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방기(오방신장기)는 무당이 굿에서 쓰는 다섯 가지 색 깃발로, 동·서·남·북·중앙 다섯 방위를 지키는 신령인 오방신장을 상징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오방기는 각 방위를 지키는 진호(鎭護), 잡귀를 쫓는 축사(逐邪), 운수를 점치는 점복(占卜)의 세 가지 기능을 가집니다. 굿판에서 깃발을 말아 손잡이만 내밀고 하나를 뽑게 하는 '기뽑기'에서는 전통적으로 빨간 기(적색)가 큰 재수, 노란 기(황색)가 조상, 흰 기(백색)가 천신, 파란 기(청색)가 우환, 검은 기(흑색)가 죽을 운수를 뜻한다고 풀이했습니다.
무당 집이나 신당, 굿 영상에서 알록달록한 깃발 다섯 개를 한 묶음으로 들고 춤추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신점을 보러 간 자리에서 "기 하나 뽑아 보세요"라는 말을 들은 분도 계실 테고요.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신기」, 「신장」, 「신장굿」, 「오방신장」, 「제비뽑기」 항목을 바탕으로 오방기의 뜻과 색깔별 의미, 그리고 굿판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방기란? — 무당의 굿에서 쓰는 다섯 색 신장기
백과사전은 무당이 굿에서 사용하는 깃발을 통틀어 '신기(神旗)'라고 부르는데, 무속에서 쓰는 깃발이 사실상 오방신장기, 곧 신장기밖에 없기 때문에 신기라고 하면 곧 신장기를 가리킨다고 설명합니다. 신장기는 방위를 상징하는 검정·파랑·노랑·하양·빨강의 다섯 기로 이루어져 있어 흔히 '오방기'라고 줄여 부릅니다.
이 다섯 깃발의 근거는 무당들이 읽는 경문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무경(巫經)의 하나인 『철망경(鐵網經)』에는 동방청신기(東方靑神旗), 남방적신기(南方赤神旗), 서방백신기(西方白神旗), 북방흑신기(北方黑神旗), 중앙황신기(中央黃神旗)가 나옵니다. 동쪽은 파랑, 남쪽은 빨강, 서쪽은 하양, 북쪽은 검정, 가운데는 노랑이라는 오방색의 짝이 그대로 깃발에 담긴 셈이지요.
오방신장은 어떤 신일까 — 다섯 방위를 지키는 장군신
오방기의 주인은 오방신장(五方神將)입니다. 오방신·오방장군이라고도 하며,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방위를 맡아 잡귀와 악신을 몰아낸다고 믿어지는 신이에요. 신장(神將)이란 신의 부림을 받는 장수라는 뜻으로, 본래 도교 계통의 신격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백과사전은 적고 있습니다. 동쪽에는 청제(靑帝), 서쪽에는 백제(白帝), 남쪽에는 적제(赤帝), 북쪽에는 흑제(黑帝), 중앙에는 황제(黃帝) 신장이 있다고 하고, 방위를 상징하는 청룡·백호·주작·현무 같은 동물과도 이어집니다. 『악학궤범』과 오늘날의 처용무에서 오방처용이 나와 사방의 잡귀를 쫓는 장면도 같은 생각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무속 현장에서는 다섯 신장을 따로따로 섬기기보다 하나의 신격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무신도(巫神圖)에 다섯 신장이 한 화폭에 함께 그려지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백과사전은 오방신장이 무속의 중요한 신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관우를 모시는 서울 지역 무당들, 이른바 전내(殿內)의 등장과 관제신앙의 확대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오방기 색깔별 의미 — 빨강은 재수, 검정은 흉한 운
굿판에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깃발 색깔의 뜻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장굿」 항목은 오방신장기의 각 기가 본래 색깔에 따른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적색(빨간 기)은 큰 재수의 색깔로 여겨집니다. 황색(노란 기)은 조상을 상징합니다. 백색(흰 기)은 천신(天神), 곧 하늘의 신을 상징합니다. 청색(파란 기)은 우환을 뜻합니다. 흑색(검은 기)은 죽을 운수를 뜻합니다.
「신장」 항목도 홍기(빨간 기)가 가장 좋고 흑기(검은 기)가 가장 나쁘다고 적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도교의 관점과 무당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에요. 도교에서는 사방을 뜻하는 청·홍·백·흑보다 중앙을 상징하는 황색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황제신앙이 있지만, 무당에게는 오히려 붉은색이 가장 길한 색으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백과사전은 이것을 무속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색을 보는 관점 때문이라고 풀이합니다.
