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우리 교회에서 부르는 새찬송가 305장(통일찬송가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은 노예무역선 선원이자 선장이었던 영국 성공회 목사 존 뉴턴(John Newton, 1725~1807)이 1772년 말 새해 첫날 설교를 위해 쓰고 1779년 『올니 찬송집(Olney Hymns)』에 처음 실은 찬송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멜로디는 뉴턴이 붙인 것이 아니라, 1835년 미국에서 '뉴 브리튼(New Britain)'이라는 곡조와 짝지어진 것입니다.
장례식에서도, 추모식에서도, 거리의 백파이프 연주에서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노래입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도 첫 소절은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널리 알려졌지요. 뉴턴의 전기를 쓴 조너선 에이트킨은 이 노래가 해마다 약 1천만 번쯤 불린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따뜻한 찬송이 한때 사람을 사고팔던 배 위에서 살았던 사람의 고백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같은 가사도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오늘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위키백과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 노래가 걸어온 길을 천천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뜻 — '놀라운 은혜'를 노래한 찬송
'Amazing Grace'는 우리말로 '놀라운 은혜'라는 뜻입니다. 노래의 핵심은 사람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하나님의 자비로 용서받고 새로 살 수 있다는 고백입니다. 첫 절의 영어 원문(저작권이 끝난 공개 영역)은 이렇습니다.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 / That sav'd a wretch like me! / I once was lost, but now am found, / Was blind, but now I see."
"놀라운 은혜, 그 소리 얼마나 달콤한가. 나 같은 비참한 사람을 구하셨네. 한때 길을 잃었으나 이제 찾았고, 눈멀었으나 이제 보네." 정도로 옮길 수 있는 구절입니다. 위키백과는 '잃었다가 찾았다'는 표현이 누가복음의 탕자 비유에서, '눈멀었다가 본다'는 표현이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눈먼 사람을 고치신 이야기에서 왔다고 설명합니다. 뉴턴은 이미 1752년부터 편지와 일기에 '눈멀었으나 이제 본다'는 말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폭풍 속의 기도 — 존 뉴턴은 누구였나
브리태니커에 따르면 존 뉴턴은 1725년 7월 24일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신앙심 깊은 어머니를 일곱 살이 되기 전 결핵으로 잃었고, 열한 살부터 선장인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탔습니다. 열여덟 살에는 영국 해군에 강제로 징집되었고, 탈영을 시도한 뒤 노예무역선으로 넘겨졌습니다. 그는 거칠고 반항적인 선원이었고, 위키백과는 그가 지금의 시에라리온에서 한동안 스스로 노예처럼 부림을 당한 적도 있다고 전합니다.
전환점은 1748년 3월 10일이었습니다. 북대서양에서 그레이하운드호가 거센 폭풍을 만나 가라앉을 위기에 놓였을 때, 그는 "이것으로 안 된다면,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쳤습니다. 배가 살아남자 그는 그 일을 하나님의 은혜로 받아들였고, 평생 이 날을 기도로 기념했다고 브리태니커는 적고 있습니다.
다만 회심이 곧바로 삶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1750년부터 1754년까지 노예선 선장으로 세 차례 항해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져 바다를 떠난 뒤에야 리버풀에서 세관 일을 하며 라틴어와 그리스어, 신학을 독학했고, 1764년 영국 성공회 사제가 되어 올니라는 작은 마을의 부목사로 부임했습니다.
1773년 새해 첫날 — 올니 마을에서 태어난 찬송
올니는 손으로 레이스를 짜며 살아가는 가난한 마을이었고, 글을 모르는 주민도 많았습니다. 뉴턴은 설교단에서 자기의 실패와 죄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목사였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시인 윌리엄 쿠퍼와 우정을 나누며, 매주 기도 모임 때마다 함께 부를 시를 지었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1772년 말에 쓰였고, 1773년 1월 1일 새해 설교에 처음 쓰였을 것으로 봅니다. 설교 본문은 역대상 17장 16~17절, 다윗 왕이 "나는 누구이며 내 집은 무엇이기에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하셨나이까"라고 고백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원래 제목도 '신앙의 회고와 기대(Faith's Review and Expectation)'였습니다. 앞의 세 절은 지금까지 받은 은혜를 돌아보고, 뒤의 세 절은 앞으로도 그 은혜가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을 노래합니다.
