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모든것

부적이란? 종류와 뜻 총정리 — 괴황지에 경면주사로 쓰는 벽사부·길상부, 처용부터 삼재부·입춘대길까지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적은 악귀를 쫓고 복을 부른다고 믿어 누런 괴황지(또는 누런 창호지)에 붉은 경면주사로 글씨·그림·기호를 그린 종이입니다. 쓰임에 따라 크게 재앙과 액을 막는 '벽사부'와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길상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점집이나 무당집, 절에서 받아 오는 노란 종이 한 장. 지갑 속에, 현관문 위에, 차 안에 조용히 붙어 있는 부적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해마다 입춘이면 대문에 붙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도 사실은 부적의 한 종류라는 걸 아시나요?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립민속박물관 자료를 바탕으로, 부적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리고 왜 하필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인지 차근차근 풀어 보겠습니다.

부적이란 무엇일까 — 벽사부와 길상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부적(符籍)을 "악귀를 쫓고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글씨·그림·기호 등을 그린 종이를 가리키는 종교용어"라고 풀이합니다. 쓰임새로 보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주술의 힘으로 좋은 것을 늘려 소원을 이루게 하는 부적이고, 다른 하나는 사(邪)나 액(厄)을 물리쳐서 소원을 이루는 부적입니다. 백과사전은 대개 뒤쪽, 곧 나쁜 것을 막는 부적이 더 많다고 설명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의 무속' 조사 자료는 이를 더 간단하게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부(辟邪符)'와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길상부(吉祥符)'로 나눕니다. 또 부적보다 넓은 개념으로 '부작'이라는 말이 있는데, 종이 부적뿐 아니라 조개, 거울, 방울, 삼지창처럼 부적 구실을 하는 여러 주술 도구를 모두 일컫는다고 해요. 그래서 '주부(呪符)'라고도 부릅니다.

비형랑과 처용 — 신라 때부터 이어진 부적의 뿌리

부적의 기원은 사람들이 바위나 동굴에 주술적인 그림을 그리던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암각화도 그런 목적을 지녔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백과사전은 조심스럽게 적고 있어요.

기록으로 남은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있습니다. 죽은 진지왕의 혼과 도화녀 사이에서 태어난 비형(비형랑)이 귀신 무리를 다스렸는데, 사람들이 "성제의 혼이 나으신 아들 / 비형의 집이 여기로구나 / 날고뛰는 잡귀들아 / 행여 이곳에 머무르지 말라"라는 글을 지어 붙이며 귀신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노래이지만 글로 써 붙여 귀신을 쫓았다는 점에서 부적과 같은 구실을 한 셈이지요.

더 유명한 것은 처용입니다. 아내를 범한 역신(疫神) 앞에서 화를 내는 대신 노래하고 춤을 춘 처용에게 감동한 역신이 "당신의 모양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문 안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해요. 그 뒤로 사람들은 처용의 얼굴을 그려 문에 붙여 귀신을 막고 경사를 맞았다고 전합니다. 조선 후기 동학농민운동 때는 궁을부(弓乙符)를 불살라 먹으면 총과 화살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아무렇게나 그리지 않는다 — 부적을 쓰는 과정

부적은 정해진 절차를 밟아 만든다고 믿어 왔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먼저 부적을 쓸 사람의 나이에 맞춰 날을 고르고(택일), 그 전날 부적을 만들 사람과 쓸 사람이 모두 목욕재계하며 부정한 곳을 피합니다. 당일 아침에는 깨끗한 옷을 입고 동쪽을 향해 정화수를 올리고 향을 피운 뒤, 이를 '딱딱딱' 세 번 마주치고 주문을 외운 다음 부적을 그립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는 더 자세한 모습이 나옵니다. 부적은 음력 정초나 삼짇날, 초파일, 단오에 많이 쓰고, 대개 자시(밤 11시~새벽 1시)에 쓴다고 해요. 재미있게도 부적은 '그린다'가 아니라 '쓴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병풍으로 자리를 가려 청정하게 하고, 청수를 들고 나가 사방에 절한 뒤 윗니와 아랫니를 세 번 마주치는 '고치삼통'을 하고, 향을 올리고 신을 청하는 주문을 외운 다음 쥐수염으로 만든 붓(서필)으로 단숨에 써 내려갑니다. 정신이 흩어지지 않게 한 번에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왜 노란 종이에 붉은 글씨일까 — 괴황지와 경면주사

