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팔복(八福)은 예수가 산상수훈(산상설교)에서 선포한 여덟 가지 복, 곧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하는 행복 선언을 말합니다. 본문은 마태복음 5장 3~10절이며(11~12절을 아홉째 복으로 보기도 합니다), 개역개정 성경 기준으로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가 복이 있다고 말합니다. 누가복음 6장 20~22절에는 짧은 네 가지 복과 네 가지 화가 나옵니다.
교회에서 설교 본문으로 자주 듣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는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한 번쯤 들어 본 구절입니다. 그런데 '심령이 가난하다'는 무슨 뜻인지, 왜 여덟 개인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팔복은 왜 다른지는 막상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위키백과 「참행복(팔복)」, 「산상수훈」(한국어판)과 「Beatitudes」, 「Church of the Beatitudes」(영어판) 항목, 그리고 성경 본문을 바탕으로 팔복의 뜻과 전문, 해석의 쟁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팔복이란 — 산상수훈 첫머리의 여덟 가지 행복 선언
팔복은 한자로 '여덟 가지 복'이라는 뜻이며, 천주교에서는 '참행복' 또는 '진복팔단(眞福八端)'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비어티튜드(Beatitudes)'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 불가타 성경에서 각 구절이 '베아티(beati, 복되도다)'로 시작하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그리스어 원문에서 이에 해당하는 말은 '마카리오이(makarioi)'로 뜻이 같습니다. 영어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라틴어 명사 '베아티투도(beatitudo)'는 키케로가 '복된 상태'를 가리키려고 만든 말이고, 1540년 영국의 대성경(Great Bible)에서 영어 단어로 옮겨져 오늘날의 'beatitudes'라는 철자로 굳어졌습니다.
팔복이 실린 산상수훈은 마태복음 5장부터 7장까지 이어지는 예수의 긴 가르침입니다. 한국어판 위키백과는 산상수훈을 예수가 서기 30년경 제자들과 군중에게 한 설교로 소개하며, 이를 '그리스도교의 대헌장(마그나 카르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마태복음 5장 1절은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로 시작하고, 바로 이어서 팔복이 나옵니다. 주기도문(6장),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7장), 황금률도 모두 이 산상수훈 안에 들어 있습니다.
팔복 전문 — 마태복음 5장 3~12절(개역개정)
개신교에서 널리 쓰는 개역개정 성경의 팔복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3절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4절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5절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6절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7절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8절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9절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10절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이어지는 11~12절은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라고 말합니다. 3~10절이 '~하는 자'라는 3인칭인 데 비해 11~12절은 '너희'라는 2인칭으로 제자들에게 직접 말을 건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학자에 따라 복을 여덟에서 열까지 세지만, 영어판 위키백과는 대부분의 학자가 여덟 가지로 본다고 정리합니다. 첫째 복과 여덟째 복이 똑같이 "천국이 그들의 것"으로 끝나서, 여덟 복 전체를 감싸는 틀처럼 보인다는 점도 자주 언급됩니다.
같은 구절을 공동번역 성경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처럼 옮겼습니다. '복이 있나니'와 '행복하다'는 같은 그리스어 마카리오이를 서로 다르게 번역한 것입니다.
여덟 가지 복의 뜻 — 조건과 약속이 짝을 이룬다
영어판 위키백과는 각 복이 '조건'과 '결과(약속)'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앞부분은 대체로 세상에서 불행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부르고, 뒷부분은 그들에게 하나님이 주실 것을 약속합니다. 여기에 쓰인 표현 대부분은 구약성경에서 이미 익숙한 말이지만, 예수는 이를 힘과 강요가 아닌 사랑과 겸손을 중심에 둔 새로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가장 많이 묻는 구절은 첫째 복의 '심령이 가난한 자'입니다. 그리스어로는 '프토코이 토 프뉴마티', 곧 '영(마음)에 있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목회자 A. W. 토저는 이를 "길거리 거지의 바깥 처지와 나란한 내면의 상태"라고 표현했습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해지라는 요구가 아니라, 자기에게 하나님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는 마음이라는 해석입니다. 반대로 19세기 목회자 윌리엄 버넷 라이트는 '심령이 가난한 사람'과 자기 확신 없이 비굴하게 구는 '기가 꺾인 사람'은 다르다고 구분하며, 비겁함을 겸손이라고 부르는 것은 복이 아니라고 경계했습니다.
셋째 복의 '온유한 자'는 시편 37편 11절 "온유한 자들은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 구절은 마하트마 간디 같은 비기독교인에게서도 높이 평가받았지만, 철학자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이를 '노예 도덕'의 표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일곱째 복의 '화평하게 하는 자'에 대해서는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가 "사람들의 거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투는 이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여, 할 수만 있다면 서로 화해시키려 애쓰는 사람"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다섯째 복의 '긍휼히 여기는 자'는 교회 전통에서 굶주린 이를 먹이고 병든 이를 돌보는 '자비의 행위'와 연결되어 가르쳐져 왔습니다.
