부 지역에 전하는 성주풀이는 집을 짓는 목수 신 황우양의 이야기입니다. 백과사전이 정리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천하국 천사랑과 지하국 지탈 부인이 결혼해 황우양을 낳습니다. 하늘의 천하궁 일천 난간이 무너지자 황우양이 이를 고칠 적임자로 뽑히고, 차사가 그를 데리러 옵니다. 황우양은 여러 번 버티다가 사흘 말미를 얻어 집으로 돌아오고, 부인은 하늘에 소지(한지를 태워 올리는 기원)를 올려 쇳가루를 받아 연장을 만들어 줍니다.
부인은 길을 떠나는 남편에게 도중에 누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황우양은 이를 잊고 소진랑을 만나 옷을 바꿔 입습니다. 소진랑은 황우양 행세를 하며 황우뜰로 찾아오지만 부인은 속지 않습니다. 소진랑은 부인을 억지로 소진뜰로 데려가고, 부인은 여러 핑계를 대며 혼례를 미룬 채 남편을 기다립니다. 천하궁에서 흉몽을 꾼 황우양은 집에 돌아와 부인의 혈서를 발견하고, 새로 변해 부인의 치마폭에 숨어 들어가 소진랑을 벌합니다. 소진랑은 장승이 되고, 그 부인은 서낭이 됩니다. 황우뜰로 돌아온 황우양은 마침내 성주가 되고, 부인은 집터를 지키는 지신(터주)이 됩니다. 집의 대들보를 지키는 성주와 집터를 지키는 터주가 부부라는 믿음이 이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부산 동래·경북 안동 성주풀이 — 솔씨를 심은 성조와 세 부인
부산 동래 지역의 '성조풀이'는 1925년 동래군 구포면에 살던 맹인조합장 최순도가 제공한 무가책을 손진태가 『조선신가유편』에 실은 것이 유일한 자료입니다. 서천국 국반왕과 옥진부인이 마흔이 가깝도록 자식이 없어 부처님께 치성을 드려 아들 성조를 낳습니다. 성조는 열다섯 살에 옥황께 상소해 솔씨 서 말 닷 되 칠 홉 오 작을 받아 지하궁 무주공산에 심습니다. 열여덟 살에 황휘궁 공주 계화씨와 혼인하지만 아내를 박대하고 나랏일을 돌보지 않아 황토섬이라는 무인도로 귀양을 갑니다.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던 성조가 혈서를 청조(파랑새)에 매어 보내자, 계화부인이 시어머니에게 알려 귀양이 풀립니다.
돌아온 성조는 부인과 화목하게 살며 5남 5녀를 두고, 일흔 살이 되자 자식들과 시냇가에서 쇠 열닷 말을 일어 연장을 만든 뒤, 젊어서 심어 둔 소나무를 베어 궁궐과 백성의 집을 짓습니다. 그 뒤 성조는 입주 성조신, 계화부인은 몸주 성조신이 되고, 아들 다섯은 오토지신, 딸 다섯은 오방부인이 됩니다. 백과사전(서대석)은 솔씨를 심어 재목을 키우고 쇠로 연장을 만들어 집을 짓는 목조 가옥의 축조 과정이 질서 있게 그려져 있고, 남신과 여신의 조화를 강조한 무속신화라고 평가합니다. 「새타령」·「나무타령」·「소상팔경」 같은 노래가 중간에 끼어 서사를 꾸미는 점도 특징입니다.
경북 안동의 '성주 드리는 말문'은 줄거리가 짧습니다. 제석궁에서 태어난 성주 유광덕이 하늘에서 죄를 지어 인간 세상으로 귀양을 옵니다. 풍수사를 불러 집터를 잡고 연장을 만들어 나무를 베러 가지만 번번이 일이 생기고 도끼까지 나무에 붙어 버립니다. 문복(점을 쳐서 물음)을 하니 산신제를 지내라 하여 제를 올리자 도끼가 떨어지고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성주는 하늘에서 귀양 온 옥녀 세 사람을 부인으로 맞고, 세 부인은 삼신할머니, 제석님, 조왕님이 됩니다. 백과사전은 이처럼 집안 곳곳의 가택신 유래를 함께 다룬 서사무가가 드물며, 성주와 지신·제석·조왕의 가까운 관계를 보여 준다고 설명합니다.
