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라나타(Maranatha)는 예수님 시대 유대 땅에서 쓰던 아람어로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라는 뜻입니다. 띄어 읽는 방법에 따라 "우리 주께서 오셨다(임하셨도다)"로 풀 수도 있어서,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성경은 고린도전서 16장 22절 각주에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 또는 우리 주께서 임하셨도다, 아람어 마라나타"라고 두 뜻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성경 본문에 아람어 그대로 나오는 곳은 고린도전서 16장 22절 한 곳이고, 같은 기도가 요한계시록 22장 20절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로 이어집니다.
교회 이름, 찬양 제목, 선교회 이름으로 자주 보이는 말이지만 정작 어느 나라 말인지, 왜 번역하지 않고 소리 그대로 남겼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오늘은 대한성서공회가 제공하는 개역개정·새번역·공동번역 개정판·개역한글 본문과 위키백과 「마라나타」(한국어판·영어판), 영어 위키백과 「예수의 언어」 항목을 바탕으로 마라나타의 뜻과 성경 구절, 초대교회에서 쓰인 모습,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이 기도를 드리는 의미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마라나타 뜻 — '주'를 뜻하는 마르와 '오다'를 뜻하는 아타가 만난 아람어
마라나타는 히브리어가 아니라 아람어입니다. 아람어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일상에서 쓰던 말로, 구약의 히브리어와 가까운 셈어 계통 언어입니다. 위키백과 한국어판은 마라나타를 "2개의 아람어가 합쳐진 공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앞부분 '마란' 또는 '마라나'는 '주, 우리 주'를, 뒷부분 '아타' 또는 '타'는 '오다'라는 동사를 나타냅니다.
문제는 초기 헬라어 사본이 이 말을 띄어쓰기 없이 한 덩어리(μαραναθα)로 적었다는 점입니다. 영어 위키백과 「예수의 언어」 항목은 이것을 어디서 끊느냐에 따라 세 가지로 읽힌다고 정리합니다. '마라나 타'로 끊으면 "주여, 오소서!"라는 간구가 되고, '마라 나 타'로 끊으면 "주여, 부디 오소서!"가 되며, '마란 아타'로 끊으면 "우리 주께서 오셨다"라는 고백이 됩니다. 영어 위키백과 「마라나타」 항목도 어떤 두 아람어 단어가 하나의 헬라어 표기를 이루는지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역 성경마다 표현이 조금씩 다릅니다. 영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NRSV는 본문을 "Our Lord, come!"으로 옮기고 각주에 "Our Lord has come"이라는 읽기를 달았고, NIV는 "Come, O Lord"로 옮겼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451항도 마라나타를 "주님, 오소서"로 풀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회와 성경 해설은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라는 간구의 뜻을 앞세우고, "주께서 이미 오셨다"는 고백의 뜻을 함께 소개하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마라나타 성경 구절 — 고린도전서 16장 22절과 요한계시록 22장 20절
마라나타가 나오는 대표 구절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첫 번째 편지의 맨 끝, 고린도전서 16장 22절입니다. 바울은 대필자를 두고 편지를 쓰다가 마지막 인사만큼은 "나 바울은 친필로 너희에게 문안하노니"(21절)라며 직접 적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개역개정: "만일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 — 각주에 "또는 우리 주께서 임하셨도다, 아람어 마라나타"
새번역: "누구든지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으라! 마라나 타, 우리 주님, 오십시오." — 각주에 "이 아람어를 달리 마란 아타라고 읽으면 '우리 주님 오셨다'가 됨"
공동번역 개정판: "누구든지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마라나 타! (주여, 어서 오소서!)"
개역한글: "만일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거든 저주를 받을찌어다 주께서 임하시느니라"
예전 개역한글은 '마란 아타' 쪽 읽기를 따라 "주께서 임하시느니라"로 옮겼고, 개역개정과 새번역, 공동번역 개정판은 "오시옵소서", "오십시오", "어서 오소서"처럼 간구의 뜻을 본문에 넣었습니다. 같은 한 단어를 두고 한국 교회 성경 번역의 흐름이 바뀌어 온 모습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성경 전체를 마무리하는 22장 20절에서 같은 기도를 헬라어로 풀어 씁니다. "이것들을 증언하신 이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하시거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22장에서 예수님은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7절, 12절)를 거듭 말씀하시고, 17절에서는 "성령과 신부가 말씀하시기를 오라 하시는도다 듣는 자도 오라 할 것이요"라고 합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이 20절을 마라나타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로 소개합니다. 성경의 마지막 기도가 "오시옵소서"인 셈입니다.
