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님굿은 마마(천연두)를 일으킨다고 믿었던 '손님신'을 정성껏 대접한 뒤 말에 태워 곱게 돌려보내는 무속 굿거리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님굿」 항목(서대석 집필)은 손님굿을 "마마(천연두)를 주관하는 손님신을 모시는 굿거리"로 정의하고, 지역에 따라 별상거리, 호구거리, 손굿, 손님풀이, 마누라배송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서울과 중부 지방의 무당굿에서는 별상거리·호구거리로, 동해안에서는 손님굿으로, 제주도에서는 마마배송굿(마누라배송)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금은 독립된 굿보다는 큰굿 속의 한 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가 얼굴에 붉은 반점이 돋으면 집안 어른들이 "마마님이 오셨다"며 말소리를 낮추고 몸가짐을 조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쓰는 '마마 자국', '곰보'라는 말, 굿판에서 무당이 붉은 옷을 입고 위엄 있게 호령하는 별상거리 장면은 모두 이 천연두 신앙의 흔적입니다. 이 글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손님굿」, 「마마배송굿」, 「병굿」, 「굿」, 「종두」, 「지석영」 항목과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마마배송굿」 해설을 바탕으로 손님굿의 뜻, 손님신의 이름, 동해안 손님굿의 순서, 서울 마마배송굿의 모습, 제주 마누라배송, 그리고 종두법 이후의 변화까지 차례로 정리한 것입니다.
1. 손님굿 뜻과 '손님'이라는 이름의 유래
손님은 마마, 곧 천연두를 주관하는 신을 무속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손님굿은 이 손님신에게 올리는 무속 제의입니다. 천연두는 두창(痘瘡), 포창(疱瘡)이라고도 하며 속칭 '마마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마마배송굿」(김창호 집필)에 따르면 천연두신은 호구별성(戶口別星), 별성, 별상, 호구신, 마마님, 손님, 강남대한국마마님 등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왜 하필 '손님'일까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천연두신이 외국에서 건너왔다고 여겨 손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이 주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동해안별신굿의 손님굿 무가에는 "조선이 살기 좋다 하여 강남대한국에서 손님 쉰세 분이 들어오다가 쉰 분은 도로 돌아가고 세 분만이 압록강을 건넜다"는 대목이 나오고, 이능화도 「조선무속고」에서 두신(痘神)이 강남에서 왔기 때문에 손님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적었습니다. 집에 찾아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병을 가져온 신을 정성껏 모시면 병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손님신이 무서운 신으로 여겨진 이유도 분명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병굿」 항목은 천연두가 무서운 전염성과 높은 사망률을 지녔고 얼굴에 흉한 자국을 남기는 병이어서 많은 사람이 몹시 두려워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병을 마마손님이 시키는 것으로 믿고, 신을 맞이해 극진히 정성을 다함으로써 무사히 병을 넘기려 했습니다.
2. 지역마다 다른 이름, 별상거리·호구거리·손굿·마누라배송
같은 손님신을 모시는 의례라도 지역마다 이름과 비중이 다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님굿」 항목에 따르면 서울과 중부 지역에서는 '별상거리' 또는 '호구거리', 호남 지역에서는 '손굿', 제주도에서는 '마누라배송', 동해안 지역에서는 '손님굿'이라고 합니다. 남해안별신굿에서는 '손님풀이'라고도 부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함경도와 평안도 등 북부 지역의 큰굿 차례에는 손님굿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에서도 큰굿의 차례에는 들어 있지 않고, 작은 굿에서만 독립된 굿거리로 등장합니다. 손님굿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동해안 일대와 호남 지역이며, 이 지역에서는 대대로 무업을 이어 온 세습무들이 손님굿을 주관해 왔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굿」 항목은 치병을 목적으로 하는 굿 가운데 특정한 병을 고치기 위한 굿으로 천연두를 물리치는 별상굿, 손풀이, 마누라배송을 꼽습니다. 즉 손님굿은 병굿(우환굿)의 한 갈래이면서, 하나의 병을 겨냥한 가장 대표적인 치병굿이었습니다.
3. 동해안 손님굿 순서와 무가 '손님노정기' 이야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동해안 지역의 손님굿을 중심으로 진행 과정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무녀는 쾌자를 입고 종이 술이 달린 신간(神竿, 신대)을 메고 부채를 들고 등장해, 손님신이 오는 과정과 손님신의 위력을 노래합니다. 무가 속 손님신의 본고장은 강남 대왕국인데, 그곳의 대접이 소홀해 대한국으로 나오게 되고, 쉰세 분 가운데 쉰 분은 다른 곳으로 가고 세 분만 건너옵니다. 여러 강을 건너오는 이 여정을 중부와 호남 지방에서는 '호귀노정기(胡鬼路程記)'라 하여 따로 떼어 부르기도 합니다.