민요 성주풀이 가사 —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민요 성주풀이(성조가)는 백과사전 '성주풀이' 민요 항목(이보형)에 따르면 성주굿의 내용을 담고 있어 성주풀이라고 부르며, 굿거리장단에 경기 토리에 가까운 선율로 된 노래입니다. 앞소리와 뒷소리로 이루어진 장절 형식이며, 뒷소리는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대활연으로 서리서리 내리소서"입니다. 백과사전이 실은 본래 사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주야 성주로다, 성주 근본이 어데메냐, 경상도 안동땅에 제비원이 본이로다. 제비원에 솔씨를 받아 소평 대평에 던졌더니, 그 솔씨 점점 자라 소부동이 되었구나, 소부동이 점점 자라 대부동이 되었구나, 대부동이 점점 자라 청장목이 되고 황장목이 되고 도리기둥이 되었구나.
솔씨를 뿌려 나무가 자라고 마침내 집의 기둥이 된다는 내용이 앞서 본 동래 성조풀이의 솔씨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백과사전은 굿판의 성주무가가 대부분 길게 이어지는 통절 형식이라 민요와 다르며, 민요 성주풀이는 경기 남부·충청·전라 지역에서 창우(직업 소리꾼)들이 성주고사 때 부르던 고사소리가 민요가 되어 경상도에서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통속 민요가 되면서 사설이 민중의 정서에 맞게 바뀌어 여러 가사가 생겼고, 아주 화창한 느낌을 주는 노래로 소개됩니다.
성주굿에서 성주를 모시는 순서와 금기
성주풀이를 실제로 부르는 자리는 성주를 새로 모시는 성주굿, 곧 성주받이입니다. 백과사전 '성주무가' 항목은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하면 성주를 새로 모시고,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거나 사람이 죽거나 화재·천재지변을 겪으면 성주가 떠난다고 여겨 다시 모신다고 설명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해마다 안택굿을 하며 새 성주를 모시지만, 초상으로 상문부정이 끼었거나 출산으로 피부정이 끼었으면 성주굿을 하지 못합니다.
성주를 받는 대주(집안의 가장)의 나이는 끝자리가 7이어야 한다고 하여 초년성주 서른일곱, 중년성주 마흔일곱, 말년성주 쉰일곱이라고 합니다. 백과사전은 이를 성주가 칠성신앙과 관련된 사례로 봅니다. 성주굿은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해야 하며, 봄이나 여름에 하면 대주가 바람이 난다는 속신도 전합니다.
의례는 성주대를 내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아침 일찍 산에 올라 동쪽으로 뻗은 소나무 가지를 꺾어 성주대를 만들고, 상에는 쌀 한 말과 오곡을 차리며 성주시루는 광목 한 필로 감쌉니다. 무당이 제금을 치며 성주대 내리기를 청하고 악사는 장구를 칩니다. 대잡이(신대를 잡는 사람)에게 성주대가 내리면 성주상을 앞세워 성주가 머물 곳으로 가서 음식을 던지고 성주를 안으로 모셔 옵니다. 막걸리 앙금을 끓여 동전이나 종이돈을 넣고 세 겹으로 접은 한지를 비벼 '성주옷'을 빤 뒤, 이것을 대들보에 붙입니다. 이때를 "성주님 올라가신다"고 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은 눈을 감아야 합니다. 이 광경을 보면 성주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성주가 대들보에 자리 잡으면 대주 밥그릇에 담아 둔 쌀을 세 번 집어 뿌리며 "천석이요 만석이요 억만 석이요"라고 외칩니다.
성주와 대들보, 대청마루의 의미는 이 사이트의 성주신 글(https://sinimalhaetda.com/board/all-about/844)과 신대를 내리는 대내림 글(https://sinimalhaetda.com/board/all-about/2296)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이사나 새 집 입주를 앞두고 성주받이나 안택굿, 신점을 알아보려고 무당이나 점집을 찾는다면, 굿의 목적과 순서, 날짜와 비용을 미리 분명하게 묻고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주풀이'(서사무가, 2022 집필)·'성주풀이'(경상남도 서사무가, 서대석)·'성주풀이'(민요, 이보형)·'성주무가'(양종승), 한국학중앙연구원 DH 교육용 위키 '성주풀이'(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신앙사전: 무속신앙 편』 인용), 손진태 『조선신가유편』(1930), 이능화 『조선무속고』(1927), 홍석모 『동국세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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