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은 '그치다, 멈추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샤바트(Shabbat)에서 온 말로, 엿새 동안 일한 뒤 일곱째 날에 일을 멈추고 하나님 안에서 쉬며 그날을 거룩하게 구별하는 날입니다. 성경의 일곱째 날은 오늘날 요일로 토요일에 해당하며, 유대인은 지금도 금요일 해 질 무렵부터 토요일 해 질 때까지 안식일을 지킵니다. 반면 주일(主日)은 '주님의 날'을 줄인 말로,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주간의 첫날인 일요일에 모여 예배하는 날입니다. 정리하면 안식일과 주일의 차이는 요일(토요일과 일요일), 근거(창조 후의 안식과 그리스도의 부활), 성격(쉼의 계명과 부활을 기념하는 예배와 감사의 날)에 있습니다. 아래에서 안식일 뜻과 성경 구절, 예수님과 안식일 논쟁, 초대교회가 주일에 모이게 된 과정, 교파마다 다른 이해, 그리고 오늘날 주일을 지키는 의미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안식일 뜻 — 샤바트, 창조를 마치고 '그치신' 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안식일을 "6일의 노동이 끝난 뒤 찾아오는 유태교와 기독교의 휴식의 날"이라고 정의하고, 히브리어 샤바트가 '중지하다', '멈추다'라는 의미에서 파생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안식(安息)이라는 한자어도 편안히 쉰다는 뜻입니다.
안식일의 출발점은 창세기 2장입니다. 개역개정 성경은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창 2:2),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 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창 2:3)라고 기록합니다. 국민일보 「교회용어 바로 알기」는 이때 하나님의 안식이 고된 일 끝에 지쳐 쉬는 상태가 아니라 더는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지 않으시고 창조 활동을 그치신 것을 뜻한다고 풀이합니다.
안식일의 원리는 해(年) 단위로도 확장됩니다. 일곱째 해에 땅을 쉬게 하는 안식년,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뒤 맞는 오십 년째 해인 희년이 그것입니다. 백과사전은 7일과 7년, 그리고 50년이 고대 이스라엘의 시간 계산 단위였다고 소개합니다.
안식일 성경 구절 — 십계명의 넷째 계명, 출애굽기와 신명기
안식일은 십계명에 들어 있는 계명입니다. 개신교의 십계명 구분으로는 넷째 계명에 해당합니다. 출애굽기 20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 20:8-10). 그 이유로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출 20:11)라고 하여 창조를 듭니다.
신명기 5장에 다시 나오는 십계명은 같은 안식일 계명에 다른 이유를 붙입니다.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신 5:15). 출애굽기가 창조를 기억하게 한다면, 신명기는 종살이에서 건져 주신 구원을 기억하게 하는 셈입니다. 신명기 본문은 또 남종과 여종도 "너 같이 안식하게 할지니라"(신 5:14)라고 하여, 안식일이 집안의 약자와 나그네, 가축까지 함께 쉬게 하는 날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안식일 준수는 회당(시나고그) 예배와 함께 자리 잡았고,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뒤로는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오늘날 유대인 가정은 금요일 저녁 촛불을 밝히고 가족이 함께 지내며 회당 예배에 참석합니다.
예수님과 안식일 —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신약성경 복음서에는 안식일을 두고 예수님과 바리새인들이 논쟁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마가복음 2장입니다. 안식일에 제자들이 밀밭 사이를 지나며 이삭을 자르자 바리새인들이 "보시오 저들이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까"(막 2:24)라고 따집니다. 예수님은 다윗이 굶주렸을 때 진설병을 먹은 일을 예로 든 뒤 이렇게 답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막 2:27-28).
국민일보 「교회용어 바로 알기」는 구약에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규례가 매우 엄격했던 데 비해, 신약에서는 안식일을 지키는 일 자체보다 안식일이 무엇을 위해 있는지, 안식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두고 예수님과 바리새인들이 논쟁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안식일 계명을 없애기보다 그 본래 뜻, 곧 사람을 살리고 쉬게 하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의미를 회복하신 것으로 읽힙니다.
주일 뜻 — 안식 후 첫날, 부활을 기념하는 '주의 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주일을 "기독교에서 '주님의 날'로 정해 예배하는 날"이라고 정의하고, 그리스도가 부활한 날이 주간 첫날인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기독교에서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복음서는 부활의 아침을 "안식일이 다 지나고 안식 후 첫날이 되려는 새벽에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려고 갔더니"(마 28:1)라고 기록합니다.
