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부거리(창부굿)는 서울·경기 지방의 굿에서 광대신인 창부신을 모시는 굿거리로, 서울과 인천 지역 굿에서는 열두거리 가운데 마지막 뒷전거리 바로 앞인 열한 번째 거리에 들어갑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창부굿' 항목(김태곤 집필)에 따르면 창부는 생전에 피리나 젓대를 잘 불던 이름난 광대가 죽어 신으로 추앙된 존재이며, 창부거리의 핵심은 〈창부타령〉을 불러 일 년 열두 달에 드는 횡수(뜻밖의 나쁜 운수)를 막아 주는 데 있습니다. 아래에서 창부 뜻, 굿 속 순서, 창부옷과 부채, 창부공수와 창부타령, 무신도 속 창부씨, 경기민요 창부타령과의 관계를 출처에서 확인한 내용만으로 정리합니다.
1. 창부 뜻 — 피리와 젓대를 불던 광대가 신이 되다
창부(倡夫)는 무속에서 광대신(廣大神)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생전에 피리나 젓대를 잘 불던 명성 높은 광대가 세상을 떠난 뒤 창부신으로 받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신종교사전의 '창부거리' 항목도 같은 내용을 전하며, 창부거리를 서울·경기도 지방의 굿에서 창부신을 모시는 굿거리로 정의합니다.
왜 하필 광대가 신이 되었을까요. 백과사전은 그 이유를 굿판의 구성에서 찾습니다. 굿을 할 때 피리나 젓대를 부는 악공(樂工) 광대는 무당의 남편이나 직계가족인 경우가 많아 무속과 깊이 얽혀 있었고, 그래서 창부신이 일 년 열두 달의 횡수를 막아 주는 수호신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입니다. 굿은 무당 혼자 하는 의례가 아니라 장구, 피리, 젓대를 맡는 악사와 함께 만들어 가는 판이었고, 그 악사들의 존재가 하나의 신령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무당이나 점집에서 신점을 볼 때 '창부씨', '광대씨'라는 이름을 들었다면 바로 이 창부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역사넷의 무신도 해설은 창부씨를 광대씨라고도 부르며, 액을 막아 준다고 소개합니다.
2. 창부거리는 굿에서 몇 번째에 들어갈까
서울·경기 굿은 여러 신령을 차례로 모시는 거리로 이어집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무복' 항목에 정리된 서울 지역 굿의 거리 순서를 보면 대감거리, 불사제석거리, 호구거리, 성주거리, 군웅거리를 지나 열한 번째로 창부거리가 오고, 마지막 열두 번째가 뒷전거리입니다. 즉 창부거리는 큰 신령들을 모두 모신 뒤, 잡귀를 풀어먹이는 뒷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놓인 흥겨운 거리입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도 있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지역 굿에서는 열두거리 가운데 열한 번째에 창부거리가 들어가지만, 경기도 화성 지역 굿에서는 열다섯 거리 가운데 열 번째에 '창부서낭거리'라는 이름으로 들어갑니다. 같은 창부신이라도 지역 굿의 구성에 따라 자리와 이름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입니다. 실제 굿에서 거리 수와 순서는 무당의 계통과 굿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창부옷과 부채 — 초록 몸통에 색동 소매
창부거리를 할 때 무당은 '창부옷'으로 갈아입습니다. 백과사전 '창부굿' 항목은 창부옷을 화장이 길고 소매가 넓은 색동 팔에, 몸통은 초록색이며 앞과 양 겨드랑이 밑까지 터지고, 길이는 무릎까지 닿아 움직이기 편하게 만든 무복이라고 설명합니다. '무복' 항목 역시 창부옷을 초록색 바탕에 양 소매가 색동이고 양옆구리가 터졌으며 앞섶과 뒷섶이 무릎 위에 닿을 만큼 짧은 옷으로 적고 있습니다.
무당은 이 옷을 입고 오른손에 부채를 들어 창부신을 상징합니다. 백과사전에 실린 창부거리 무복 사진 설명에는 색동옷에 초립을 쓰고 오른손에 삼불부채를 든 모습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뛰고 노는 광대의 성격에 맞게 활동하기 편한 옷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무복 항목은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을 전합니다. 무당은 어느 거리에서나 무복의 옷고름이나 단추를 매지 않고 양팔만 꿰어 몸에 걸치는데, 이는 신이 무당의 몸에 자유롭게 내리고 돌아가도록 하려는 뜻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창부옷을 입는 순간 무당은 창부신으로 바뀌어 창부신의 역할을 하며 굿을 이어 갑니다.
