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이름만 들어도 산바람과 풍경 소리가 떠오르지 않나요?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이 유산은 한 곳이 아니라 일곱 곳의 산사가 함께 묶인 '연속유산'입니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오늘은 이 일곱 산사가 어떻게 세계유산이 되었는지, 그리고 왜 '살아 있는 불교 유산'이라 불리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일곱 산사, 7~9세기에 문을 열다
일곱 사찰은 모두 7세기에서 9세기 사이에 창건되었습니다. 한반도에는 이 무렵 중국에서 들어온 대승불교의 여러 종파가 받아들여지면서 수많은 절이 세워졌는데, 크게 도시에 세운 절과 산에 세운 절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이후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도시 사찰은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산지 사찰들은 오히려 수행처이자 신앙처로서의 역할을 넓혀 가며 오늘까지 이어졌습니다.
■ 4곳만 권고받았지만, 7곳 모두 등재되기까지
산사는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고, 2017년 1월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되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5월, 심사를 맡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는 통도사·부석사·법주사·대흥사 네 곳만 등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나머지 세 곳은 빠질 위기였지요.
그 뒤 대한민국 대표단은 일곱 산사가 함께 등재될 수 있도록 위원국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6월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중국이 일곱 곳 모두의 등재를 제안했고, 21개 위원국 가운데 17개국이 공동 서명, 20개국이 지지 발언을 하면서 일곱 산사가 모두 세계유산이 되었습니다.
■ '살아 있는 유산'이라 불리는 이유
세계유산위원회는 창건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지속성과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일곱 산사에서는 지금도 예불과 의례, 강학(경전 공부), 수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님들은 여름과 겨울에 동안거·하안거 수행을 이어 가고, 함께 일하는 '울력'을 수행의 한 부분으로 여겨 차밭과 채소밭을 가꿉니다.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오늘도 사람이 살고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큰 가치입니다.
■ 자연을 담장 삼은 '개방형' 절
산사는 완만한 산기슭에 계곡을 끼고 자리 잡아, 주변의 숲과 시냇물을 경계로 삼는 개방형 구조를 지녔습니다. 축대를 최소한으로 쌓고 지형에 순응해 지었기 때문에 건물 배치가 비대칭적이고 자유롭습니다. 절이 넓어질 때도 자연의 모습을 따랐기에 곡저형, 경사형, 계류형이 우리나라 대표 사찰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또 마당을 가운데 두고 불전, 누각, 강당, 요사가 사방을 둘러싸는 구성도 산사의 공통된 모습입니다.
■ 산사 가는 길, 이렇게 즐겨 보세요
일곱 곳을 한꺼번에 다 돌 필요는 없습니다. 가까운 한 곳을 골라 이른 아침 예불 소리를 듣고, 마당에 서서 건물들이 산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천천히 둘러보세요. 1,300년 가까이 이어진 수행의 시간이 그 마당 위에 고스란히 쌓여 있습니다. 가을 단풍이 내려앉는 요즘, 산사 한 곳을 마음에 품고 길을 나서 보시는 건 어떨까요.
출처: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보도자료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세계유산 일부 등재 권고」(2018),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산사 세계유산등재 추진위원회(koreansansa.net),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 42 COM 8B.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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