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순천 선암사는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조계산 동쪽 기슭에 있는 천년 고찰로, 875년(헌강왕 1)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1088년(선종 5) 대각국사 의천이 중창한 절입니다. 2018년 6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고, 보물 승선교와 대웅전, 천연기념물 선암매로 유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2026년 9월 30일, 경내의 오래된 화장실인 '순천 선암사 측간(뒷간)'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습니다.
가을 단풍철이면 순천 여행 코스에 꼭 들어가는 곳이 선암사지요.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 승선교 너머로 강선루가 보이는 풍경은 사진으로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가유산청 자료, 디지털순천문화대전과 연합뉴스 보도를 바탕으로 선암사의 창건 이야기부터 승선교, 선암매, 그리고 이번에 국가유산이 된 해우소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선암사는 누가, 언제 세웠나 — 아도화상 설과 도선국사 설
선암사의 시작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합니다. 하나는 삼국시대 아도화상이 처음 절을 열었다는 설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542년(진흥왕 3) 아도화상이 개창해 비로암이라 불렀다는 기록을 소개하면서도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적고 있고, 위키백과에는 529년(백제 성왕 7) 아도화상이 짓고 해천사라 불렀다는 전승이 실려 있습니다. 이처럼 연도와 이름부터 자료마다 다르니, 아도화상 창건설은 '전해지는 이야기'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학계에서 더 믿을 만하다고 보는 것은 875년 도선국사 창건설입니다. 고려 때 박전지가 쓴 「영봉산용암사중창기」에는 지리산 성모천왕이 "세 개의 암사(巖寺)를 세우면 삼한이 합쳐 한 나라가 되고 전쟁이 저절로 그칠 것"이라고 하자 도선이 선암, 운암, 용암 세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순천 선암사 선암매」 항목도 선암사를 영암 용암사, 광양 운암사와 함께 9세기 후반 도선국사가 호남에 세운 세 사찰 가운데 하나로 설명합니다.
이후 1088년 대각국사 의천이 절을 크게 중창했고, 그 인연으로 지금도 선암사에는 의천의 영정이 전합니다. 그러나 1597년 정유재란 때 석종, 철불, 보탑, 부도, 문수전, 조계문, 그리고 '청치(圊廁)'라 불린 화장실 등 몇몇만 남고 대부분의 건물이 불탔습니다. 1660년(현종 1) 경준, 경잠, 문정 세 스님이 다시 일으켜 세웠지요.
불과의 싸움 — '청량산 해천사' 편액에 담긴 사연
선암사는 유난히 화재가 잦았던 절입니다. 국가유산청 『문화재사랑』에 실린 답사기에 따르면, 조선 영조 때 상월대사가 절을 고쳐 지으면서 불을 막으려고 산 이름을 청량산, 절 이름을 해천사(海川寺)로 바꿨습니다. 바다와 내, 맑고 서늘한 산이라는 이름으로 불기운을 누르려 한 것이지요. 하지만 순조 때 또 불이 나자 다시 조계산 선암사로 이름을 되돌렸다고 합니다. 지금도 일주문 뒤편에는 '청량산 해천사' 편액이 걸려 있고, 어느 전각의 환기구에는 물 수(水), 샘 천(泉) 자가 새겨져 있어 당시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시련은 이어졌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6·25전쟁 이전에는 불각 9동, 당료 25동, 누문 31동 등 모두 65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전쟁 중에 불타, 지금은 대웅전, 원통전, 팔상전, 불조전, 장경각, 강선루 등 크고 작은 20여 동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대웅전은 1824년에 다시 지은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며 2001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참고로 선암사는 위키백과 등에서 한국불교태고종의 총본산으로 소개되는데, 국가유산포털에는 소유자가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 관리자가 순천시로 적혀 있습니다. 자료마다 표기가 다른 사정이 있다는 점만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승선교와 강선루 — 신선이 오르내리는 무지개다리
선암사를 대표하는 풍경은 단연 승선교(昇仙橋)입니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오르는 다리'라는 뜻이고, 그 위의 누각 강선루(降仙樓)는 '신선이 내려오는 누각'이라는 뜻입니다. 위키백과에 인용된 자료에 따르면 승선교는 길이 14m, 높이 4.7m, 폭 4m로, 1713년(숙종 39) 호암화상이 6년에 걸쳐 완공했다고 전합니다. 하나의 반원형 아치로 이루어져 물에 비친 모습까지 합치면 완전한 동그라미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며, 다리 한가운데 아래에는 돌 하나가 작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계산」 항목은 승선교와 강선루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모습을 선암사의 상징이라고 표현합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크기와 모양이 거의 같은 동·서 삼층석탑 두 기가 서 있는데, 같은 장인이 같은 때에 세운 것으로 보이며 역시 1963년 보물이 되었습니다. 이 밖에 도선, 서산, 무학, 지공, 나옹 등 고승과 33조사의 영정을 모신 33조사도(2008년 보물), 1993년 보물로 지정된 북 승탑, 1624년에 그린 가로 7.5m, 세로 13.5m의 괘불 등 귀한 유산이 많습니다. 2001년에는 약 1,800점의 유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도 문을 열었습니다.
