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십자가의 길 뜻 — 14처 기도 순서와 각 처 내용, 1731년 클레멘스 12세가 정한 유래, 사순 시기 바치는 법과 전대사 조건까지 정리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이 사형 선고를 받으신 때부터 무덤에 묻히시기까지의 수난 장면 14가지(14처)를 차례로 따라가며 묵상하는 천주교의 대표적인 신심 기도입니다. 1731년 교황 클레멘스 12세가 지금처럼 14처로 고정했고, 아무 때나 바칠 수 있지만 특히 사순 시기 금요일과 성금요일에 많이 바칩니다. 14처가 설치된 성당이나 성지에서 한 처씩 옮겨 가며 중단 없이 바치는 것이 기본이며, 정해진 조건을 갖추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성당에 들어가면 양쪽 벽에 예수님이 재판을 받으시는 모습부터 무덤에 묻히시는 장면까지 조각이나 그림, 색유리화가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길 14처입니다. 오늘은 가톨릭신문의 사순 특집 기사, 평화신문 '교회상식 교리상식' 연재(굿뉴스 재수록), 굿뉴스 가톨릭 용어사전, 위키백과 한국어·영어판을 바탕으로 십자가의 길의 뜻과 유래, 14처 내용, 바치는 방법과 전대사 조건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십자가의 길 뜻 — 비아 크루치스, 비아 돌로로사

십자가의 길은 라틴어로 비아 크루치스(Via Crucis)라고 하며, 고통의 길이라는 뜻의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도 부릅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시간, 곧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는 서방 그리스도교의 기도라고 설명합니다. 14개의 처(處, Station)로 이루어져 있어서 흔히 '14처 기도'라고도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사순 특집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 교리서」 2669항은 "총독 관저에서 골고타와 무덤에 이르는 14처는 당신의 거룩한 십자가로 세상을 구원하신 예수님의 발자취를 한 걸음씩 따라가는 것"이라고 14처를 직접 언급합니다. 즉 십자가의 길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일이 아니라, 신자가 몸소 예수님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 걸으며 그 고통과 사랑을 마음에 새기는 기도입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 기도를 성로선공(聖路善功)이라고 불렀습니다. 가톨릭신문은 기도를 뜻하는 '신공' 대신 선행과 찬양할 만한 행동을 뜻하는 '선공'이라는 말을 굳이 쓴 데에는, 십자가의 길을 입으로만 외는 기도가 아니라 삶으로 따르는 실천으로 여긴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풀이합니다.

십자가의 길 유래 — 예루살렘 순례에서 성당 안 14처로

십자가의 길의 뿌리는 초대 교회의 예루살렘 순례입니다. 굿뉴스 용어사전에 따르면 초대 교회 순례자들은 실제로 빌라도 관저에서 갈바리아(골고타) 산 십자가가 세워진 곳까지 약 1,300여 보, 700여 m를 걸으면서 기도했습니다. 평화신문 연재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칙령으로 그리스도교가 자유를 얻은 뒤 황제의 어머니 성녀 헬레나가 예수님 무덤을 찾는 데 힘을 쏟았고, 그 자리에 세워진 예수님 무덤 성당(성묘 성당)이 중세 참회자들의 중요한 순례지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문제는 예루살렘이 너무 멀었다는 점입니다. 영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1187년 살라딘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순례가 어려워졌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세운 프란치스코회가 성지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교황 클레멘스 6세는 1342년 프란치스코회를 성지 관리자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처(Station)'라는 말을 예루살렘의 순례길 정류 지점에 처음 쓴 기록은 15세기 중엽 성지를 순례한 영국인 윌리엄 웨이의 순례기입니다.

예루살렘에 갈 수 없는 신자들을 위해 유럽 곳곳에 성지 모형의 십자가의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15~16세기 프란치스코회가 세운 야외 처는 7처에서 30처까지 숫자가 제각각이었고, 가톨릭신문은 5처, 7처, 11처, 12처 등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고 소개합니다. 이후 교황 인노첸시오 11세가 1686년(가톨릭신문 등 일부 자료는 1688년) 프란치스코회 성당에 십자가의 길 설치를 허용하고 이 기도를 바치는 이들에게 전대사를 허락했습니다.

지금의 모습을 결정한 사람은 교황 클레멘스 12세(재위 1730~1740)입니다.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그는 1731년 4월 3일 「십자가의 길 신심행위의 올바른 거행을 권고함」이라는 교령으로 모든 교회에 십자가의 길 설치를 허락하고, 처의 수를 14처로 정하며 각 처의 수난 장면을 고정했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 십자가의 길은 전 세계로 퍼져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가장 대중적인 기도가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길 14처 — 각 처의 내용

한국 성당에서 바치는 14처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 처 앞에서 "제○처, 예수님께서 ○○하심을 묵상합시다."라고 시작합니다.

