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모든것

호구거리 뜻 — 서울굿에서 천연두신 호구아씨를 모시는 굿거리, 손님굿·별상거리·마누라배송과의 관계, 붉은 치마와 원삼 족두리, 독립거리에서 부속거리로 바뀐 과정까지 정리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호구거리는 서울굿에서 천연두를 주관하는 여신인 호구신(호구아씨)을 모시는 굿거리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님굿' 항목에 따르면 마마(천연두)를 주관하는 손님신을 모시는 굿거리는 지역마다 이름이 달라서, 서울과 중부 지역에서는 '별상거리' 또는 '호구거리', 호남에서는 '손굿', 제주도에서는 '마누라배송', 동해안에서는 '손님굿'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오늘날 서울굿에서 호구거리는 독립된 거리로 길게 놀지 않고, 불사거리나 산거리 안에 붙어 짧게 지나가는 부속거리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무당이 붉은 치마를 머리에 쓰고 나와 짧은 공수를 내리는 장면이 바로 호구거리입니다. 아래에서 호구 뜻, 손님굿·별상거리와의 관계, 굿판에서의 모습, 독립거리에서 부속거리로 바뀐 과정, 호구신에 담긴 여성의 이야기, 그리고 굿이나 신점을 알아보는 분들이 참고할 점을 출처에서 확인한 내용만으로 정리합니다.

1. 호구 뜻 — 서울굿에서 부르는 천연두신의 이름

'호구'는 천연두신을 서울굿에서 부르는 명칭입니다. 한국무속학에 실린 논문 「서울굿 〈호구거리〉의 성격 변화」(2010)는 첫 문장에서 호구가 천연두신의 서울굿 통용 명칭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천연두는 예전에 마마, 손님이라고 불리던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병굿' 항목은 천연두가 무서운 전염성과 높은 사망률을 가졌고 얼굴에 흉한 자국을 남겨 많은 사람들이 몹시 두려워한 병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이 병을 함부로 부르지 못하고 높여서 '손님', '마마'라고 불렀고, 그 병을 주관하는 신을 굿판에 모셔 대접하고 곱게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같은 '병굿' 항목은 열두거리 굿 가운데 별상거리(지방에 따라서는 손님굿)나 호구거리에서 천연두신과 홍역신을 모신다고 적고 있습니다. 또 '무신도' 항목에는 홍역신인 호구아씨의 모습이 무신도에 더러 보인다는 설명이 있어, 호구신이 천연두뿐 아니라 홍역과 같은 돌림병의 신으로도 이해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호구는 어린아이와 집안을 위협하던 돌림병을 다스리는 여신이고, 호구거리는 그 여신을 모셔 병을 막아 달라고 비는 굿의 한 대목입니다.

2. 손님굿·별상거리·마누라배송과의 관계

천연두신을 모시는 굿은 전국에 있었지만 이름과 비중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님굿' 항목(서대석 집필)은 손님굿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 동해안 일대와 호남 지역이며, 이곳에서는 세습무가 주관한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함경도와 평안도 등 북부 지역에는 큰굿의 차례에 손님굿이 없고, 제주도에서도 큰굿에는 없으며 작은 굿에만 독립된 굿거리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동해안과 호남의 손님굿에서는 손님신이 중국 남쪽 강남에서 압록강을 건너 들어와 여기저기 다니다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간다고 노래합니다. 그래서 신이 돌아갈 때 타고 가라는 뜻으로 싸리나무로 말 모형을 만들고 양식을 실어 보내며, 말을 끄는 마부가 신의 노정기를 읊는 마부타령을 부릅니다. 고창 지역의 '손님풀이'에서는 손님신이 연지함과 분함을 끼고 다니면서 정성이 지극한 집은 곱게 보살피고 그렇지 않은 집에는 흉하게 앓게 한다고 전합니다.

서울굿에서는 이 신을 주로 '호구'라고 불렀고, 같은 천연두신 계열로 '별상'이라는 이름도 함께 쓰였습니다. 앞의 2010년 논문은 서울굿에서 별상을 천연두신으로 여기는 오해가 생겨나면서 호구의 자리가 더 좁아졌다고 분석합니다. 즉 서울굿에서는 별상거리와 호구거리의 성격이 겹쳐 보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호구거리는 점점 독립성을 잃었습니다.