무가의 줄거리는 신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 화와 복이 갈린다는 내용입니다. 손님신을 태워 준 사공은 각시손님을 희롱한 탓에 아들 삼형제와 자기 목숨까지 잃습니다. 서울로 올라간 손님신은 오두막집 노할머니에게 대접을 잘 받고, 그 소개로 김장자 집을 찾아가지만 박대를 당합니다. 화가 난 손님신은 김장자의 아들 김철웅을 데려가고, 아들을 잃은 김장자는 지성으로 빌어 결국 아들을 되살립니다.
무가가 끝나면 손님신에게 축원을 올리고 마을의 안녕과 어린아이들의 무병을 빕니다. 무가가 불리는 동안 구경하던 사람들은 지폐를 꺼내 무녀가 멘 신간의 종이 술에 달아매며 무사하기를 빌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손님신이 정성껏 섬기면 병을 곱게 앓게 해 주고 괄시하면 벌을 내리는 존재로, 무속의 신이 거룩함보다 위력을 드러내는 '위현적(威顯的)' 존재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준다고 평가합니다. 전북 고창에서 구연되는 '손님풀이'에서는 손님신이 연지함과 분함을 끼고 다니며 정성이 지극한 집안은 곱게 보살피고 그렇지 않은 집안은 흉하게 앓게 한다고 전합니다.
굿의 마지막은 손님을 떠나보내는 배송입니다. 손님신이 강남으로 돌아갈 때 말을 타고 가라는 뜻에서 싸리나무로 말 모형을 만들고 오쟁이(짚으로 엮은 작은 섬)에 양식을 실어 보내는 상징적인 의례를 합니다. 이때 말을 끄는 마부가 신의 노정기를 읊는 마부타령을 부르는데, 마부와 무녀가 주고받는 입담과 연기 덕분에 동해안 손님굿은 연희성이 뛰어난 무극(巫劇)으로 평가받습니다.
4. 서울·경기 마마배송굿, 열사흘째 손님을 보내는 법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마마배송굿」 항목은 천연두에 걸린 지 13일째 되는 날 마마신을 공손하게 돌려보내는 굿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16세기 문인 묵재 이문건(1494~1567)은 『양아록(養兒錄)』에 손자가 천연두에 걸린 뒤 13일째, 얼굴의 딱지가 떨어질 즈음 마마배송굿을 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마마배송굿은 널리 행해진 무속 의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환자가 생기면 먼저 종이 깃대에 '강남호구별성사명기(江南戶口別星司命旗)'라고 써서 대문 앞에 꽂아 천연두를 앓는 집임을 알렸습니다. 고열로 환자가 헛소리를 하면 호구신이 환자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으로 여겼고, 발진이 돋기 시작하는 닷새 무렵부터 정화수를 떠 놓고 호구신을 맞이하는 기원을 시작했습니다. 호구신이 12일가량 몸에 머문다고 보아 13일째에 배송굿을 했습니다.
굿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구신을 태워 보낼 말, 곧 상마(上馬)입니다. 짚이나 싸리로 말을 만들고 등에 오쟁이 세 개를 달아 메, 떡과 마부의 수고비, 과일을 담고, 청·홍·황색 깃발과 붉은 일산을 세웠습니다. 천연두로 죽은 이들의 넋인 식문(瘜門)을 달래기 위해 팥죽을 담은 싸리바구니 위에 시루를 엎어 처마 밑에 두었다가 굿 중에 풀어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떡은 대부분 팥시루떡을 쓰되, 앞서 죽은 이를 위한 선생마마시루와 지금 앓는 이를 위한 후생마마시루 두 개는 백설기로 마련했습니다.
굿거리 가운데 특별한 것은 상마거리, 식문거리, 호구본풀이입니다. 상마거리에서는 마부와 무당이 재담을 주고받은 뒤 마부가 상마를 대문 밖으로 몰고 나가 근처 나무에 매달고, 호구본풀이(호구노정기)에서는 호구신의 유래와 성격을 노래해 왜 신을 잘 모시고 잘 보내야 하는지를 들려줍니다. 1908년 이해조의 신소설 『구마검』에는 "열사흘이 되거든 장안에 한골 나가는 만신을 청하고, 입담 좋은 마부나 불러 삼현육각에 배송 한 번을 쩍지게 내어 볼 터"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당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5. 제주 마마배송굿(마누라배송)과 '호옹' 하고 보내는 풍습
제주도에서는 천연두를 '마누라' 또는 '서진국마누라'라고 불렀기 때문에 마마배송굿을 '마누라배송'이라고도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마마배송굿」 항목(진성기 집필)에 따르면 마누라는 큰마누라와 작은마누라로 나뉘며, 이들을 돌림마누라라고도 부릅니다. 큰마누라와 작은마누라가 다투는 이야기는 굿에서 부르는 할망본풀이에 전해집니다.
