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샬롬(שָׁלוֹם, shalom)은 '평화, 평안'을 뜻하는 히브리어로, 오늘날 이스라엘에서는 "안녕하세요"와 "잘 가세요"를 함께 뜻하는 일상 인사말입니다. 다만 성경 속 샬롬은 단순히 싸움이 없는 상태를 넘어 '온전함, 부족함 없음, 안녕'까지 품은 넓은 말이어서, 우리말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문맥에 따라 평강, 평안, 화평, 평화, 안녕 등으로 나누어 옮겨졌습니다. 교회에서 "샬롬!" 하고 인사하는 것은 "하나님의 평강이 당신에게 가득하기를"이라는 축복을 건네는 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예배 끝 축도에서 듣는 "평강", 성탄 찬양 속 "평화의 왕",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 인사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는 모두 이 한 단어와 닿아 있습니다. 오늘은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본문과 위키백과 '샬롬' 항목(한국어·영어판), 유대교 전례 자료를 바탕으로 샬롬의 어원과 뜻, 구약과 신약에서 쓰인 장면, 그리고 오늘날 인사말로 쓰이는 방식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샬롬 뜻과 어원 — 세 글자 뿌리 'ㅅ-ㄹ-ㅁ'에서 나온 '온전함'
히브리어 낱말은 대개 자음 세 개로 된 '어근'에 모음과 덧붙는 글자가 붙어 여러 단어로 갈라져 나옵니다. 영어 위키백과 '샬롬' 항목에 따르면 샬롬은 쉰(ש)·라메드(ל)·멤(מ), 우리말로 옮기면 'ㅅ-ㄹ-ㅁ'에 해당하는 어근(Š-L-M)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뿌리에서 '온전한, 완전한'을 뜻하는 샬렘(shalem), '완벽한'을 뜻하는 무쉴람(mushlam), '값이 치러졌다'는 뜻의 슐람(shulam) 같은 말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샬롬의 중심 의미를 '평화' 이전에 '모자람 없이 온전한 상태'로 봅니다.
이 어근은 히브리어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샬롬이 아랍어 '살람(salam)'과 같은 어원을 가진 말이라고 설명하고, 영어 위키백과는 몰타어 슬리엠, 신아람어 슐라마, 에티오피아 셈어 살람이 모두 같은 원시 셈어 뿌리에서 나왔다고 정리합니다. 고대 아시리아어에서도 '살라무'는 온전하다·해를 입지 않았다·값을 치렀다는 뜻으로, '술무'는 안녕·복지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슬람권 인사 "앗살라무 알라이쿰"과 유대인의 "샬롬 알레이켐"이 거의 같은 뜻("당신에게 평화가")인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름에도 이 뿌리가 남아 있습니다. 위키백과는 남자 이름 슐로모(우리에게 익숙한 '솔로몬'), 여자 이름 슐라밋, 살로메 등을 샬롬과 관련된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성경을 읽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을 만나면 그 안에 평화를 뜻하는 말이 숨어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구약 성경 속 샬롬 — 안부 인사에서 나라를 위한 기도까지
구약에서 샬롬은 생각보다 훨씬 일상적인 말로 먼저 등장합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성경 속 샬롬의 쓰임을 다른 사람의 안부(창세기 43장 27절, 출애굽기 4장 18절), 나라 사이의 약조(열왕기상 5장 12절), 도시나 나라의 안녕을 비는 기도(시편 122편 6절, 예레미야 29장 7절)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창세기 43장 27절에서 총리가 된 요셉은 형들에게 "너희 아버지 너희가 말하던 그 노인이 안녕하시냐"라고 묻습니다. 여기서 '안부를 묻다', '안녕하시냐'에 쓰인 말이 바로 샬롬입니다. 사무엘상 25장 6절에서 다윗이 나발에게 보낸 인사는 샬롬이 세 번 겹쳐 나오는 대표적인 구절로, 개역개정은 "너는 평강하라 네 집도 평강하라 네 소유의 모든 것도 평강하라"라고 옮겼습니다. 사람 하나만이 아니라 집과 재산까지 두루 편안하기를 비는 말이라는 점에서 샬롬의 넓은 뜻이 잘 드러납니다.
