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개신교)

에벤에셀 뜻 — '도움의 돌'이라는 히브리어, 사무엘상 7장 12절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의 배경과 4장의 패배, 찬송 속 에벤에셀까지 정리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에벤에셀(Ebenezer)은 히브리어 '에벤 하에제르'(אֶבֶן הָעֵזֶר)를 소리대로 옮긴 말로 "도움의 돌"이라는 뜻입니다. 사무엘상 7장 12절에서 선지자 사무엘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이긴 뒤 미스바와 센 사이에 돌 하나를 세우고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고 말하며 그 돌에 붙인 이름입니다.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성경도 이 구절의 '에벤에셀'에 "도움의 돌"이라는 각주를 달아 두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에서 "에벤에셀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할 때는 "지금까지 우리를 도우신 하나님"이라는 감사의 뜻이 담깁니다.

에벤에셀은 교회 이름이나 감사 예배, 송년 예배 제목에서 자주 보이는 말이지만, 정작 성경에서 어떤 사건 끝에 나온 말인지, 왜 같은 지명이 4장과 7장에 두 번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오늘은 대한성서공회가 제공하는 개역개정·새번역·공동번역 개정판·개역한글 본문과 위키백과 「에벤에젤」(한국어판), 영어 위키백과 「Eben-Ezer」·「Ebenezer (given name)」·「Come Thou Fount of Every Blessing」·「Robert Robinson (Baptist)」 항목을 바탕으로 에벤에셀의 뜻과 배경, 찬송 속 쓰임까지 차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에벤에셀 뜻 — '돌(에벤)'과 '도움(에제르)'이 합쳐진 이름

에벤에셀은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에벤'은 돌, '에제르'는 도움이라는 뜻이며, 가운데 '하'는 우리말로 옮기면 '그'에 해당하는 정관사입니다. 영어 위키백과 「Eben-Ezer」 항목은 이 말을 'the stone of help', 곧 '도움의 돌'로 풀이하고, 한국어 위키백과도 'stone of the help, 도움의 돌'이라고 적습니다. 서양에서 남자 이름으로 쓰이는 에버니저(Ebenezer) 역시 이 히브리어 표현에서 왔다고 영어 위키백과는 설명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에버니저 스크루지의 이름도 바로 이 이름입니다.

우리말 성경마다 표기가 조금씩 다른 점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개역개정과 개역한글, 새번역은 '에벤에셀'로, 공동번역 개정판은 '에벤에젤'로 적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 항목 이름도 '에벤에젤'입니다. 히브리어 '에제르'의 발음을 어떻게 옮기느냐의 차이일 뿐 같은 말이므로, 어느 쪽으로 검색해도 같은 성경 구절을 가리킨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무엘상 4장 — 에벤에셀 곁에서 언약궤를 빼앗긴 패배

에벤에셀이라는 이름은 사무엘상 4장 1절에 먼저 등장합니다. 개역개정은 "이스라엘은 나가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우려고 에벤에셀 곁에 진 치고 블레셋 사람들은 아벡에 진 쳤더니"라고 기록합니다. 첫 싸움에서 이스라엘은 군사 사천 명가량을 잃었고, 장로들은 실로에 있던 여호와의 언약궤를 진영으로 가져오면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약궤가 들어오자 온 이스라엘이 땅이 울릴 만큼 크게 외쳤고, 블레셋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대장부 같이 되어 싸우라"며 서로를 독려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4장 10~11절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병 삼만 명이 엎드러졌고, 하나님의 궤는 빼앗겼으며,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임을 당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98세의 엘리는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고, 비느하스의 아내는 해산하면서 아이 이름을 '영광이 없다'는 뜻의 이가봇이라 지었습니다. 5장 1절은 블레셋 사람들이 "하나님의 궤를 빼앗아 가지고 에벤에셀에서부터 아스돗에 이르니라"고 적습니다. 언약궤를 부적처럼 앞세운 싸움이 오히려 가장 큰 패배로 끝난 자리가 바로 에벤에셀이었던 셈입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이 지명이 4장에 먼저 나오는 것을, 7장에서 사무엘이 세운 돌의 이름이 뒤에 지명으로 굳어진 결과로 설명합니다. 즉 이야기를 기록한 시점에서 이미 알려진 이름으로 앞선 사건의 장소를 부른 것이라는 풀이입니다.

언약궤의 귀환 — 일곱 달 만에 돌아온 궤와 이십 년의 기다림

사무엘상 5~6장은 빼앗긴 언약궤가 블레셋 땅에서 일으킨 일을 전합니다. 아스돗의 다곤 신전에 둔 궤 앞에서 다곤 신상이 이틀 연속 엎드러졌고, 아스돗과 가드, 에그론에는 독한 종기의 재앙이 퍼졌습니다. 6장 1절은 "여호와의 궤가 블레셋 사람들의 지방에 있은 지 일곱 달이라"고 기록합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제사장과 복술자들의 조언에 따라 방백의 수대로 금 독종 다섯과 금 쥐 다섯을 속건제물로 만들어, 멍에를 메어 보지 않은 젖 나는 소 두 마리가 끄는 새 수레에 궤를 실어 이스라엘 땅 벧세메스로 돌려보냈습니다.

궤는 다시 기럇여아림의 아비나답 집으로 옮겨졌고, 7장 2절은 "궤가 기럇여아림에 들어간 날부터 이십 년 동안 오래 있은지라 이스라엘 온 족속이 여호와를 사모하니라"고 적습니다. 패배와 상실 이후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백성의 마음이 다시 하나님께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에벤에셀 돌이 세워지기 직전의 배경입니다.