600년 선암매와 사계절 꽃 절집
선암사는 '꽃 절'로도 불립니다. 경내에는 수령 350년에서 650년에 이르는 매화나무 50여 그루가 원통전과 각황전을 따라 운수암으로 오르는 담길에 자라는데, 이를 선암매(仙巖梅)라 부릅니다. 이 가운데 원통전 담장 뒤의 흰 매화 1그루와 각황전 담길의 분홍 매화 1그루가 2007년 11월 26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절에서는 약 600년 전 천불전 앞 와송과 함께 심었다고 전하는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의천이 중창할 때 와룡송과 매화를 심었다는 상량문 기록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나무 나이를 600년으로 잡으면 의천 시대와 맞지 않아 그 뒤에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합니다. 꽃은 보통 3월 하순에 활짝 피어 경내를 향기로 채우고, 순천시는 2019년 지의류병을 치료하는 등 이 나무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봄에는 매화와 철쭉,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동백과 설경이 이어져 사계절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이 된 '뒷간' — 선암사 해우소 이야기
선암사에서 의외로 가장 유명한 건물은 '뒷간'이라는 현판이 붙은 화장실, 곧 해우소(解憂所)입니다. 해우소는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으로 절에서 화장실을 부르는 말이지요. 디지털순천문화대전에 따르면 이 건물은 일주문과 범종루를 지나 대각암 가는 길의 해천당 옆에 있으며, 정면 6칸, 측면 4칸의 丁자형 맞배지붕 건물입니다. 안에 들어서면 남녀 칸이 양옆으로 나뉘어 있고,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변기 자리를 두 줄로 배치했으며, 앞뒤 벽에 살창을 두어 바람이 잘 통하게 했습니다. 비탈을 이용해 앞쪽은 단층, 뒤쪽은 2층 누각처럼 지어 사람이 앉는 자리가 바닥에서 멀리 떨어져 냄새가 덜 납니다.
국가유산청은 2026년 9월 30일 이 '순천 선암사 측간'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와 함께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연합뉴스는 해우소가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국가유산청 설명에 따르면 선암사 측간은 1704년 『조계산선암사사적』의 '청측' 기록, 일제강점기 사진, 1928년 수리 때 남긴 상량 묵서를 통해 1920년대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확인되며, 100년 넘게 제자리에서 실제로 쓰여 왔습니다. 문 없이 가슴 높이 칸막이만 둔 개방형 구조, 눈높이에 맞춘 살창, 분뇨를 왕겨와 낙엽으로 발효시켜 밭 거름으로 되돌리는 방식은 수행 공동체의 생활 지혜를 보여 준다는 평가입니다. 2001년 전라남도 문화재자료로 먼저 지정된 뒤 이번에 국가 단위 유산으로 격이 올라간 셈입니다.
선암사를 찾으신다면 승선교에서 사진을 찍고, 대웅전과 삼층석탑을 둘러본 뒤 담길을 따라 선암매를 지나, 마지막으로 해우소까지 들러 보시길 권합니다. 1707년에 세운 중수비와 1929년의 사적비가 서 있는 편백 숲도 한적하게 쉬어 가기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천 년 넘게 불과 전쟁을 견디며 이어져 온 절집의 시간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계산 선암사」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8783, 「순천 선암사 선암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5190, 「조계산」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1571, 「조계산 송광사 선암사 일원」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2255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순천 선암사 선암매」, 『문화재사랑』 2008.9 「태고종의 총본산 선암사」 / 디지털순천문화대전 「순천선암사측간」 / 연합뉴스 2026.8.4, 뉴스핌 2026.9.30 사찰 해우소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보도 / 위키백과 「선암사」, 「순천 선암사 선암매」 / 순천시 농업기술센터 201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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