초대교회가 이날에 모였다는 흔적은 신약성경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드로아의 모임을 "그 주간의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행 20:7)라고 전하고,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매주 첫날 각자 수입에 따라 연보를 모아 두라고 당부합니다(고전 16:2). 그리고 요한계시록은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계 1:10)라고 하여 '주의 날'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교회와신앙의 해설에 따르면 1세기의 바나바서신은 이날을 '제8일'이라 불렀고, 2세기의 유스티누스는 주일을 일요일로 설명했습니다. 안식일 다음 날, 곧 창조의 일곱째 날을 넘어선 '여덟째 날'에 부활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주일은 새 창조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로 이해되었습니다.
주일이 사회 전체의 휴일이 된 것은 4세기의 일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321년에 일요일을 휴일로 제정했다고 전합니다. 이후 일주일 가운데 하루를 쉬는 리듬은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공통 휴일 제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안식일과 주일 차이 — 교파마다 다른 이해와 '주일성수'
안식일과 주일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은 교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 장로교회가 신앙고백의 기준으로 삼아 온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 7항은 하나님이 일곱 날 가운데 하루를 안식일로 정하셨으며, 이날이 세상의 시작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는 주간의 마지막 날이었고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로는 성경이 '주의 날'이라고 부르는 주간의 첫날로 바뀌어 '그리스도인의 안식일'로 세상 끝까지 이어진다고 고백합니다. 한국 교회에서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일을 '주일성수(主日聖守)'라고 부르며 중요하게 여기는 배경에는 이러한 전통이 있습니다.
한편 국민일보 「교회용어 바로 알기」는 주일이 구약에서 말하는 육체의 안식을 얻기 위한 날이라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은혜를 기념하고, 하나님께 예배하고 찬양하며 몸과 영혼이 회복되는 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일요일을 '안식일'이나 '일요일'보다 '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르다고 안내합니다.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교단도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863년 미국 미시간주 배틀크릭에서 공식 창립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는 일요일 대신 일곱째 날인 토요일 안식일을 강조하며, 한국에는 1904년에 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백과사전은 제7일침례교도 토요일 안식일을 지킨다고 소개합니다. 이처럼 어느 요일에 모이느냐는 교파마다 다르지만, 일곱 날 가운데 하루를 구별해 하나님께 예배하고 쉼을 누린다는 원리는 공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주일을 지키는 의미와 실천
안식일과 주일은 모두 사람이 자기 수고를 멈추고 하나님이 창조주이자 구원자이심을 고백하는 날입니다. 출애굽기가 창조를, 신명기가 해방을, 복음서가 부활을 기억하게 한다는 점을 함께 떠올리면, 주일은 한 주를 마무리하는 날이 아니라 부활의 기쁨으로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라는 의미가 더 선명해집니다.
주일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다음처럼 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토요일 저녁에 다음 날 예배 시간과 본문을 미리 확인하고 일을 정리해 두어 마음을 준비합니다. 주일에는 공동체 예배에 참석해 말씀과 성찬, 찬양에 집중하고, 예배 뒤에는 가족이나 교우와 식사하며 쉼을 나눕니다. 그리고 출애굽기 20장 8~11절과 마가복음 2장 23~28절을 함께 읽으며, 내가 쉬는 동안 다른 사람도 함께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안식일이 종과 나그네까지 쉬게 한 날이었다는 사실은 오늘의 주일에도 이웃을 돌보라는 권면으로 이어집니다.
안식일 계명이 들어 있는 십계명 전체가 궁금하다면 십계명 뜻과 전문(https://sinimalhaetda.com/board/christian/1789)을, 주일의 뿌리인 부활 신앙이 궁금하다면 부활절 이야기(https://sinimalhaetda.com/board/christian/749)를, 주일 예배에서 나누는 떡과 잔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성찬식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christian/2203)을 함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성경 개역개정(창 2:2-3, 출 20:8-11, 신 5:12-15, 막 2:23-28, 마 28:1, 행 20:7, 고전 16:2, 계 1:10), 대한성서공회 온라인 성경,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안식일'·'주일'·'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국민일보 「[교회용어 바로 알기] 안식일·일요일은 '주일'로」(2018), 교회와신앙 「기독교의 주일(主日)과 유대교의 안식일의 차이는 무엇일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 7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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