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당의 공수는 신령이 무당의 입을 빌려 사람에게 자기 뜻을 전하는 말, 곧 신탁(神託)을 가리키는 무속 용어입니다. 신이 사람에게 말을 내리는 것을 '공수 준다', 사람이 그 말을 듣는 것을 '공수 받는다'고 하며, 지역에 따라 공줄·공사(전라도), 포함(경상도)이라고도 부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수를 "예언이고 점복이며 신과 인간의 대화"라고 정리하고, 굿이 아무리 간략해져도 공수만큼은 빠질 수 없는 굿의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신점을 보러 점집에 가거나 굿판을 구경하다 보면 무당이 갑자기 말투와 목소리를 바꾸어 "어느 대감이 오셨다"며 호령하듯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공수입니다.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공수」·「강신무」·「무당」·「말문」·「내림굿」 항목과 국립국악원 국악사전, 한국신종교사전, 그리고 학술지 『남도민속연구』에 실린 논문 초록을 바탕으로 무당 공수의 뜻과 형식, 말문과의 관계, 공수를 듣는 사람이 알아 두면 좋은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당 공수 뜻 — 신이 무당의 입을 빌려 하는 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공수」 항목은 공수를 "신령이 무당의 입을 빌려 인간에게 의사를 전하는 일을 가리키는 무속용어"라고 정의합니다. 한국신종교사전은 한자로 空受라고 적기도 합니다. 공수는 일종의 신탁이기 때문에 반드시 신이 무당의 몸에 내린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공수를 하는 신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잡귀·잡신부터 조상, 산신, 천신처럼 우주만물을 다스린다고 여기는 모든 신이 공수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전은 이렇게 온갖 신을 모신다는 데서 서울 지방에서 무당을 '만신'이라고도 부른다고 덧붙입니다.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공수는 '신의 처지에서' 하는 말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신에게 복을 비는 축원이나, 사람의 처지에서 신에게 아뢰는 '분부사룀'과는 말하는 주체가 반대입니다. 축원이 "도와주십시오"라면, 공수는 "도와주마"인 셈입니다.
공수는 누가 하나 — 강신무와 세습무의 차이
공수는 주로 중부 이북 지방의 강신무(降神巫)에게서 나타납니다. 강신무는 신병(무병)이라는 종교 체험을 거쳐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 사람을 말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강신무」 항목은 강신무의 첫째 특징으로 "굿을 할 때 신의 뜻을 전하는 공수를 한다"는 점을 꼽고, 이것이 신의 뜻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말(신어, 神語)을 직접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무당」 항목도 강신무가 공수를 내려 "신의 뜻을 무당의 육성으로 전한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남부 지방에 많은 세습무(世襲巫)는 집안 대대로 무업을 이어받은 무당입니다. 「공수」 항목에 따르면 세습무에게도 공수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뚜렷하지 않고, 대부분은 사람의 처지에서 신에게 비는 축원 형식이라고 합니다. 또 세습무는 대(竹)를 통해 신이 내리게 하여 간접적으로 점을 치는데, 강신무는 신의 뜻이 무당의 말로 바로 전해진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래서 흔히 "신내림 받은 무당은 공수를 준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공수의 형식 — 자기소개, 호령, 그리고 노래 같은 말
공수의 말투는 일정하지 않습니다. 「공수」 항목은 보통 말하듯 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에는 "어…… 구차 욕심 많은 대감이 아니시리."처럼 신이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호령을 하거나 노래와 말의 중간쯤 되는 선율로 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때로는 신이 흥이 나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공수를 하기도 합니다.
특이한 예로 '태주무당'이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영혼이 실려 점을 친다는 무당인데, 사람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려고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배로 소리를 내는 복화술(腹話術)로 공수를 한다고 사전은 기록합니다. 일반 무당보다 '신의 목소리에 가까운 음성'으로 말한다는 점이 다르지만, 신의 뜻을 말로 전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공수가 꼭 일방적인 것도 아닙니다. 신의 말을 듣기만 할 때도 있지만, 굿을 의뢰한 사람이 신과 직접 말을 주고받으며 서운했던 마음을 풀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사전은 공수의 내용이 대개 처음에는 신이 원한이나 불만을 털어놓으며 사람을 위협하다가, 대화를 나눈 뒤에는 "이왕지사 왔던 길에 재수 사망이나 섬겨주마", "도와주마" 같은 말로 복과 재수를 약속하며 끝나는 흐름이라고 설명합니다.
