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지하 갓생 실패기」 8화입니다. 지난 화 마지막, 망원동 하늘로 몰려온 먹구름과 함께 장마가 시작됐죠.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계절, 반지하 식구들의 첫 장마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 지난 이야기
3년 전 결선 무대를 앞두고 쓰러진 할머니에게 달려갔던 달래. 다시 무대에 설 자신이 없다던 달래에게 "늦은 게 어딨어! 난 매일 늦어! 매일 실패해!"라는 만두의 외침과 할머니의 영상통화가 닿았고, 다음 날 새벽 달래는 다시 옥상 샌드백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장마 첫날 밤.

똑. 똑.

만두: 으아악! 차가워!

만두: 준호야! 달래야! 비 샌다!

준호: 형… 지금 새벽 세 시예요.

달래: 양동이 하나 더.

똑, 퐁, 땡!

만두: 느림아, 너만은 지킨다!

정작 느림이는 물을 좋아했다.

새벽 다섯 시.

말순: 아이고, 다들 괜찮아?

말순: 이게 다 뭐야!

할아버지: 창틀 실리콘이 다 삭았구먼.

할아버지: 비 그치면 다시 발라야 혀.

준호: 일주일 내내 비래요.

만두: 일주일?!

달래의 새벽 훈련도 멈췄다.

할아버지: 샌드백도 장마엔 쉬어야지.

달래: …하루 쉬면 사흘 늦어요.

만두: 그럼 반지하를 체육관으로 만들자!

준호: 물 새는 체육관이요?

할아버지: 옛날엔 이걸로 다 했어.

하나, 둘.

만두: 나… 한 개 했어…

준호: 형, 그건 앉았다 일어난 거예요.

말순: 운동했으면 먹어야지!

빗소리를 반찬 삼아.

달래: …맛있네요.

콰르릉!

준호: 정전이에요!

만두: 물! 물 들어온다!

달래: 비켜.

새벽 두 시, 양동이 릴레이.

철퍼덕!

달래: 일어나. 아직 안 끝났어.

할아버지: 수건 더 가져와!

느림이만 신났다.

준호: …그쳤다.

만두: 우리 오늘 운동 진짜 많이 했다.

양동이 백 개.

할아버지: 날 갰구먼.

팡!

달래: 나, 대회 나갈게.