1.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
2.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3.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
4.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
5.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짐
6.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
7.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
8.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9.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
10.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평화신문 연재는 병사들이 옷을 벗기고 초와 쓸개를 마시게 한 장면으로 설명)
11.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
12.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
13.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14.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

영어 위키백과는 이 14처 가운데 성경에 분명한 근거가 있는 장면은 여덟 개 정도라고 지적합니다. 세 번의 넘어지심(제3·7·9처)과 베로니카가 얼굴을 닦아 드린 장면(제6처)은 복음서에 직접 나오지 않고 교회 전승에서 온 것입니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1년 성금요일에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에서 시작해 무덤에 묻히심으로 끝나는 '성경적 십자가의 길'을 새로 바쳤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7년 이 형식을 묵상과 공적 거행에 쓰도록 승인했습니다.

15처와 16처도 있을까? 부활을 함께 묵상하는 형식

요즘 일부 본당이나 기도서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는 15처를 덧붙이기도 합니다. 평화신문 연재는 십자가의 길이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부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15처가 의미 있다고 보는 신학자들이 있는 반면, 예수님이 묻히신 무덤이 곧 부활하신 장소이므로 14처로도 부활까지 묵상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14처냐 15처냐가 아니라 왜 이 기도를 바치느냐라고 강조합니다.

가톨릭신문은 1975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해 부활로 완결되는 16처 십자가의 길을 승인하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또 부활 시기에는 부활에서 성령 강림까지를 묵상하는 '빛의 길(Via Lucis)'을 바치는 곳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 대부분의 성당과 성지에 설치된 것은 여전히 전통적인 14처입니다.

십자가의 길 바치는 법과 전대사 조건

언제 바치나요?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가톨릭 기도서」는 십자가의 길을 "아무 때나 바칠 수 있지만 특별히 사순 시기 금요일과 성 금요일에는 마땅히 바쳐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교회법에는 시기와 장소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으므로, 이 표현은 의무라기보다 진실한 회개의 마음으로 수난에 참여하라는 권고로 이해하면 됩니다. 2027년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인 2월 10일에 시작되며, 그 무렵부터 많은 본당이 금요일 저녁에 공동 십자가의 길을 바칩니다.

어떻게 바치나요? 보통 시작 기도를 바친 뒤 제1처로 이동해 처의 제목을 알리고, 묵상 글과 기도를 바친 다음 다음 처로 옮겨 갑니다. 처와 처 사이에는 성모님의 고통을 노래한 13세기 프란치스코회 수사 야고포네 다 토디의 「스타바트 마테르(슬픔의 성모)」 구절을 노래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혼자 바쳐도 되고, 여럿이 함께 바칠 때는 주송자만 각 처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제자리에서 바쳐도 괜찮습니다.

전대사는 어떻게 받나요? 평화신문 연재에 따르면 일반적 조건인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지향을 위한 기도를 이행하면서 다음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적법하게 세워진 14처 앞이어야 합니다. 봉헌식을 한 성당의 14처는 적법한 것으로 보며, 개인이 임의로 세운 처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둘째, 14처는 성화나 조각이 보통이지만 십자가만 있어도 됩니다. 셋째, 14처 전체를 중단 없이 순서대로 바치고, 각 처로 이동해야 합니다. 병자나 수감자처럼 14처 앞에 갈 수 없는 사람은 적어도 30분 이상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기도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고, 굿뉴스 용어사전은 항해 중이거나 병석에 있을 때 축복받은 십자가를 들고 바쳐도 대사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로마 콜로세움의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과 오늘의 의미

해마다 성금요일 밤에는 교황이 로마 콜로세움에서 십자가의 길을 주례합니다. 영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직접 십자가를 지고 처를 옮겨 다녔고, 건강이 나빠진 말년에는 팔라티노 언덕의 무대에서 예식을 주례했으며, 2005년 선종 며칠 전에는 개인 경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함께했습니다. 매년 다른 사람이 묵상글을 쓰며, 2000년 대희년에는 교황이 직접 묵상글을 썼습니다. 가톨릭신문은 1979년부터 콜로세움에서 바친 기도문 가운데 11편과 최양업 신부의 서한 구절로 엮은 기도문 등을 묶은 「십자가의 길」(가톨릭대학교출판부, 1996)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원목실이 환자와 가족을 위해 펴낸 「아픈 이들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같은 다양한 기도문도 소개했습니다.

평화신문 연재는 사형 선고에서 무덤에 묻히시기까지가 거리로나 시간으로나 짧은 여정이지만 예수님의 전 생애를 집약한 길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던 분이 죄인으로 낙인찍혀 십자가의 무게에 쓰러지는 역설, 그리고 그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로 이어진다는 희망이 이 기도의 핵심입니다. 성당 벽에 걸린 14개의 장면 앞에 잠시 멈춰 서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 속에 있는 이웃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좋은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가톨릭신문 '[사순 특집] 십자가의 길 기도 - 기원과 그 의미'(2020년 2월), '[사순 특집] 십자가의 길 궁금증 풀이'(2022년 3월), '사순절,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칩시다', 평화신문 '교회상식 교리상식 33·34 십자가의 길 기도 유래와 의미'(2007년 3월, 굿뉴스 재수록), 굿뉴스 가톨릭 용어사전 '십자가의 길', 위키백과 '십자가의 길'(한국어)·'Stations of the Cross'(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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