부적 종이는 원칙적으로 괴황지(槐黃紙)를 씁니다. 홰나무 열매로 만든 누런 물감을 들인 종이예요. 없으면 누런빛이 도는 깨끗한 창호지를 쓰고, 크기는 가로 10㎝, 세로 15㎝ 안쪽으로 한다고 백과사전은 전합니다. 글씨를 쓰는 재료는 경면주사(鏡面朱砂), 곧 결정체로 된 붉은 주사인데, 이것이 없을 때는 수은을 고아 만든 약재인 영사(靈砂)를 곱게 갈아 기름이나 설탕물에 개어 씁니다.

색에도 뜻이 담겨 있습니다. 노란색은 광명을 뜻하고 악귀가 가장 싫어하는 빛이라고 여겼어요. 부적에 해(日)·달(月)·빛(光) 같은 글자가 자주 들어가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붉은색은 피와 불에 대응하고, 불이 지닌 정화의 힘으로 악귀를 내쫓는다고 보았지요. 백과사전은 붉은색이 중앙아시아 샤머니즘에서도 귀신을 쫓는 힘이 있는 색으로 여겨졌다고 덧붙입니다.

삼재부부터 합격부까지 — 부적의 종류

복을 부르는 부적으로는 칠성부, 소망성취부, 재물을 부르는 초재부, 재수대길부, 벼슬을 바라는 대초관직부, 합격부, 자식을 바라는 생자부, 가택편안부, 만사대길부 등이 있습니다. 액을 막는 부적으로는 삼재예방부, 귀신불침부, 벽사부, 축사부, 상문부 등이 있어요. 가장 흔한 것은 병을 물리친다는 병부(病符)로, 두통부·복통부처럼 증상마다 따로 있을 만큼 종류가 많고, 악몽을 막고 좋은 꿈을 이루게 한다는 꿈 부적도 있습니다.

모양으로 보면 그림 부적과 글자 부적으로 나뉩니다. 그림에는 호랑이·용·새·물고기·해·사람 얼굴·귀신 얼굴 같은 구체적인 형상도 있고, 소용돌이나 탑, 계단 모양 같은 추상적인 무늬도 있어요. 글자 부적은 한자를 쪼개 붙인 파자(破字)에 줄을 그은 형태가 많은데, 이럴 때는 꼭대기에 '칙령(勅令)'이라고 쓰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입춘대길과 삼재부 — 지금도 곁에 있는 부적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입춘에 대문이나 문지방에 붙이는 '입춘대길'은 '입춘부'라 불리는 길상부입니다. 반면 입춘 무렵 절이나 무당집에서 받는 삼재부(三災符)는 벽사부에 속해요. 삼재는 병(病)·사(死)·장(葬)의 액이 닿는 해를 말하고, 들삼재에 드는 사람이 미리 액을 막으려고 삼재부를 받았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 궁궐에서는 단옷날 관상감이 '천중부적(天中符籍)'을 만들어 대궐 문설주에 붙였고, 사대부 집에서도 붙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부적의 쓰임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아픈 곳에 붙이거나, 벽이나 문 위에 붙이거나, 몸에 지니고 다녔고, 병부는 불살라 그 재를 물에 타 마시기도 했다고 백과사전은 전합니다. 다만 이는 옛 풍습으로 전하는 이야기일 뿐이니, 아플 때는 꼭 병원 진료를 먼저 받으세요. 국립민속박물관 자료는 오늘날에도 자동차 사고를 막는 '차부'까지 쓰일 만큼 부적이 우리 생활에 남아 있으며, 그것이 흉을 멀리하고 길을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보여 준다고 정리합니다. 작은 종이 한 장에 담긴 그 마음만큼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부적」(집필 이부영, 최종수정 2022.10.28)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4533 , 국립민속박물관 민속현장조사 「한국의 무속 — 흉을 멀리하고 길을 불러오는 부적」 https://efw.nfm.go.kr/service/book/theme/133/11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처용」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5713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단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3638 , 디지털김제문화대전 「부적」 https://gimje.grandculture.net/gimje/toc/GC0260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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