말문과 공수 — 내림굿에서 처음 열리는 신의 말
공수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말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말문」 항목에 따르면, 무당의 입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신이라 하여 그 말을 신어라고 하는데, 그중 맨 처음 나온 신어를 말문이라 하고 그 뒤의 신어를 공수라고 부릅니다. 다만 경상도 지방에서는 신탁 전체를 말문이라 하여 '말문 연다', '말문 준다'고 하는데, 이 '말문 준다'가 서울 무당의 공수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말문이 처음 열리는 자리는 내림굿입니다. 「내림굿」 항목과 국립국악원 국악사전에 따르면, 서울 지역 내림굿에서는 상산거리에서 신명상을 차리고, 강신자가 방울과 부채를 들고 춤을 추다가 몸에 신이 내리면 무당이 "어느 신이 드셨느냐?"고 묻습니다. 강신자가 자기에게 내린 신의 이름을 모두 대고 나서 둘러선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는데, 이것을 '말문 연다'고 합니다. 「강신무」 항목은 신의 말을 대신하는 것이 강신무의 기본 요건이어서, 말문이 열려야 비로소 무당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고 설명합니다. 내림굿 끝무렵에는 새로 무당이 된 사람이 용하다 하여 구경꾼들이 다투어 공수받기를 원한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굿판의 공수 — 공식공수와 개별공수
굿판에서 공수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경희대 홍태한 교수의 논문 「강신무굿판의 공수의 의미와 기능」(『남도민속연구』) 초록은 서울굿 사례를 분석해 공수를 두 가지로 나눕니다. 모든 굿판에 공통으로 나오는 '공식공수'와, 굿을 하는 집의 사정에 맞춰 달라지는 '개별공수'입니다. 공식공수는 굿의 흐름을 일정하게 지켜 주고 무가가 대대로 전승되게 돕는 고정된 틀이고, 개별공수는 그 집의 사정을 반영해 굿의 본래 목적을 이루게 하는 유동적인 말이라는 설명입니다.
같은 초록은 무당이 공수를 할 때 쓰는 말하기 방식을 '확신 주기', '대신 말해 주기', '위로하고 달래기'로 정리합니다. 무복과 무구 등 굿판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굿의 목적은 결국 말로 이루어지고, 그 대표가 공수라는 것입니다. 실제 굿 사진에서도 부군당굿 상산거리나 도당굿에서 무당이 공수를 주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런 장면 사진을 「공수」 항목에 함께 싣고 있습니다.
신점에서 공수를 들을 때 알아 두면 좋은 점
점집에서 상 위에 쌀이나 동전을 놓고 점을 칠 때도, 「공수」 항목에 따르면 일정한 형식을 거쳐 공수를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즉 신점에서 무당이 들려주는 말은 무당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몸주신이나 모시는 신의 말이라는 형식을 띱니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신의 처지에서 꾸짖거나 달래는 말투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수를 들을 때는 처음에 나오는 서운함이나 경고의 말에만 매달리기보다, 사전이 설명하듯 공수가 원래 대화를 거쳐 화합과 복을 약속하는 흐름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궁금한 점은 차분히 되묻고, 무당과 대화하듯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공수의 본래 모습에 가깝습니다. 무당마다 모시는 신과 말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한 번의 공수를 절대적인 결론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태도가 바람직합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공수」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4360 / 「강신무」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1266 / 「무당」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8976 / 「말문」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7824 / 「내림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2433 / 국립국악원 국악사전 「내림굿」 https://www.gugak.go.kr/ency/topic/view/1158 / 한국신종교사전 「공수」 https://dic.newreligions.org/subPage/detail/index.jsp?no=220 / 홍태한, 「강신무굿판의 공수의 의미와 기능」, 『남도민속연구』(KCI)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51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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