왜 번역하지 않고 아람어 그대로 남았을까 — 아빠, 달리다굼, 에바다와 함께
고린도 교회는 헬라어를 쓰는 이방인 성도가 많은 교회였습니다. 그런데도 바울은 이 말을 헬라어로 바꾸지 않고 아람어 소리 그대로 적었습니다. 위키백과 한국어판은 마라나타가 "본래는 아람어로 기도문에 쓰인 것으로 헬라어로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루살렘의 첫 성도들이 아람어로 드리던 기도가 짧은 문구 그대로 이방 지역 교회까지 전해져,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공동의 기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아멘', '할렐루야', '호산나'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신약 성경에는 이렇게 소리 그대로 남은 아람어가 몇 개 더 있습니다. 예수님은 회당장 야이로의 딸의 손을 잡고 "달리다굼"(마가복음 5장 41절, "소녀야 일어나라")이라고 하셨고,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에게는 "에바다"(마가복음 7장 34절, "열리라")라고 하셨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는 "아빠 아버지여"(마가복음 14장 36절)라고 기도하셨고, 십자가 위에서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마태복음 27장 46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셨습니다. 바울도 로마서 8장 15절과 갈라디아서 4장 6절에서 성도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는다고 씁니다. 마라나타는 이 짧은 아람어 목록 가운데, 예수님이 아니라 초대교회 성도들의 입에서 나온 기도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초대교회의 성찬 기도 디다케 속 마라나타
마라나타는 성경 밖의 초대교회 문서에도 남아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의 가르침을 담은 교회 지침서 『디다케』(헬라어로 '가르침'이라는 뜻, 『열두 사도의 가르침』)입니다. 영어 위키백과 「예수의 언어」 항목은 디다케 10장 6절의 성찬 후 기도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은혜가 오고 이 세상은 지나가게 하소서. 다윗의 하나님께 호산나. 누구든지 거룩한 사람은 오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회개하게 하소서. 마란아타. 아멘."
성찬을 마친 성도들이 "주여, 오소서"를 함께 외치며 예배를 끝냈다는 것입니다. 성찬은 이미 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자리이면서,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께서 오셨다"와 "우리 주여 오소서"라는 마라나타의 두 가지 읽기가 성찬 안에서 함께 살아 있는 셈입니다. 바울도 같은 편지 고린도전서 11장 26절에서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주께서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라고 말합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이 밖에도 몇 가지 쓰임을 전합니다. 라틴 교회(서방 가톨릭교회)에서는 고린도전서 16장 22절의 "아나테마(저주)"와 붙여 읽은 "아나테마 마라나타"가 엄숙한 파문 문구로 쓰인 적이 있었고, 영어 킹제임스 성경은 이 구절을 "let him be Anathema Maranatha"로 옮겼습니다. 현대에는 베네딕도회 수도자 존 메인이 초대교회 수도자 요한 카시아누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마-라-나-타' 네 음절을 마음속으로 천천히 되뇌는 묵상 기도를 권했다고 소개합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마라나타 기도 — 재림 신앙과 대림절
마라나타는 무엇보다 재림을 기다리는 기도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 4장 16절은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라고 약속하고, 성도들은 이 약속을 붙들고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위키백과 한국어판도 마라나타를 기독교 종말론, 재림 신앙과 관련된 용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교회력으로는 성탄을 앞둔 대림절(강림절)에 이 기도가 특히 자주 불립니다. 대림절은 성탄 전 네 번의 주일을 지키는 절기로, 2026년에는 11월 29일이 대림절 첫째 주일입니다. 대림절은 이천 년 전 베들레헴에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면서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절기라서, "주께서 오셨다"와 "주여 오소서"를 모두 품은 마라나타와 잘 어울립니다.
일상의 기도로 드릴 때도 의미가 깊습니다.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면"이라는 경고와 마라나타, 그리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와 함께 하고"(23절)라는 축복으로 끝맺었듯이, 마라나타는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분을 기다리며 드리는 고백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혹은 막막한 순간에 "마라나타,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라고 짧게 기도해 보시면, 초대교회 성도들이 성찬상 앞에서 함께 외치던 기도에 우리도 이어지게 됩니다.
정리 — 마라나타 한 줄 요약
마라나타는 아람어로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 다르게 끊어 읽으면 "우리 주께서 오셨다"라는 뜻입니다. 성경에는 고린도전서 16장 22절에 아람어 그대로 한 번 나오고, 요한계시록 22장 20절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가 같은 기도를 헬라어로 풀어 성경 전체를 마무리합니다. 초대교회는 성찬 후 기도(디다케 10장)에서 이 말을 외쳤고, 오늘날에도 재림을 기다리는 기도이자 대림절의 고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멘, 호산나, 임마누엘, 샬롬처럼 교회에서 자주 쓰는 다른 말의 뜻도 신이말했다 개신교 게시판에서 함께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새번역·공동번역 개정판·개역한글 성경(고린도전서 11:26·16:21~23, 요한계시록 22:7·12·17·20, 마가복음 5:41·7:34·14:36, 마태복음 27:46, 로마서 8:15, 갈라디아서 4:6, 데살로니가전서 4:16), 위키백과 「마라나타」(한국어판·영어판, 가톨릭교회 교리서 451항 인용), 영어 위키백과 「Language of Jesus」(디다케 10:6 Roberts-Donaldson 번역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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