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의 정월은 바다에서 시작됩니다. 전북 부안 앞바다의 섬 위도에서는 해마다 음력 정월 초사흗날, 마을 사람들이 띠풀로 엮은 작은 배에 한 해의 액운을 실어 먼바다로 떠나보냅니다. 국가무형유산 '위도 띠뱃놀이'입니다. 올해(2026년)에도 정월 초사흗날인 2월 19일, 위도면 대리마을에서 이 오래된 의례가 다시 펼쳐졌어요. 오늘은 산과 마을과 바다를 하루에 잇는 이 마을굿 이야기를 차근차근 나눠 보려 합니다.
■ 원당제라는 본래 이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위도 띠뱃놀이는 부안군 위도면 대리에서 매년 정월 초사흗날 어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전승되는 마을 공동제의입니다. 본래 이름은 '원당제(願堂祭)'로, 제를 올리는 당집의 이름이 원당이라 그렇게 불렸어요. 원당에서 당굿을 마친 뒤 바닷가 용왕굿에서 띠배를 띄워 보내기 때문에 '띠뱃놀이'라는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위도띠뱃놀이는 1985년 2월 1일 국가무형유산(당시 중요무형문화재)으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사)국가무형문화재 위도띠뱃놀이보존회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국악사전은 위도가 서해 조기잡이의 중심지였던 칠산어장과 맞닿아 있어, 마을 주민뿐 아니라 칠산어장을 찾던 외지 어선들도 이곳 원당을 중요한 신앙처로 여겼다고 설명해요. 정확한 시작 시기는 알 수 없다고 하니,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쌓여 만들어진 의례라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 산 위 원당에서 열두 서낭을 모시다
하루의 첫 무대는 산꼭대기의 원당입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위도 띠뱃놀이는 산 정상의 원당에서 하는 당굿,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주산(主山)돌기, 바닷가의 용왕굿으로 이어지며, 굿을 이끄는 무당은 동해안·남해안처럼 대를 이어 굿을 하는 세습무라고 해요.
원당에는 열두 서낭이 모셔져 있습니다. 당굿은 성주굿, 산신굿, 손님굿, 지신굿, 서낭굿(원당·본당서낭, 애기씨서낭, 장군서낭), 깃굿, 문지기굿 순으로 진행됩니다. 성주굿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명과 복, 특히 풍어를 빌고, 애기씨서낭굿에서는 아이들이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축원한다고 하니, 바다 일을 하는 마을의 바람이 굿거리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에요. 마지막 문지기굿은 여러 원혼을 달래고 보내며 당굿을 마무리합니다.
■ 뱃기에 서낭을 내려받는 깃굿
당굿에서 선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순서가 '깃굿'입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각 어선의 선주들은 배마다 지닌 오색 뱃기에, 일 년 동안 자기 배를 지켜 줄 서낭을 열두 서낭 가운데 한 분 내려받아요. 무녀가 서낭의 이름을 부르며 생쌀을 집어 그 수가 짝수가 되면 서낭이 내렸다고 보고, 그 이름을 한지 쪽에 적어 줍니다. 이것을 '깃손받기'라고 부르고, 선주를 축원하는 굿이라 '선주굿'이라고도 해요.
국악사전은 원당굿에서 무당이 무가를 부르며 굿을 이끌고, 마을 농악대가 무악 반주를 맡는다는 점을 특별한 대목으로 꼽습니다. 무당과 주민이 함께 굿판을 만드는 마을굿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지요.
■ 주산돌기, 마을 구석구석에 복을 묻다
당굿이 끝나면 일행은 마을로 내려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먼저 마을 동쪽 바닷가 용왕바위에서 한지에 싼 용왕밥을 바다에 던지고, 농악대와 뱃기를 든 선주들이 줄지어 마을 뒤쪽을 한 바퀴 도는 주산돌기를 합니다. 마을의 작은 당과 우물들을 돌며 밤·대추·곶감 등을 한지에 싼 당밥을 묻고 농악을 울리며 마을의 평안을 빌어요. 농악대 가운데는 얼굴에 검정 칠을 하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흥을 돋우는 이도 있다고 합니다.