1779년 출간된 『올니 찬송집』에는 뉴턴의 시 280편과 쿠퍼의 시 68편이 실렸습니다. 노래가 단순한 것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글을 잘 모르는 교인들을 위해 쉬운 말로 썼기 때문인데, 위키백과에 따르면 여섯 절 150개 가까운 단어 가운데 두 음절 이상인 단어는 스물한 개뿐이라고 합니다.
노예무역에 맞선 목사 — 은혜를 삶으로 갚다
뉴턴이 이 찬송을 쓰면서 노예무역 반대를 직접 염두에 두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러나 신앙이 깊어질수록 지난날에 대한 뉘우침도 커졌습니다. 1780년 런던의 교회로 옮긴 그는 1785년 젊은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를 만나 정치를 떠나지 말라고 조언했고, 이후 20년 동안 그의 영적 멘토가 되었습니다.
1788년에는 자신이 노예선에서 겪고 저지른 일을 고백한 책 『아프리카 노예무역에 관한 생각(Thoughts Upon the African Slave Trade)』을 펴냈습니다. 브리태니커에 따르면 이 소책자는 곧바로 매진되었고, 2판은 영국 의회 의원 모두에게 보내졌습니다. 뉴턴은 의회 청문회에서 노예무역에 반대하는 증언도 했습니다. 말년에는 눈이 멀고 기억도 흐려졌지만 설교를 멈추지 않았고, 영국 의회가 노예무역 폐지법을 통과시킨 지 아홉 달 뒤인 1807년 12월 21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눈멀었으나 이제 보네"라고 노래했던 사람이 마지막에는 육신의 눈을 잃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영국에서 잊히고 미국에서 꽃피다 — 뉴 브리튼 곡조
흥미롭게도 이 찬송은 정작 영국에서는 한동안 잊혔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19세기 초 제2차 대각성 운동의 천막 집회에서 널리 불렸습니다. 당시 찬송가책에는 악보 없이 가사만 실렸기 때문에 같은 가사가 20개가 넘는 여러 곡조로 불렸습니다.
오늘의 멜로디가 정해진 것은 1835년입니다. 미국 작곡가 윌리엄 워커가 악보집 『서던 하모니(Southern Harmony)』에서 뉴턴의 가사를 작자 미상의 곡조 '뉴 브리튼'에 붙였습니다. 이후 1852년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는 뉴턴이 쓰지 않은 절, "만 년을 지나도(When we've been there ten thousand years)"가 등장하는데, 이 절은 흑인 공동체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것이었습니다. 1900년 무렵 출판인 에드윈 오델로 엑셀이 첫 세 절에 이 절을 더해 펴낸 판이 미국 교회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우리 새찬송가 305장이 4절로 되어 있고 마지막 절이 영원한 찬양을 노래하는 것도 이 흐름과 닿아 있습니다.
교회 담장을 넘어 —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
20세기에 들어 이 찬송은 교회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마할리아 잭슨은 민권운동 행진에서 이 노래를 불렀고, 1970년 주디 콜린스의 무반주 녹음은 미국 빌보드 차트 15위까지 올랐습니다. 1972년 영국 왕립 스코틀랜드 근위기병대의 백파이프 연주는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다섯 주 동안 지켰습니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이 노래의 여러 판본과 이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곡 3천 개를 모아 두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찰스턴 교회 총격 희생자 추모식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오래 사랑받는 까닭은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길을 잃어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장 어두운 자리에 있던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고백, 그리고 받은 은혜를 이웃을 위한 삶으로 갚아 간 한 사람의 이야기. 오늘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부르신다면 폭풍 속 그레이하운드호와 올니의 작은 기도 모임을 함께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John Newton」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John-Newton , 위키백과(영문) 「Amazing Grace」 https://en.wikipedia.org/wiki/Amazing_Grace , C.S. Lewis Institute 「"Amazing Grace" John Newton and His Great Hymn」 https://www.cslewisinstitute.org/resources/amazing-grace-john-newton-and-his-great-hymn/ , James Madison University Madison Historical Review 「Revisiting the Story behind Former Slave Ship Captain John Newton's Amazing Grace」 https://commons.lib.jmu.edu/mhr/vol7/iss1/2 , 하눈찬송 「새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통일 405장)」 https://hymn.hanoon.app/ko/hymn/new/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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