열왕기상 5장 12절에서는 "히람과 솔로몬이 친목하여 두 사람이 함께 약조를 맺었더라"라고 기록합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다툼 없이 좋은 관계가 맺어진 상태도 샬롬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시편 122편 6절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는 성도들이 도시의 평화를 위해 기도할 때 즐겨 인용하는 말씀입니다.
특히 예레미야 29장 7절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백성에게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라고 말합니다. 원수의 도시를 위해서도 샬롬을 구하라는 이 말씀은, 샬롬이 나와 내 편만의 평안이 아니라 함께 사는 공동체 전체의 안녕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민수기 6장 제사장의 축복과 '여호와 샬롬'
샬롬이 가장 아름답게 쓰인 구절로 꼽히는 것이 민수기 6장 24~26절, 흔히 '아론의 축복' 또는 '제사장의 축복'이라 부르는 말씀입니다. 개역개정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세 줄로 이어지는 축복이 마지막에 '평강', 곧 샬롬으로 끝납니다. 이어지는 27절은 "그들은 이같이 내 이름으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축복할지니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라고 덧붙여, 이 축복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포되는 것임을 밝힙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예배를 마칠 때 이 구절을 축도로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사기 6장에는 '여호와 살롬'이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미디안의 압제 아래서 여호와의 사자를 만난 기드온은 죽을까 두려워했고, 하나님은 "너는 안심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죽지 아니하리라"(23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기드온은 "여호와를 위하여 거기서 제단을 쌓고 그것을 여호와 살롬이라 하였더라"(24절)라고 기록됩니다. '여호와는 평강이시다'라는 뜻입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유대교 탈무드에 "하나님의 이름은 '평화'"라는 말이 있어 화장실 같은 곳에서는 샬롬으로 인사하지 않는 관습이 있고, 이런 성경 구절을 근거로 일부 그리스도인은 샬롬을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 가운데 하나로 가르친다고 소개합니다.
메시아 예언에도 샬롬이 등장합니다. 이사야 9장 6절은 오실 아기의 이름을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평강의 왕'은 히브리어로 '사르 샬롬'이며, 성탄절 예배와 헨델의 메시아 합창에서 자주 듣는 구절입니다. 이사야 53장 5절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에서도 '평화'는 샬롬으로, 고난받는 종의 희생을 통해 사람이 하나님과 다시 온전한 관계를 회복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신약 성경에서 이어지는 샬롬 —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신약 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샬롬이라는 히브리어 단어 대신 '평화'를 뜻하는 헬라어 에이레네(εἰρήνη)가 쓰였지만, 그 바탕에는 구약의 샬롬이 깔려 있습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자주 쓰신 인사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Peace be unto you)가 '샬롬 알레이켐'을 옮긴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송하며 "또 그 집에 들어가면서 평안하기를 빌라 그 집이 이에 합당하면 너희 빈 평안이 거기 임할 것이요 만일 합당하지 아니하면 그 평안이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니라"(마태복음 10장 12~13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집에 들어가며 건네는 인사가 곧 샬롬의 축복이었던 셈입니다. 십자가를 앞둔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는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요한복음 14장 27절)라고 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문을 닫고 두려워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 처음 하신 말씀도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요한복음 20장 19절)였고, 21절에서 같은 인사를 한 번 더 하신 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라고 사명을 맡기십니다. 두려움 속에 있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건넨 말이 샬롬이었다는 점은 많은 설교에서 강조되는 대목입니다.
바울 서신은 거의 모두 "은혜와 평강"으로 문을 엽니다. 로마서 1장 7절은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라고 인사합니다. 헬라식 인사의 '은혜'와 유대식 인사의 '평강'을 함께 묶은 표현으로 흔히 해설됩니다. 빌립보서 4장 7절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에베소서 2장 14절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산상수훈의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태복음 5장 9절)도 모두 이 흐름 안에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13장 11절은 "평안할지어다 또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라고 끝맺는데, 영어 위키백과 '거룩한 입맞춤' 항목은 초대교회 교부 테르툴리아누스가 집을 나서기 전 거룩한 입맞춤을 하며 "이 집에 평화를"이라고 말하라고 썼다고 전합니다. 오늘날 여러 교회 예배의 '평화의 인사' 순서가 바로 이 전통에서 이어진 것입니다.
