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팔만대장경 — 해인사 장경판전이 750년 넘게 지켜 온 8만 1,258장의 부처님 말씀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1

경남 합천 가야산 자락의 해인사에 가면, 절 안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소박한 목조 건물 네 채가 조용히 서 있습니다. 화려한 단청도, 눈길을 끄는 장식도 없지만 이 안에는 우리가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르는 고려대장경판이 잠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이 경판과, 경판을 지켜 온 건물 이야기를 천천히 나눠 보려 합니다.

■ 팔만대장경이란 무엇일까요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經), 계율을 담은 율(律), 경전을 풀이한 논(論)을 합쳐 '삼장'이라 부르고, 이를 모두 모은 것을 대장경이라고 합니다. 고려대장경판은 고려 고종 때인 1236년부터 1251년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강화도의 판당에 모셔져 있다가 고려 후기에 지금의 해인사로 옮겨졌다고 전해집니다. 국가유산청 자료에 따르면 경판은 모두 81,258판, 새겨진 글자는 5,200만 자가 넘습니다. 10세기 이후 동아시아에서 여러 차례 한자 대장경판이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고려대장경판뿐이라고 합니다.

■ 한 사람이 새긴 듯 고른 글씨
이 많은 글자가 오자나 탈자 없이 고르고 정밀하게 새겨졌다는 점이 특히 높이 평가받습니다. 합천군 문화관광 누리집에는 추사 김정희가 그 글씨를 보고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서 쓴 것 같다"고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지요. 경판 전체 무게는 약 280톤, 모두 쌓으면 백두산보다 높은 약 3,200미터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됩니다.

■ 장경판전, 바람과 흙으로 지은 보관소
나무로 만든 경판이 750년 넘게 썩지 않고 남은 비결은 장경판전에 있습니다. 앞면 살창은 위가 작고 아래가 크며, 뒷면은 그 반대입니다. 아래 큰 창으로 들어온 바람이 건물 안을 한 바퀴 돌아 뒤쪽 큰 창으로 빠져나가며 자연스럽게 공기가 흐르지요. 바닥 아래에는 모래와 횟가루, 찰흙, 숯, 소금을 층층이 깔아 습한 여름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한 겨울엔 내보내도록 했습니다. 기계 하나 없이 햇빛과 바람, 흙만으로 습도와 온도를 다스린 셈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장경판전은 1488년 무렵 지금의 모습으로 중건된 뒤 한 번도 화재나 전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 세계가 인정한 두 가지 유산
장경판전은 대장경판을 보관하려고 지은 세계 유일의 건물로 인정받아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습니다. 이어 2007년에는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건물과 그 안의 경판이 각각 세계유산이 된,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 마무리하며
팔만대장경 앞에 서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새겼을 옛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가을 단풍이 드는 이 계절, 해인사를 찾으신다면 장경판전 살창 사이로 스치는 바람에도 잠시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국가유산포털(해인사 장경판전 세계유산 해설), 국가유산청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한국의 세계기록유산(kmowkc.org), 국가유산청 월간 국가유산사랑, 합천군 문화관광 '팔만대장경이란?', 한국일보(201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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