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사 국화화엄축제 — 종로 한복판 '화엄세계'로 피어난 제16회 가을 국화 향연과 총본산 이야기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2

가을이 깊어지면 서울 종로 한복판에 국화 향기가 번지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불교 총본산 조계사입니다. 지난 10월 13일, 조계사는 '형형색색 가을향연, 제16회 국화화엄축제'의 문을 열었습니다. 대웅전 앞마당과 백송 곁까지 도량 전체가 국화로 장엄되었고, 축제는 11월까지 약 한 달 동안 이어집니다. 출퇴근길이나 인사동 나들이 길에 잠깐 들러도 좋을 만큼 가까운 곳이라, 해마다 가을이면 시민과 불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지요. 오늘은 불교신문과 법보신문의 보도, 조계사 공식 안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가유산청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국화화엄축제 소식과 조계사가 품은 이야기를 차분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 청정수로 국화를 깨운 개막 점안식

법보신문 보도에 따르면 개막 의식은 10월 13일 오전 11시 30분, 대웅전 기단과 백송 앞마당에서 봉행되었습니다. 나발과 나각 소리가 울려 축제의 시작을 알리자, 조계사 주지 담화 스님이 부처님 전에 올렸던 청정수를 들고 도량을 돌며 국화 장엄물에 뿌려 점안했습니다. 모인 대중은 화엄성중을 염송하며 국화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함께 발원했다고 합니다.

'점안(點眼)'은 본래 불상이나 불화에 눈을 그려 넣듯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을 뜻하는데, 국화 장엄물에도 같은 마음으로 청정수를 뿌린다는 점이 참 정겹습니다. 꽃 한 송이도 부처님 도량을 꾸미는 공양물로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긴 장면이지요.

■ "국화 한 송이의 향기가 천 리를 가듯"

이날 이승현 조계사 신도총회장은 발원문에서 "국화 한 송이의 향기가 천 리를 가듯 우리의 작은 선한 마음도 세상 끝까지 아름답게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기원했습니다(불교신문). 법보신문은 발원문의 다른 대목도 전했는데, 국화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듯 모인 이들의 마음도 하나가 되어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지친 이에게는 평온한 휴식을, 외로운 이에게는 따뜻한 인연을, 힘겨운 이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축제가 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국화가 저마다의 빛깔로 어우러지듯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자는 당부도 담겼습니다.

담화 스님은 인사말에서 "국화축제가 꽃을 보며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밝게 살아갈 힘을 얻는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축제가 '화엄(華嚴)', 곧 온갖 꽃으로 장엄한 세계라는 이름을 단 것도 이런 뜻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 수미산 조형물과 띠별 풍경, 소원을 걸어 보세요

올해 축제장에서 눈여겨볼 곳은 수미산을 형상화한 조형물입니다. 담화 스님은 "축제 현장에 마련된 수미산 조형물에는 고통과 근심을 내려놓고 좋은 일로 바꾸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며 "꼭 조계사에 방문해서 띠에 맞는 풍경을 걸며 각자의 걱정을 날려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법보신문). 불교신문 보도에서도 스님은 "수미산을 형상화한 나무 아래와 12지신상에다가 각자의 서원을 담아 성취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수미산은 불교 세계관에서 세상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고 여겨지는 산입니다. 국화 사이를 거닐다 내 띠의 열두 지신상 앞에서 작은 풍경 하나를 걸어 두면, 바람이 불 때마다 걱정 하나씩 덜어 가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불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마음을 담아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 10월 17일 극락전 앞 음악회 '지음'

축제를 축하하는 공연도 마련되었습니다. 두 신문은 10월 17일 토요일 오후 4시, 경내 극락전 앞 특설무대에서 '맑은소리합창단 정기음악회 - 지음'이 열린다고 전했습니다. 조계사 나라연풍물단과 향무용공양팀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해, 맑은소리합창단(단장 서정숙)이 '해탈이어라', '붓다의 노래', '버리고 가리라', '금강경 사구게', '하숙생', '나는 나비', '아모르파티' 등을 부르는 무대로 꾸며지고, 조계사청년회 반야율동단과 조계사 홍보대사인 가수 목비도 초청 무대에 오르는 일정이었습니다(불교신문·법보신문). 찬불가와 대중가요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이 도심 사찰다운 풍경입니다.

■ 각황사에서 태고사, 그리고 조계사로

국화 사이를 걷다 보면 조계사가 걸어온 길도 궁금해집니다. 조계사 공식 안내에 따르면 조계사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 조선불교의 자주화와 민족자존 회복을 염원한 스님들이 '각황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습니다. 근대 한국불교 최초의 포교당이자 사대문 안에 처음 자리 잡은 사찰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대웅전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건물은 본래 보천교가 1925년 정읍에 세운 십일전으로, 1937년 불교계가 1만 2000원에 사들여 해체한 뒤 부재를 옮겨 와 다시 지었습니다. 궁궐 목수로 불린 최원식이 도목수를 맡았고, 앞면 7칸·옆면 4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1920년대에 지어진 1층 불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1938년 10월 25일 낙성 봉불식을 열었으니, 올가을은 대웅전이 이 자리에 선 지 88년째 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후 북한산 태고사를 옮겨 오는 형식을 취해 '태고사'라 불렸습니다. 조계사 공식 안내는 1954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이름이 조계사로 바뀌었다고 적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62년 비구승과 대처승의 통합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 출범과 함께 조계사로 개칭했다고 설명합니다. 지금은 조계종 총무원이 직접 관할하는 직할교구 본사로,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를 맡습니다.

대웅전 앞뜰의 두 나무도 꼭 올려다보세요. 천연기념물로 1962년 12월 7일 지정된 '서울 조계사 백송'은 나무껍질이 하얀 귀한 소나무로, 천지일보는 수령 500년 이상, 높이 14m로 소개했습니다. 곁에 선 회화나무는 수령 45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입니다. 올가을에는 이 오래된 나무들 아래로 국화가 가득 피어 있으니, 수백 년 세월과 한 철의 꽃을 함께 만나는 셈입니다.

■ 다녀가실 분들을 위한 작은 안내

조계사는 경내를 24시간 개방해 불자든 아니든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들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법당에 들어갈 때는 기도하는 분들을 배려해 조용히 움직이고, 사진은 예불 중인 분들의 얼굴이 담기지 않게 찍는 것이 좋겠습니다. 축제는 11월까지 이어지니, 쌀쌀한 저녁 무렵 국화 향기 속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가시면 어떨까요. 국화 한 송이의 향기가 천 리를 간다는 발원처럼, 이 가을 여러분의 작은 선한 마음도 멀리 퍼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출처: 불교신문 「서울 조계사 형형색색 '국화꽃'으로 '화엄세계' 장엄」(2026.10.13)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43128 , 법보신문 「조계사 국화화엄축제 개막…도심에 펼쳐진 형형색색 가을향연」(2026.10.13)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8297 , 조계사 「역사」 https://www.jogyesa.kr/about/history.php , 조계사 「연간 행사」 https://www.jogyesa.kr/event/event.php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계사」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1570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계사 대웅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6933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서울 조계사 백송」 https://www.heritage.go.kr , 천지일보 「[종교성지를 가다-수도권⑤] 근현대사 품고 자리 지켜온 조계종 총본산」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8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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