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모든것

업구렁이 뜻 — 집안 재물을 지킨다는 구렁이 업신, 업이 나가면 망한다는 금기와 업항아리·제주 칠성신 이야기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업구렁이는 우리 전통 가신신앙(집 안의 신을 모시는 민간신앙)에서 집안의 재물과 운수를 지켜 준다고 믿어 온 '업(業)'이 구렁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말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업을 "집안 재물의 운수를 관장하는 가신(家神)"이라고 정의하고, 업을 상징하는 동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뱀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집 안이나 광, 장독대 근처에서 큰 구렁이를 보면 "우리 집 업이 나왔다"며 함부로 잡거나 쫓지 않았고, 업이 집을 나가면 집안이 기운다고 여겼습니다.

시골집 지붕이나 돌담에서 구렁이를 봤다는 이야기, "구렁이는 잡으면 안 된다"는 할머니 말씀을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요즘 '업구렁이 뜻', '업구렁이 꿈' 같은 검색이 꾸준한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업」·「구렁이」·「칠성본풀이」 항목과 디지털진도·성남·양주문화대전의 업신앙 기록을 바탕으로, 업구렁이가 무엇이고 어떻게 모셨는지, 무당과 만신은 이 신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업이란 무엇인가 — 집안 재물을 맡은 보이지 않는 신

업은 성주, 조왕, 삼신, 터주처럼 집 안에 깃들어 있다고 믿은 가신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업은 집안 한 곳에 보이지 않게 들어 있다고 믿어지며, 흔히 뱀·족제비·두꺼비 같은 동물로 상징됩니다. 때로는 소·돼지·닭·개·고양이의 모습을 한 업도 있고, 드물게는 사람 모습의 업도 있다고 합니다.

'업'이라는 말의 뿌리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같은 항목은 이 말이 한자어 '業'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몽골 지방의 경계신 '오보', 일본의 마을신 '우부스나(産土)', 오키나와의 마을신 '이비' 같은 말과 관련된 우리말을 한자로 적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뜻을 단정하기보다 "집안 재물의 운수를 맡은 신"이라는 기능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업은 다른 가신에 비해 신앙의 강도가 약한 편이었습니다. 디지털진도문화대전은 업이 성주, 조령, 조왕, 삼신보다 신앙의 강도가 약하고 정기적으로 의례를 올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기록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역시 업성조(業成造)·업대감(業大監)처럼 신격화한 이름은 보이지만 업만을 위한 특별한 제의는 없고, 고사를 지낼 때 제물을 함께 바쳐 모시는 신이라고 설명합니다.

업구렁이 뜻 — 왜 하필 구렁이가 업이 되었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구렁이」 항목은 가정의 수호신으로서 업신앙이 있는데 "업의 정체는 대개 구렁이로 나타난다"고 적고 있습니다. 구렁이는 보통 뱀보다 훨씬 큰 뱀으로 예로부터 신성시되었고, 인가의 돌담이나 밭둑에 살며 성질이 온순하고 동작이 느립니다. 사람 사는 집 가까이에서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에 집과 함께 사는 신으로 여겨지기 쉬웠던 셈입니다.

지역마다 업을 부르는 이름도 달랐습니다. 디지털진도문화대전은 업의 다른 이름으로 '구렁이업'을 들고, 진도에서는 구렁이를 업이라 생각하되 따로 신체를 모시지는 않았다고 기록합니다. 디지털성남문화대전에는 성남 오야동 제보자의 증언으로 사람 업인 '인업(人業)', 구렁이 업인 '긴업(사업, 蛇業)', 족제비 업인 '족제비업(유업, 鼬業)'이 있었고 이 업들에게 집안에 재물이 쌓이기를 빌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디지털양주문화대전은 양주에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터줏가리와 업가리를 만들어 장독대 부근 뒤뜰에 두고 구렁이업, 두꺼비업이라 부르며 조상신처럼 믿었다고 전합니다.

곡식을 쌓아 두는 광과 쌀독 주변에는 쥐가 꼬이게 마련이고, 그 쥐를 잡아먹는 것이 뱀입니다. 한국일보가 소개한 제주 칠성신앙 기사도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아먹는 뱀의 모습에서 곡식을 지켜 부자를 만들어 준다는 이미지가 생겼을지 모른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이는 해석의 하나일 뿐, 업신앙의 기원을 하나로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업이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 — 업구렁이에 얽힌 금기

업신앙의 핵심은 "업이 들어오면 흥하고, 나가면 망한다"는 믿음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집안에 부정한 일이 생기면 업이 집을 나가 버리고, 업이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며, 뱀이 나오면 그 집의 업이 나왔다고 여겨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주의했다고 설명합니다. 「구렁이」 항목에는 업이 이를 위하고 믿는 사람에게만 눈에 뜨이고, 가운이 막힐 때는 집을 떠난다는 이야기, 구렁이가 집 주변에 나타나면 큰비가 오거나 예기치 못한 큰 변이 닥친다고도 생각했다는 내용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 업을 대하는 마음은 반가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진도의 제보자들은 "뱀이 보이면 집안이 좋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업이 있다", "집안이 망하려면 업이 보인다"고 말했고, 실제 업이 보여도 함부로 잡지 않았으며 업을 잡으면 그 집이 망한다고 여겼습니다. 집을 허물면 구렁이가 알아서 먼저 나간다는 말도 전합니다. 양주에서는 구렁이가 추녀 근처나 집 안에 나타나면 가족 중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거나, 업이 죽어서 대들보에 걸리면 반드시 망한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합니다. 앞서 이 게시판에서 다룬 '동티'처럼, 업구렁이 역시 함부로 건드리면 탈이 난다는 금기의 세계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업항아리·업가리 — 업을 모신 방법과 만신의 역할