4. 창부청배·창부공수·창부타령 — 열두 달 횡수를 막는 노래
창부거리는 '창부청배(倡夫請拜)'로 시작합니다. 창부신을 불러 모시면 무당에게 신이 내리고, 무당의 입에서 창부신의 말인 '창부공수'가 나옵니다. 공수는 신이 무당의 입을 빌려 하는 말로, 굿을 의뢰한 집안에 신의 뜻을 전하는 순서입니다.
공수 다음에는 무가 〈창부타령〉을 부릅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무가는 앞부분에 노정기(路程記)가 붙어, 남원(南原)의 광대가 서울로 올라오는 과정을 노래합니다. 남원에서 올라온 광대가 서울 성안에서 한동안 놀고 난 뒤, 일 년 열두 달에 드는 횡수를 하나씩 막아 냅니다. 정월에 드는 횡수는 2월 개춘에 막고, 2월 한 달에 드는 횡수는 삼짇날로 막는 식으로 섣달까지 이어 가는 것입니다.
백과사전은 창부굿의 주요 기능이 바로 이 〈창부타령〉 속에서 일 년 열두 달의 횡수를 막아 주는 데 있다고 정리합니다. 굿판에서 창부거리가 유난히 흥겹고 노래가 길게 이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재수굿처럼 집안의 복을 비는 굿에서 창부거리는 한 해의 액을 미리 막아 달라는 바람을 노래와 춤으로 풀어내는 순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5. 무신도 속 창부씨 — 인왕산 국사당의 피리 부는 광대
창부신은 그림으로도 전해집니다. 우리역사넷의 무신도 해설에 따르면 서울 인왕산 국사당(國師堂)에 걸린 무신도 가운데 창부씨 그림이 있는데, 피리를 불며 줄을 타고 있는 모습으로 공중에 떠 있는 자세가 마치 춤을 추는 듯 흥겹게 그려져 있습니다. 같은 해설은 굿의 악사가 신이 된 창부씨가 젓대를 연주하는 도상을, 삼불제석이 징이나 꽹과리를 든 그림과 함께 악기를 다룬 대표적인 무속화로 꼽습니다.
무당 신당에 모신 무신도에서 악기를 든 광대 모습의 신령을 보았다면 창부씨일 가능성이 큽니다. 신당마다 모시는 신령과 그림은 다르므로, 궁금하다면 그 무당에게 어떤 신령인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6. 경기민요 창부타령과의 관계, 그리고 정리
오늘날 '창부타령'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경기민요를 먼저 떠올립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창부타령' 항목(서한범 집필)에 따르면 이 노래는 원래 노랫가락과 함께 무당들이 부르던 무가였는데, 점차 세상에 퍼지면서 경기민요의 대표곡이 되었습니다. 굿거리장단에 맞춰 부르는 흥겨운 노래이며, 대부분의 민요가 메기고 받는 형식인 것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곡조에 얹어 부르는 사설은 약 30여 종이 있다고 백과사전은 전합니다. 부채춤이나 무당춤 같은 민속무용의 반주음악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정리하면 창부거리는 피리와 젓대를 불던 광대가 신이 된 창부신을 모시는 서울·경기 굿의 거리로, 무당은 초록 몸통에 색동 소매의 창부옷을 입고 부채를 들며, 창부공수와 〈창부타령〉으로 일 년 열두 달의 횡수를 막아 줍니다. 굿을 상담하거나 신점을 볼 때 창부거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의미를 떠올려 보세요. 다만 굿의 구성과 비용, 거리 수는 무당의 계통과 지역에 따라 다르니 믿을 수 있는 무당과 충분히 이야기한 뒤 정하시길 권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로 무당 공수 뜻, 재수굿 뜻, 뒷전 뜻, 군웅굿 뜻, 인왕산 국사당 글도 신이말했다 무속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창부굿'(김태곤)·'무복'(김태곤)·'창부타령'(서한범), 한국신종교사전 '창부거리', 우리역사넷(국사편찬위원회) 무신도 해설 '창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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