3. 굿판에서 보는 호구거리의 모습

호구거리는 서울굿의 다른 거리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한국민속학에 실린 논문 「서울굿 호구거리의 의미 연구」(2003)는 호구거리가 다른 굿거리보다 짧은 시간에 연행되고 눈에 띄는 무가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호구신은 붉은 치마로 얼굴을 가린 채 굿판에 나타나 짧은 공수를 전하고 곧 사라집니다. 공수는 신령이 무당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인데, 호구거리의 공수는 정형화된 짧은 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식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무신도' 항목은 무신도에 보이는 호구아씨의 모습과 구색을 맞추기 위해 호구거리를 맡은 여무가 원삼에 족두리를 쓴다고 설명합니다. 원삼과 족두리는 옛 여성의 예복 차림입니다. 그래서 굿판에서 무당이 붉은 치마를 머리에 쓰거나 원삼과 족두리 차림으로 나와 짧게 축원하고 들어가면, 그 대목이 호구신을 모시는 장면이라고 보면 됩니다. 무신도에 그려진 호구아씨 그림은 신당에 모셔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4. 독립거리에서 부속거리로 — 호구거리가 짧아진 이유

「서울굿 〈호구거리〉의 성격 변화」(2010)는 초기 무속 자료에서는 호구거리가 독립적인 굿거리로 채록되어 있지만, 현재 서울굿에서는 독립적으로 연행하지 않는다고 정리합니다. 논문은 독립거리였던 시절의 호구거리가 지금처럼 짧은 공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수와 함께 '호구노정기'를 길게 구송했을 것으로 봅니다. 노정기로 호구신을 굿판에 불러 모시고, 굿판에 온 신에게 공수를 듣는 순서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틀에 걸쳐 하던 천궁맞이, 안당맞이, 산바라기 과정이 줄어들면서 각각 불가(불사)거리와 산거리로 정리되었고, 호구거리도 그 안으로 들어가 부속거리가 되었다고 논문은 설명합니다. 길게 부르던 노정기는 퇴화하고, 직접 소망을 비는 짧은 내용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천연두가 사라지면서 호구신이 사회적으로 가졌던 존재 가치도 줄어들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님굿' 항목 역시 마마병이 없어진 지금은 손님굿이 민중의 공감을 거의 잃고 큰굿 속 형식적인 '별상거리'로만 남아 있다고 설명합니다. 논문은 호구거리가 불사거리나 산거리 안에서도 더 축소되고 있어 언젠가는 서울굿에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그 변화 과정이 서울굿의 변모를 보여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5. 호구신에 담긴 여성의 이야기

2003년 논문은 호구신을 여성 신격으로 보고, 그 모습에서 당시 여성들의 처지를 읽어 냅니다. 무가 속 호구신은 억울하게 죽은 여성 신으로 등장했다가 곧 사라지며, 굿의 목적과 직접 이어지는 말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논문은 여러 굿판에 등장하는 남성 신격과 비교할 때, 상당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그 힘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 호구신의 모습이 남성보다 낮았던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한을 반영한다고 해석합니다. 붉은 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나와 망자의 말을 전하듯 공수를 내리는 모습도 억눌린 여성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봅니다.

또 이 논문은 호구거리가 빠져도 큰 탈이 없는 짧은 거리인데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로 손님신(천연두)에 대한 두려움과 서울굿의 형식성을 꼽습니다. 무속을 주로 이끈 사람들이 여성이었고, 그들이 굿판의 분위기와 자신들의 처지를 겹쳐 서울굿의 호구신을 만들어 왔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해석은 호구거리가 단순히 병을 쫓는 의례를 넘어, 옛 여성들의 마음이 담긴 대목이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6. 굿·신점을 알아보는 분들이 참고할 점

요즘 무당 굿이나 신점, 점집을 알아보다 보면 재수굿이나 진오귀굿 순서표에서 '호구' 또는 '별상'이라는 이름을 보게 됩니다. 서울굿의 큰 흐름에서는 호구거리가 따로 길게 진행되기보다 불사거리나 산거리 안에서 짧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아 두면 굿 순서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어느 거리를 얼마나 길게 하는지는 굿의 종류와 무당의 계통, 지역에 따라 다르므로, 굿을 의뢰하기 전에 순서와 비용, 소요 시간을 미리 자세히 물어보고 서면이나 메시지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호구거리가 원래 돌림병을 두려워하던 시절의 의례라는 사실입니다. 질병이 의심될 때는 굿에 앞서 반드시 병원 진료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굿은 우리 조상들이 공동체와 가족의 안녕을 빌던 문화로 이해하고, 건강과 큰돈이 걸린 결정은 신중하게 내리시기 바랍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님굿'(서대석)·'병굿'·'무신도' 항목, 「서울굿 〈호구거리〉의 성격 변화」(한국무속학, 2010), 「서울굿 호구거리의 의미 연구」(한국민속학,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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