마누라가 집에 들르면 밥 한 그릇, 찬물 한 사발, 미역채 등을 차린 마마배송상을 마련하고, 채롱 네 귀에 대나무를 꽂아 옷감 천을 달아 빌었습니다. 신을 내보낼 때는 혼례 때 신랑 신부를 모셔 가는 하인의 목소리처럼 "호옹" 하며 정중하게 내보냈는데, 후손을 위해 함부로 박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천연두에 걸리면 제주말로 "마누라또에 걸렸다"고 했고, 심방(제주의 무당)을 청해 비념을 했습니다.
제주 마마배송굿의 차례는 기원하는 장소와 시간, 연유를 아뢰는 국섬김, 맹진국할마님과 서진국마누라의 내력을 노래하는 삼승할망본풀이, 그리고 "서신홍신 마누라님 풀어주십시오"라는 사설로 마누라를 물리치는 마누라배송 순입니다. 예방을 위해 도시락짝에 대나무를 꽂고 물들인 천을 매달아 마누라를 태운 가마를 만든 뒤 백 보 밖에 가져다 버리기도 했는데, 이를 방쉬(放邪)라고 했습니다.
6. 종두법 이후의 손님굿, 지금은 별상거리로 남은 이유
손님굿이 쇠퇴한 가장 큰 이유는 천연두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종두」·「지석영」 항목에 따르면 지석영은 1879년 10월 부산 제생의원에서 두 달간 종두법을 익힌 뒤, 그해 12월 하순 처가가 있던 충주 덕산에서 40여 명에게 우두를 놓았습니다. 1880년에는 제2차 수신사를 따라 일본에 가서 두묘 제조법을 배워 와 서울에서 종두를 넓혔고, 1885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종두서인 『우두신설』을 펴냈습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의 천연두 근절 계획으로 환자가 줄어들어 1979년 천연두 근절이 선언되었습니다.
이해조의 『구마검』 속 인물이 "우두라 하는 것이 다 무엇인가, 그까짓 것으로 호구별성을 못 오시게 하겠군"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새 의술과 옛 믿음이 부딪치던 시대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결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병굿」 항목의 설명처럼 손님굿은 종두법 시행 이후 거의 사라지고, 열두거리 가운데 별상거리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서울굿의 별상거리·호구거리에서 호구신이 모셔지고, 동해안별신굿의 손님굿에서는 서사무가로 그 연원이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님굿을 오늘날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손님굿이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신에게 의지했던 민중의 사고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굿거리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합니다. 마마배송굿 역시 의술이 미처 발달하지 못했던 때 무당이 의술을 관장했던 내력을 보여 주는 증거로 평가됩니다. 병든 아이 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하던 부모의 마음이 굿의 형태로 남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다만 오늘날 아픈 가족이 있다면 무엇보다 병원 진료가 먼저입니다. 무당을 찾아 신점이나 굿을 보는 일은 마음을 다독이고 가족의 안녕을 비는 전통 의례로서 의미가 있지만,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굿이나 부적을 권하며 지나치게 큰 비용을 요구하거나 진료를 미루라고 한다면 신중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손님굿은 천연두를 일으킨다고 믿은 손님신(호구별성·별상·마마님)을 정성껏 대접하고 말에 태워 강남으로 돌려보내는 굿입니다. 동해안에서는 손님굿, 서울·중부에서는 별상거리·호구거리, 호남에서는 손굿, 제주에서는 마누라배송으로 불렸고, 서울 마마배송굿은 앓은 지 13일째 상마를 꾸며 손님을 보냈습니다. 종두법과 천연두 근절 이후 독립된 굿은 사라졌지만, 큰굿의 별상거리와 동해안별신굿 손님굿 속에 그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재수굿, 푸닥거리, 씻김굿, 넋 이야기 같은 다른 무속 글도 신이말했다 무속 게시판에서 함께 읽어 보세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님굿」(서대석)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0480, 「마마배송굿」(진성기)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7343, 「병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3080, 「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6765, 「종두」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2914, 「지석영」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4254,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마마배송굿」(김창호)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2047
👉 신이말했다 카페 가입하고 새 글 알림 받기: https://cafe.naver.com/910401
신이말했다 사이트: https://sinimalhaetda.com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XrLFX
![[광고] (사)충남장애인정보화협회 보령시지회 무료 정보화교육·사랑의 컴퓨터 수리 및 후원 안내 (농협 301-0342-4668-31, 예금주: 사단법인 충남장애인정보화협회, 문의 041-934-0157)](/static/ads/bradpi24_banner_wide.jpg?v=20261024)
댓글 0
댓글은 승인된 회원만 쓸 수 있어요. 로그인 ·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