색깔에도 시대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단골들이 흑색과 청색 두 기를 싫어하자, 무당들이 그 색을 각각 청색과 연두색으로 바꾸었다고 백과사전은 전합니다. 요즘 보는 오방기에 검정 대신 파랑, 파랑 대신 연두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은 이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기뽑기 하는 법 — 굿판의 신점과 오방기 점
오방기로 점을 치는 것을 '기뽑기' 또는 '오방기 뽑기'라고 합니다. 서울 지역 굿에서 가장 특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데, 무당은 청·홍·백·황·흑 다섯 기를 들고 춤을 춘 다음 깃대를 한데 모아 깃폭으로 감아쥐고, 손잡이만 의뢰한 사람이나 손님에게 내밀어 하나를 고르게 합니다. 그리고 뽑힌 기의 색깔을 보고 운수를 점쳐 줍니다. 만약 흑기가 나오면 무당은 주술적으로 잡귀를 쫓은 뒤 다시 뽑게 해서 홍기가 나오도록 한다고 해요. 나쁜 점괘를 그대로 두지 않고 굿으로 풀어 주려는 마음이 담긴 장면이지요.
백과사전 「제비뽑기」 항목은 무속에서 오방기를 빼는 것을 산가지 점, 쌀이나 돈을 던져 보는 척미점·척전점과 함께 '객관적·인위적 점복' 형식의 제비뽑기로 분류합니다. 우연히 뽑힌 결과를 신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아주 오래된 점의 방식과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오방신장」 항목은 깃발 색에 따라 좋고 나쁜 점을 치고, 그에 따라 방비와 예방을 하며 액운을 막고 재수를 불려 주는 주술적 의례라고 그 의미를 설명합니다.
신장거리와 병굿 — 굿판에서 오방기가 쓰이는 장면
오방기가 가장 크게 활약하는 곳은 서울·중부 지역 굿의 신장거리입니다. 「신장굿」 항목에 따르면 신장거리는 전통 천신(薦新)굿에서 전안거리와 작두거리(또는 장수거리) 사이에, 안당사경맞이에서는 별상거리와 대감거리 사이에 행해집니다. 무당은 협수(동달이)와 전복을 입고 벙거지를 쓴 뒤, 오른손에는 적색·황색·청색 기를, 왼손에는 백색과 흑색 기를 나누어 들고 춤을 추다가 신령이 내리면 공수를 줍니다. 이어서 기를 말아 자루 끝만 내보여 제가집 식구와 단골들에게 하나씩 고르게 하고, 마지막에는 오방기를 말아 어깨에 메고 신장타령을 불러 신령을 즐겁게 한 뒤 돌려보낸다고 해요.
병을 고치기 위한 병굿에서도 오방기가 쓰입니다. 무당은 신기로 환자의 몸을 때리거나 쓸어내리며 몸에 붙었다고 여겨지는 잡귀잡신을 쫓습니다. 19세기 말 난곡이 쓴 『무당내력(巫堂來歷)』은 신장거리를 '축귀(逐鬼)거리'라고 부르며 "오색기로 지휘하는 오방신장은 일체 잡귀잡신과 제반 살(殺)을 물리친다. 근래에는 병 치성에서 많이 행하여진다"고 적었습니다. 백과사전은 이 신장거리가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를 통해 들어온 관제신앙이 중부 지역 무속에 편입되면서 17세기 중엽쯤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원래 신장기는 중국에서 유래한 신령을 모시는 전내 계급의 무당이 주로 봉안하고 사용했고, 이들은 축원과 점복만 하고 가무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부터 무당 사회의 계급 구분이 흐트러지면서 다른 만신들도 신장기를 쓰게 되었다고 백과사전은 설명합니다.
다음에 무당의 신당이나 굿판에서 오방기를 보시게 되면, 빨강·노랑·하양·파랑·검정 다섯 깃발에 다섯 방위를 지키는 신장의 위엄과 사람의 운수를 살펴 주려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을 떠올려 보세요. 기 하나를 뽑는 짧은 순간에도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리 무속의 이야기가 들어 있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기」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2713 , 「신장」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3329 , 「신장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3331 , 「오방신장」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8255 , 「제비뽑기」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1292
👉 신이말했다 카페 가입하고 새 글 알림 받기: https://cafe.naver.com/910401
사이트: https://sinimalhaetda.com
카카오채널: http://pf.kakao.com/_XrLFX
![[광고] (주)아크 반려동물 용품 OEM 생산 010-6298-5336](/static/ads/ark_oem_banner_wide.jpg?v=2)
댓글 0
댓글은 승인된 회원만 쓸 수 있어요. 로그인 ·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