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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신 — 대들보에 깃든 집의 으뜸 신, 성주받이와 「성주풀이」 이야기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새집에 이사하고 나면 어르신들이 “집에도 주인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집을 지켜 준다고 믿어 온 신, 바로 ‘성주(成造)’입니다. 대들보 위에 접어 붙인 한지, 대청마루 한구석의 쌀독, 굿판에서 장구 장단에 맞춰 부르는 「성주풀이」까지, 성주신앙은 우리 옛집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습니다.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디지털안동문화대전의 설명을 따라 성주신이 어떤 신이고, 사람들이 어떻게 모셔 왔는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 성주신은 어떤 신일까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주」 항목은 성주를 “집의 건물을 수호한다는 가신(家神)”이라고 설명합니다. ‘성(城)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성주라 하고, 집을 짓는다(成造)는 뜻에서 ‘성조신(成造神)’이라고도 부릅니다. 성주는 안채만이 아니라 사랑채나 헛간 같은 건물까지 두루 지키며, 한 집에는 성주가 하나만 있다고 여겼습니다.

우리역사넷은 성주신을 집지킴이 가운데 으뜸 신으로,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소개합니다. 으뜸 신답게 자리도 집의 중심인 대들보에 잡는다고 해서 ‘상량신(上樑神)’이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고사를 지낼 때 첫 상을 성주에게 올리고, 시루도 다른 집지킴이보다 크게 준비하는 것 역시 성주가 가장 높은 신으로 대접받았음을 보여 준다고 합니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성주신을 ‘성주대감’이라 부르기도 해서 남신(男神)으로 여겼다는 설명도 덧붙어 있습니다.

■ 맞아들여야 오는 신, 상량식과 성주받이

성주에 대해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지 않는 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신을 맞아들이는 의례가 생겼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기둥을 세우고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 때 대들보에 날짜와 함께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라는 글귀를 적고, 양 끝에는 해(海)·용(龍)·구(龜) 같은 글자를 쓴 뒤 제물을 차려 고사를 지내고 상량했습니다.

집에 따라서는 날을 받아 성주신을 맞아들이는 ‘성주받이굿’ 또는 ‘성주맞이굿’을 따로 하기도 했습니다. 이 굿에서는 그 집 대주(가장)가 성주대를 잡아 신을 내리게 하고, 무녀가 백지를 술에 적셔 대들보에 붙인 뒤 쌀을 뿌려 붙게 했다고 합니다. 「성주맞이」 항목은 이 의례를 대개 대주의 나이에 7이 드는 해(27·37·47세 등) 10월에 택일해 했다고 전합니다. 우리역사넷도 대주의 나이에 7이 드는 해의 ‘10월 상달’에 날을 잡아 성주를 모셨고, 이를 ‘성주 옷 입힌다’ 또는 ‘성주 맨다’고도 불렀다고 소개합니다. 반대로 집안에 초상이나 화재 같은 일이 생기면 성주가 집을 나간다고 믿어, 다시 모시기 위해 성주굿을 하거나 안택경을 읽게 했습니다.

■ 한지, 성주독,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모습

성주를 상징하는 신체(神體)는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우리역사넷은 이능화가 1927년 『계명』에 남긴 기록을 소개하는데, 서울에서는 백지에 동전을 싸서 접은 뒤 청수를 뿌려 붙이고 쌀을 뿌렸고, 충청도는 비슷하되 상량 가운데에 붙였으며, 평안도와 함경도는 쌀을 단지에 담아 상량에 모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한지를 길게 늘어뜨리거나 베·헝겊을 상량에 걸고, 전라도에서는 성주독을 안방 한쪽에, 경상남도에서는 마루 한쪽에 둔다고 설명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독이나 단지에 쌀을 담은 ‘성주독’·‘성주단지’·‘성주항아리’를 소개하며, 오늘날 민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성주독이고 대개 대청마루 한구석에 놓인다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역사넷에 실린 경북 영덕 난고종택의 성주 단지는 쌀을 가득 채워 두었다가 가을에 햇곡식이 나오면 새것으로 바꿔 준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성주신앙은 거창한 의식보다 해마다 이어지는 일상의 정성에 가까웠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 집 짓는 이야기를 노래한 「성주풀이」

성주굿에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성주풀이」가 불립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주풀이」 항목은 이를 성주신의 내력을 다룬 서사무가로, 경기도 남부·부산 동래·경북 안동 등지에 전승되며 지역마다 내용 차이가 크다고 설명합니다. 경기도에서는 천하궁에 집을 지으러 가는 이야기, 동래에서는 솔씨를 얻어 심는 이야기, 안동에서는 나무를 베러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모두 ‘집짓기’와 이어져 있습니다. 또 성주의 부인이 지신이나 삼신, 제석이 된다는 대목이 있어, 성주와 다른 집안 신들의 관계까지 함께 보여 준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집을 지은 뒤 작은 굿으로 성주풀이를 하는데, 소미 한 사람이 목수 ‘강태공서목시’로 분장해 도끼를 갈고 나무를 찍는 흉내를 내며 심방과 재미있는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성주굿」 항목은 전합니다. 경건하면서도 유쾌한, 우리 굿 특유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본일래라”

많은 성주풀이에는 성주의 본향(本鄕)으로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등장합니다. 디지털안동문화대전은 예로부터 안동에 품질 좋은 소나무가 많고 솜씨 좋은 목수가 많아 건축의례 문화가 발달했기에, 제비원과 그곳의 솔씨가 성주의 본향으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제비원의 솔씨가 자라 재목이 되고, 그 나무가 집의 기둥과 들보, 곧 ‘성주목’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주신은 집의 신이면서 소나무의 신이자 목수의 신이기도 하다고 덧붙입니다.

같은 자료는 성주무가의 축원풀이 속 성주가 아내의 말을 귀담아듣고 부부가 화목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의 신으로도 그려진다고 소개합니다. 집을 짓는 일과 집안을 꾸리는 일을 함께 지켜 준다고 믿었던 셈입니다.

■ 오늘의 집에서 다시 읽는 성주신앙

요즘에는 대들보에 한지를 붙이는 풍경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역사넷은 가신 가운데 가장 오래 명맥을 잇는 것이 성주라고 말합니다. 도시 아파트에서도 처음 이사 오면 거실에 시루떡을 놓고 고사를 지내는 가정이 많은데, 이것이 바로 집의 으뜸 신인 성주에게 새 가정의 평안을 비는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고사가 끝난 뒤 시루떡을 조금씩 떼어 부엌이나 문, 베란다 한쪽에 놓는 것도 집 안 곳곳의 가신을 위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성주신앙은 집을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가족의 삶을 품는 공간으로 보았던 옛사람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가신신앙」 항목의 말처럼 성주는 늘 집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거의 모든 집에서 모시던 신이었기에, 우리 민속을 이해하는 데 꼭 알아 두면 좋은 이야기입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주」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9558 , 「성주맞이」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9574 , 「성주풀이」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9609 , 「성주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9567 , 「가신신앙」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0250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정연학) 성주신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m/view.do?levelId=km_033_0060_0020_0010_0010 , 디지털안동문화대전 「제비원 미륵불과 성주신앙」 https://www.grandculture.net/andong/toc/GC02402405 , 「성주풀이」 https://andong.grandculture.net/andong/toc/GC0240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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