사무엘상 7장 12절 — 미스바의 회개와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7장에서 사무엘은 온 이스라엘에게 이방 신들과 아스다롯을 없애고 여호와만 섬기라고 권했고, 백성은 바알들과 아스다롯을 제거했습니다. 사무엘이 미스바로 백성을 모으자 그들은 물을 길어 여호와 앞에 붓고 종일 금식하며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나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모임 소식을 들은 블레셋이 쳐들어오자, 사무엘은 젖 먹는 어린 양을 번제로 드리며 부르짖었고, 7장 10절은 그날 여호와께서 블레셋 사람에게 큰 우레를 발하여 그들을 어지럽게 하셨다고 기록합니다. 이스라엘은 미스바에서 나가 벧갈 아래까지 블레셋을 추격했습니다.

그리고 12절이 이어집니다. 개역개정은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이르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라고 옮겼습니다. 새번역은 "우리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주께서 우리를 도와 주셨다!"로, 공동번역 개정판은 "야훼께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로 옮겨 그 기념비를 에벤에젤이라 명명했다고 적습니다. 13~14절에 따르면 이후 블레셋은 굴복하여 사무엘이 사는 날 동안 이스라엘 지역에 들어오지 못했고, 빼앗겼던 에그론부터 가드까지의 성읍도 되찾았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여기까지'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지나온 시간 전체를 돌아보는 고백으로, 4장의 쓰라린 패배와 언약궤를 잃은 상실, 이십 년의 기다림을 모두 지나 회개와 승리에 이른 지점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이름의 장소에서 한 번은 크게 지고 한 번은 이겼다는 대조가, 에벤에셀이라는 이름에 감사와 회복의 의미를 더해 줍니다.

에벤에셀은 어디일까 — 아직 확정되지 않은 위치

성경 속 에벤에셀의 정확한 위치는 지금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에벤에셀이 실로에서 걸어서 하루가 채 안 걸리는 거리, 아벡과 미스바 가까운 곳으로 묘사된다고 정리합니다. 이스라엘의 여러 고고학자와 역사가는 4장의 에벤에셀을 옛 도시 아벡(뒤의 안디바드리)과 오늘날 크파르 카심 부근으로 보고, 로시 하아인 북쪽의 이즈베트 사르타 언덕을 유력한 후보지로 꼽습니다. 반면 베이트 익사나 데이르 아반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4세기 교부 에우세비오스는 『오노마스티콘』에서 벧세메스 근처라고 적었습니다.

또 영어 위키백과는 7장의 두 번째 싸움 장소는 성경 본문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에벤에셀은 지도 위의 한 점보다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억하려고 세운 기념의 표지로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기 244년 이전에 그려진 시리아 두라 에우로포스 회당 벽화에도 에벤에셀 전투와 언약궤 장면이 남아 있을 만큼, 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신앙 공동체가 기억해 온 장면이었습니다.

찬송가 속 에벤에셀 — "Here I raise my Ebenezer"

에벤에셀이라는 말이 영어권 교회에 널리 알려진 데에는 찬송 「Come Thou Fount of Every Blessing」의 역할이 큽니다. 우리말로는 「복의 근원 강림하사」로 알려진 이 찬송은 영국 침례교 목사 로버트 로빈슨(1735~1790)이 22세 무렵에 지은 것으로, 영어 위키백과는 1758년, 한국어 위키백과는 1758년 22세 때 지었다고 적습니다. 원래 가사 2절에는 "Here I raise my Ebenezer; Here by Thy great help I've come"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여기 나의 에벤에셀을 세웁니다, 주의 크신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라는 뜻으로, 사무엘상 7장 12절을 그대로 개인의 신앙 고백으로 옮긴 것입니다.

영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찬송은 존 와이어스의 곡조 '네틀턴(Nettleton)'에 맞춰 많이 불리며, 로빈슨은 훗날 신앙에서 멀어졌다가 한 젊은 여성이 이 찬송으로 그를 격려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4절의 "Prone to wander, Lord, I feel it(주여, 제가 방황하기 쉬움을 느낍니다)"이라는 가사와 함께 읽으면, 에벤에셀이 승리의 기념일 뿐 아니라 흔들리는 사람이 다시 붙드는 기억의 돌이기도 하다는 점이 잘 드러납니다.

정리하면 에벤에셀은 "도움의 돌"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사무엘상 4장에서는 언약궤를 빼앗긴 패배의 장소로, 7장 12절에서는 미스바의 회개 뒤 승리를 기념해 사무엘이 세운 돌의 이름으로 나옵니다.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는 고백 때문에 오늘날에도 한 해를 돌아보는 감사 예배나 송년 예배, 교회 창립 기념일에 자주 쓰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나만의 에벤에셀을 적어 보는 것도 이 말의 뜻을 새기는 좋은 방법입니다. 임마누엘, 샬롬, 마라나타, 할렐루야처럼 교회에서 자주 쓰는 다른 말의 뜻도 신이말했다 개신교 게시판에서 함께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성경(사무엘상 4:1~22, 5:1~12, 6:1~21, 7:1~17), 새번역·공동번역 개정판·개역한글(사무엘상 7:12), 위키백과 「에벤에젤」·「복의 근원 강림하사」(한국어판), 영어 위키백과 「Eben-Ezer」·「Ebenezer (given name)」·「Come Thou Fount of Every Blessing」·「Robert Robinson (Bap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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