오늘날의 샬롬 인사말 — 샤밧 샬롬, 샬롬 알레이켐, 마 슐로므카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샬롬은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쓰는 가장 흔한 인사입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이를 하와이어 '알로하', 이탈리아어 '차오', 한국어 '안녕'과 같은 쓰임으로 비교합니다. 함께 알아 두면 좋은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샬롬 알레이켐은 "당신에게 평안이 있기를"이라는 정식 인사이고, 대답은 순서를 바꿔 "알레이켐 샬롬"이라고 합니다. 아랍어 "앗살라무 알라이쿰"과 짝을 이루는 표현입니다. 샤밧 샬롬은 "평안한 안식일 되세요"라는 뜻으로, 금요일 해질녘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 이어지는 안식일에 주고받습니다. 마 슐로므카는 "어떻게 지내세요?", 직역하면 "당신의 샬롬은 어떻습니까?"라는 안부 인사입니다. 세상을 떠난 존경받는 사람의 이름 뒤에는 "그에게 평안이"라는 뜻의 알라브 하샬롬을 붙이기도 하고, 카디시 같은 유대교 기도문은 "평화를 이루시는 분"(오세 샬롬)이라는 구절로 마무리됩니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금요일 밤 회당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안식일 저녁 식사 전에 '샬롬 알레이켐'이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영어 위키백과 해당 항목에 따르면 이 노래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갈릴리 사페드의 카발라 학자들이 지은 전례시로, 안식일 저녁 사람을 집까지 배웅한다는 천사들을 "평화의 천사들이여, 평화롭게 오소서"라고 맞이하는 내용입니다. 여러 곡조가 전해지며 각 절을 세 번씩 부르는 가정도 많다고 합니다.
유대교 전통도 샬롬을 매우 높게 여깁니다. 위키백과는 탈무드의 "토라 전체가 평화의 길을 위해 있다"는 말과, 중세 학자 마이모니데스가 『미쉬네 토라』에서 "평화는 위대하다. 토라 전체가 세상에 평화를 이루기 위해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쓴 대목을 소개합니다. 미국 신학자 코넬리우스 플랜팅가는 성경의 샬롬을 "하나님과 사람과 모든 피조물이 정의와 충만과 기쁨 안에서 하나로 엮인 상태, 곧 세상이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이라고 풀었습니다.
정리 — 교회에서 "샬롬" 하고 인사할 때 담기는 뜻
샬롬은 '평화'라는 한 단어로 옮기기에는 아까울 만큼 넓은 말입니다.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고 온전한 것, 집과 살림이 부족함 없는 것, 사람과 사람·나라와 나라가 다투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 상태를 모두 아우릅니다. 그래서 개역개정 성경도 한 단어를 평강, 평안, 화평, 평화, 안녕으로 나누어 옮겼습니다.
교회에서 "샬롬!" 하고 인사할 때, 예배 끝 축도에서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를 들을 때, 성탄절에 "평강의 왕"을 노래할 때, 그 말 안에는 민수기의 제사장 축복부터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 인사까지 이어지는 오랜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만나는 누군가에게 "샬롬", 곧 "당신의 삶이 온전하고 평안하기를" 하는 마음을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아멘, 임마누엘, 호산나처럼 교회에서 자주 쓰는 다른 말의 뜻도 신이말했다 개신교 게시판에서 함께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성경(창세기 43:27, 민수기 6:24~27, 사사기 6:23~24, 사무엘상 25:6, 열왕기상 5:12, 시편 122:6~7, 이사야 9:6·53:5, 예레미야 29:7, 마태복음 5:9·10:12~13, 요한복음 14:27·20:19~21, 로마서 1:7, 고린도후서 13:11, 에베소서 2:14, 빌립보서 4:7), 위키백과 「샬롬」(한국어판·영어판), 영어 위키백과 「Shalom Aleichem (liturgy)」·「Holy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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