한편 미국 철학자이자 신학자 달라스 윌라드는 팔복을 '이렇게 하면 복을 받는다'는 조건문으로 읽는 시각에 반대했습니다. 그는 팔복이 당시 사람들이 '도저히 복 받을 수 없다'고 여긴 이들을 열거하며, 그런 사람에게도 하늘나라가 열려 있다고 선포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영어판 위키백과는 이를 소수 견해로 소개합니다.
마태복음 팔복과 누가복음 팔복의 차이
누가복음 6장 20~26절에는 '평지 설교(평상 수훈)' 안에 비슷한 가르침이 나옵니다. 마태복음은 예수가 산에 올라가 가르쳤다고 기록한 반면, 누가복음은 평지에 서서 가르쳤다고 기록합니다. 누가복음의 복은 네 가지뿐입니다.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지금 주린 자는 복이 있나니", "지금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리고 인자로 말미암아 미움과 욕을 받는 자가 복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 뒤에는 이를 거울처럼 뒤집은 네 가지 '화'가 이어집니다. 부요한 자, 지금 배부른 자, 지금 웃는 자,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는 자에게 화가 있다는 경고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마태복음의 '심령이 가난한 자'가 누가복음에서는 그냥 '가난한 자'라는 점입니다. 영어판 위키백과는 마태복음이 가난을 영적·윤리적 의미로 넓혔다면, 누가복음은 실제 가난과 굶주림, 소외를 겪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어판 위키백과는 일부 학자들이 마태복음 공동체 신자들이 상대적으로 넉넉했기 때문에 '마음의 가난'을 강조했다고 주장한다고 소개합니다. 또 온유한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에 대한 복은 마태복음에만 있습니다.
팔복교회와 팔복산, 그리고 팔복을 다시 읽은 사람들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호수 북서쪽 언덕은 전통적으로 산상수훈을 한 곳으로 여겨져 '팔복산(Mount of Beatitudes)'이라고 불립니다. 해발로는 약 25m 아래지만 갈릴리 호수보다는 200m 가까이 높은 언덕으로, 가버나움과 타브가 가까이에 있습니다. 381년경 이곳을 순례한 여성 순례자 에게리아는 "그 근처 산에 구세주께서 올라가 팔복을 말씀하신 동굴이 있다"고 기록했습니다. 4세기 말 비잔틴 교회 터가 남아 있고, 지금의 천주교 '팔복교회(Church of the Beatitudes)'는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바를루치의 설계로 1936~1938년에 지어졌습니다. 교회 평면은 팔각형인데, 여덟 면이 여덟 가지 복을 상징합니다. 교황 바오로 6세와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에서 미사를 드렸고, 요한 바오로 2세의 미사는 2000년 3월이었습니다.
팔복은 오늘날에도 새롭게 읽히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모든 성인 대축일에 스웨덴 말뫼를 방문해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악을 견디며 마음으로 용서하는 사람은 복되다",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보호하고 돌보는 사람은 복되다" 등 여섯 가지 '현대의 참행복'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인 윤동주가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여덟 번 되풀이한 뒤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로 끝맺는 시 「팔복」을 남겨, 식민지 시대 젊은이의 고뇌를 팔복의 형식에 담았습니다. 청교도 목회자 토머스 왓슨의 『팔복 강해』, 마틴 로이드 존스의 산상수훈 강해도 한국 교회에서 오래 읽혀 온 책입니다.
정리 — 팔복은 '복 받는 비결'보다 하늘나라의 초대장
정리하면, 팔복은 마태복음 5장 3~10절에 기록된 예수의 여덟 가지 행복 선언으로, 심령이 가난한 자부터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까지 세상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하늘나라를 약속합니다. 누가복음은 더 짧은 네 가지 복과 네 가지 화로 같은 가르침을 전합니다. 해석은 전통과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겸손과 긍휼, 화평과 정의를 삶의 중심에 두라는 메시지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주 성경을 펼칠 때 마태복음 5장의 여덟 구절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위키백과 「참행복」 https://ko.wikipedia.org/wiki/참행복 / 위키백과 「산상수훈」 https://ko.wikipedia.org/wiki/산상수훈 / Wikipedia 「Beatitudes」 https://en.wikipedia.org/wiki/Beatitudes / Wikipedia 「Church of the Beatitudes」·「Mount of Beatitudes」 / 성경 마태복음 5장·누가복음 6장·시편 37편(개역개정), 마태복음 5장(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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