업은 일정한 신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시는 집에서는 몇 가지 정해진 방식이 있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항아리에 쌀을 담아 '업항아리'로 모시거나, 터줏가리처럼 짚으로 엮어 모셔 두는 지역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디지털성남문화대전에 따르면 업이 있는 집에서는 항아리에 쌀을 담아 광이나 부뚜막 안쪽에 두거나, 집 안 정결한 곳에 단을 만들고 벼나 곡식을 담은 항아리를 올린 뒤 볏짚으로 주저리를 만들어 씌웠습니다. 업왕(業王), 업대감, 업항아리라는 이름도 함께 쓰였습니다.

양주의 기록에는 업을 들일 때 무당, 곧 만신이 직접 나선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업을 모실 때는 반드시 한밤중 개 짖는 소리나 짐승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만신을 데려와 모셨고, 짐승 소리가 들리면 부정을 탄다고 믿었습니다. 만신이 업 놓을 자리를 정하면 광이나 집 안에 업을 두고, 장독대처럼 집 밖에 모실 때는 바닥에 짚주저리를 틀어 그 위에 모셨습니다. 업가리에는 항아리에 쌀을 넣고 한지로 접은 고깔을 씌운 뒤 뚜껑을 덮었고, 업을 위할 때는 백설기와 삼색실과, 냉수를 올렸다고 합니다.

성남 백현동의 한 가정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한국전쟁 때 쌀을 항아리에 넣어 대문 근처에 묻고 피난을 다녀와 열어 보니 족제비가 앉았던 것처럼 가운데가 오목하게 패어 있었고, 궁내동의 만신에게 물으니 족제비업이 들었으니 업항아리를 모시라고 해서 이후 안방 장롱 옆에 업대감항아리를 두고 매년 가을 추수 뒤 쌀을 갈아 주었다는 증언입니다. 업을 따로 모시는 날은 드물었지만, 10월 상달에 성주와 터주 등 가신에게 고사를 올릴 때 업자리에도 떡과 술을 함께 놓았다고 디지털성남문화대전은 기록합니다.

제주의 업구렁이, 칠성신과 「칠성본풀이」

제주도에서는 같은 성격의 신을 '칠성'이라고 부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업」 항목은 제주도에서 재신(財神)이자 사신(蛇神)인 이 신을 칠성신이라 부르고, 그 내력을 풀이한 「칠성본풀이」가 전승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칠성은 북두칠성을 뜻하는 칠성과 이름은 같지만, 제주 무속에서는 명확히 구별되는 뱀신이라고 「칠성본풀이」 항목은 밝힙니다.

「칠성본풀이」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장설룡 대감과 송설룡 부인이 기도 끝에 얻은 딸이 중의 아이를 갖게 되자 부모는 집안의 수치라며 딸을 돌함에 넣어 바다에 띄웁니다. 돌함은 제주 조천읍 함덕리 바닷가에 닿았고, 해녀들이 열어 보니 뱀 여덟 마리가 나왔습니다. 딸이 뱀 일곱 마리를 낳고 자신도 뱀으로 변한 것입니다. 뱀을 더럽다며 내던진 해녀들이 병이 나자 점을 치니 외국에서 온 신을 학대한 죄이니 굿을 하라고 했고, 굿을 하고 위하자 병이 낫고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제주 성안 칠성골 송씨 집안을 거쳐 어머니는 안칠성, 막내딸은 밧칠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안칠성은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방 '고팡'에, 밧칠성은 집 뒤 빈터의 '칠성눌'에 모셨습니다. 칠성눌은 기왓장에 오곡의 씨를 넣고 빗물이 들지 않도록 띠를 엮어 덮은 것으로, 뭍의 업가리와 무척 닮았습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밧칠성은 매년 정월 초 심방(제주의 무당)이 칠성본풀이와 축원을 하며 새로 갈아 주는데, 이를 '철갈이'라고 합니다. 뱀을 죽이거나 남이 죽이는 것을 보기만 해도 부정을 타 병이 난다고 여겨, 이때는 '칠성새남굿'이라는 치병굿을 했다고 합니다.

업구렁이 이야기는 결국 먹고사는 일이 곡식 한 톨에 달려 있던 시절, 집과 재물을 지켜 줄 존재를 곁에 두고 싶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 줍니다. 오늘날 업항아리를 모시는 집은 드물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업신앙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양주의 기록처럼 사라져 가는 무속 전통이기에 더 기억해 둘 만합니다. 구렁이는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보호받는 동물이기도 하니, 혹시 집 근처에서 만나더라도 해치지 말고 지자체나 119에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업」·「구렁이」·「칠성본풀이」, 디지털진도문화대전 「업」, 디지털성남문화대전 「업신앙」, 디지털양주문화대전 「업 신앙」, 한국일보 「뱀을 신으로? 건강과 부를 지켜주는 제주 칠성」(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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