올해 행사를 전한 프레시안 보도는 주산돌기를 띠배에 실린 액운이 마을에 머물지 않도록 마을 뒷산과 주변을 함께 돌며 액막이와 복을 비는 절차, 집집마다 두루 기운을 돌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 순서로 소개했어요.
■ 띠배와 제웅, 그리고 용왕굿
그동안 바닷가에서는 띠배가 만들어집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띠배는 띠풀과 짚, 싸리나무를 엮은 길이 3m, 너비 2m 정도의 모형배로, 안에 떡·밥·고기·나물·과일을 넣고 허수아비를 세웁니다. 작은 판자 쪽에는 "소속 : 대리 띠배. 유자망, 낭자망. 대풍어 용왕님 귀하"라고 써 붙이고 돛대도 세워요. 바다의 용왕님께 보내는 정성스러운 편지 같은 배입니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띠배에는 만선과 행복을 비는 글귀를 적은 띠지와 오색기, 돛대, 닻을 달고 주민들의 소원문과 제물을 싣습니다. 함께 세우는 짚 인형 '제웅(허수아비·허제비)'은 선장과 선원 역할을 맡아 액운을 대신 떠안고 바다로 떠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어지는 용왕굿은 부녀자들이 주동이 된다고 백과사전은 전합니다. 여성들이 고깔을 쓰고 장구·징·소고를 치며 흥겹게 놀고, 탈을 쓴 여인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해요. 국악사전에 따르면 예전에는 바다에서 가족을 잃은 집이 용왕상을 따로 차렸다고 하니, 이 흥겨운 굿판 한가운데에도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함께 있었던 셈입니다.
■ 액을 싣고 떠나는 배, 그리고 오늘의 띠뱃놀이
용왕굿과 고수레가 끝나면 드디어 띠배가 바다로 나갑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띠배는 모선에 끌려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고, 오색 뱃기를 단 호위선 서너 척이 그 곁을 달려요. 모선 위에서는 농악과 함께 「가래질소리」, 「술비노래」 같은 뱃노래가 울려 퍼지며 띠뱃놀이가 절정에 이릅니다. 띠배를 바다 가운데 떼어 놓으면 마을 사람들은 바닷가에 서서 합장하거나 절을 하며, 마을의 모든 액을 싣고 멀리 떠나 주기를 빌지요. 국악사전은 놀이판이 끝난 뒤 배를 부리던 남자들이 도젯봉에 올라 도깨비불을 살피는데, 도깨비불이 보이는 어장에 그물을 놓으면 한 해 풍어를 거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고 소개합니다.
올해 2월 19일 행사도 이 흐름을 그대로 이었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오전 8시 위도띠뱃놀이전수교육관 앞마당의 마당굿을 시작으로 동편당산제, 원당오르기, 독축, 원당굿이 이어졌고, 오전 10시부터는 부두에서 띠배와 제웅을 만들었으며, 오후 1시에는 주산돌기와 용왕굿, 띠배띄우기, 대동놀이가 펼쳐졌어요. 김우현 보존회장은 "지역 어업문화와 공동체 정신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세대 간 공감과 화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띠배 한 척에 한 해의 걱정을 실어 보내고, 다시 그물을 손질하며 새해를 맞는 섬마을 사람들. 위도 띠뱃놀이는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이들이 서로의 안녕을 함께 비는 법을 오늘까지 지켜 오고 있습니다. 내년 정월 초사흗날, 칠산바다로 떠나는 띠배를 한 번 지켜보고 싶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도 띠뱃놀이」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1131 , 국가유산포털 「위도띠뱃놀이(蝟島띠뱃놀이)」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VdkVgwKey=17%2C00820300%2C35 , 국립국악원 국악사전 「위도띠뱃놀이」 https://www.gugak.go.kr/ency/topic/view/1177 , 프레시안 「위도 어민들 한해 풍어 기원…정월 초사흗날 '띠뱃놀이' 재현」(2026.2.19)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6021916231169874 , 뉴시스 「부안 위도띠뱃놀이 재현 행사…"풍어·안녕 기원"」(2026.2.19)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219_0003518635 , 연합뉴스 「만선 기원하는 '띠뱃놀이'…부안 위도 대리마을서 개최」(2026.2.19) https://www.yna.co.kr/view/AKR202602190668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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