대회까지 남은 시간, 30일.
(다음 화에 계속)
■ 8화 다시 보기
장마 첫날 밤, 반지하 창문 밖으로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바닥에서 코를 골며 자던 만두는 창문 밑에서 번져 온 빗물에 발이 닿자 벌떡 깨어나고, 창틀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 아래 빨간 양동이를 받쳐 들고 소리칩니다. "준호야! 달래야! 비 샌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나타난 준호는 "형… 지금 새벽 세 시예요."라며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대걸레를 어깨에 멘 달래는 담담하게 한마디 합니다. "양동이 하나 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세 줄기 아래 빨간 양동이, 찌그러진 냄비, 분홍 대야가 차례로 놓이고, 만두는 어항을 높은 선반 위로 낑낑 들어 올립니다. "느림아, 너만은 지킨다!" 하지만 정작 느림이는 물속에서 신나게 헤엄치고 있었죠. 결국 셋은 양동이들 사이 벽에 기대 축 늘어진 채 새벽을 맞고, 달래의 손에는 여전히 대걸레가 들려 있었습니다.
비 오는 아침, 투명 우산을 든 말순 사장님이 문 앞에서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다가 물이 가득 찬 양동이들을 보고 두 손으로 볼을 감쌉니다. "이게 다 뭐야!" 공구함을 발치에 둔 할아버지는 작은 의자 위에 올라가 창틀을 살피더니, 부서지는 낡은 실리콘을 맨손으로 뜯어냅니다. "비 그치면 다시 발라야 혀." 그런데 준호의 휴대폰 화면에는 비구름 아이콘이 줄줄이. "일주일 내내 비래요." 만두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맙니다. "일주일?!"
달래의 새벽 훈련도 멈췄습니다. 검은 운동 가방을 멘 채 빗줄기가 흐르는 창문을 올려다보는 달래. 빗속 옥상에서는 우산을 쓴 할아버지가 파란 비닐을 씌운 샌드백 옆에 서 있습니다. "샌드백도 장마엔 쉬어야지." 창고 처마 밑에서 그 샌드백을 바라보던 달래가 중얼거리죠. "…하루 쉬면 사흘 늦어요." 그러자 만두의 머리 위에 전구가 켜집니다. "그럼 반지하를 체육관으로 만들자!" 준호의 반응은 역시나. "물 새는 체육관이요?"
할아버지가 가져온 건 커다란 20리터 생수통 두 개. "옛날엔 이걸로 다 했어." 달래는 생수통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깊게 스쿼트를 하고, 따라 해 본 만두는 생수통 옆에 대자로 뻗어 버립니다. "나… 한 개 했어…" 휴대폰을 든 준호 옆에는 탁자 위의 느림이까지. "형, 그건 앉았다 일어난 거예요."
비 오는 저녁, 말순 사장님이 새까만 짜장면을 쟁반에 들고 들어옵니다. "운동했으면 먹어야지!" 양동이들 옆 상에 다섯 식구가 둘러앉아 짜장면을 먹고, 입가에 짜장을 묻힌 달래가 작게 웃습니다. "…맛있네요."
그날 밤,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입니다. 콰르릉! 깜깜해진 방에서 준호가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덤덤하게 말합니다. "정전이에요!" 이어서 창문으로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만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비명을 지릅니다. "물! 물 들어온다!" 물이 가득 찬 양동이와 대야를 양손에 번쩍 든 달래. "비켜."
빗속 바깥 계단에서는 할아버지, 말순 사장님, 준호, 만두가 줄지어 양동이와 냄비, 대야를 손에서 손으로 넘기는 릴레이가 이어집니다. 방 안에서 미끄러진 만두는 냄비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달래는 만두의 옷깃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립니다. "일어나. 아직 안 끝났어." 흠뻑 젖은 할아버지는 창문 아래 바닥에 둘둘 만 수건을 대고 버티며 외치죠. "수건 더 가져와!" 그 와중에 어항 속 느림이만 신났습니다.
날이 밝아 오는 새벽, 흠뻑 젖은 다섯 식구가 양동이들을 옆에 두고 바깥 계단에 나란히 앉습니다. "…그쳤다." 만두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우리 오늘 운동 진짜 많이 했다." 모두 함께 웃는 사이, 달래는 두 손바닥을 가만히 펼쳐 봅니다.
비가 갠 아침 옥상. 무지개 아래에서 할아버지가 샌드백의 파란 비닐을 걷어 냅니다. "날 갰구먼." 달래의 주먹이 물방울을 튀기며 샌드백에 꽂히고, 달래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나, 대회 나갈게." 느림이를 두 손에 든 채 펑펑 우는 만두, 주먹을 쥔 준호, 박수 치는 말순 사장님, 맨주먹을 번쩍 든 할아버지. 대회까지 남은 시간, 30일.
■ 서브플롯 정리
이번 화는 '멈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장마에 샌드백이 비닐을 뒤집어쓰고 달래의 훈련도 멈췄지만, 반지하 식구들은 물 새는 방을 체육관으로, 양동이 릴레이를 훈련으로 바꿔 버렸죠. 하루 쉬면 사흘 늦는다던 달래가 결국 대회 출전을 선언한 건, 그 긴 밤 덕분이었을지도 몰라요.
■ 이번 화 감상 포인트
빨간 양동이, 찌그러진 냄비, 분홍 대야를 따라가 보세요. 첫날 밤 빗물을 받던 세 그릇이 아침에도, 짜장면 저녁에도, 계단 릴레이에서도, 마지막 새벽 계단에서도 반지하 식구들 곁을 지킵니다.
■ 독자 참여
여러분의 장마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비 때문에 생긴 웃픈 추억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 다음 화 예고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30일. 다시 링 위에 서기로 한 달래와, 그 곁에서 또 뭔가 일을 벌일 것 같은 만두. 반지하 식구들의 30일 작전이 시작됩니다. 8화 → 9화에서 만나요!
■ 작가의 말
비가 새는 집에서 보낸 밤은 힘들지만, 돌이켜 보면 그런 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함께 양동이를 들어 줄 사람이 있다면 장마도 조금은 견딜 만하겠죠.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이말했다 카페 가입하고 새 글 알림 받기: cafe.naver.com/910401
사이트: sinimalhaetda.com
카카오 채널: pf.kakao.com/_XrLFX
제작자: 신이 말했다
![[광고] 수원 청소업체 더원클린 010-9982-6805](/static/ads/theoneclean_banner_wide.jpg)
댓글 0
댓글은 승인된 회원만 쓸 수 있어요. 로그인 ·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