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는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을 앞두고 등을 밝혀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마음의 어둠을 밝히자는 뜻을 나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 등불 축제입니다. 신라 때 기록이 처음 보이고 고려에서는 팔관회와 함께 나라의 2대 행사로 치러졌으며,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 제122호로 지정되었고 2020년 12월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연등회, 한국의 등불 축제'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1~2주 전 주말에 서울 도심에서 수만 개의 등이 함께 걷는 제등행렬이 열립니다.
아래에서는 연등회 뜻과 등을 밝히는 의미, 신라·고려·조선을 거친 연등회의 역사, 빈자일등 이야기, 현재 서울 연등회의 순서, 그리고 등 다는 법과 연등 공양의 의미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연등회 뜻, 왜 등을 밝힐까
연등(燃燈)은 말 그대로 등에 불을 붙인다는 뜻입니다. 불교에서 등불은 지혜를 상징합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어두워진 마음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빛으로 밝힌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등을 밝히는 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 하나로 여겨졌고, 향·꽃·차·과일·쌀과 함께 육법공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등을 다는 사람은 등에 자신이나 가족의 이름과 소원을 적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의 건강, 아이의 앞날, 먼저 떠난 이의 극락왕생 등을 비는 마음이 등 하나하나에 담깁니다. 그렇다고 연등이 소원을 이루어 주는 주술적인 물건은 아닙니다. 불교에서는 등을 밝히는 마음 자체, 곧 남을 위해 빛을 나누려는 마음과 스스로 깨어 있으려는 다짐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연등회라는 이름은 이렇게 등을 밝히는 의식과 그에 따르는 행렬, 놀이, 잔치를 모두 아우르는 말입니다. 과거에는 '관등놀이' 또는 '등석'이라고도 불렀고, 부처님오신날 밤 등을 구경하며 즐기던 풍속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신라에서 고려까지, 나라의 큰 잔치였던 연등회
우리나라 연등회에 관한 기록은 삼국 시대부터 보입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경문왕과 진성여왕 때 임금이 황룡사에 가서 등을 구경했다는 간등(看燈)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무렵 이미 왕실이 참여하는 등불 행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등회가 가장 크게 치러진 때는 고려입니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은 후손에게 남긴 훈요십조에서 연등회와 팔관회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연등회는 부처님을 섬기는 행사이고, 팔관회는 하늘과 산천의 신을 섬기는 행사라는 것이 그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고려의 연등회는 국가가 주관하는 행사가 되었고, 처음에는 정월 보름에, 뒤에는 2월 보름에 치르는 등 시기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임금이 직접 참여하고 궁궐과 거리에 등을 밝혔으며, 음악과 춤, 잔치가 함께 열렸습니다.
고려 후기에는 나라에서 정한 연등회와 별도로 4월 초파일, 곧 부처님오신날에 등을 다는 풍속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부처님오신날 연등 풍습의 직접적인 뿌리가 되었습니다.
조선 시대와 근현대, 민간 풍속으로 이어진 등불
조선은 유교를 나라의 이념으로 삼으면서 불교 행사를 국가 차원에서 줄였고, 연등회도 나라의 공식 행사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등을 밝히는 풍속까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4월 초파일이 되면 집집마다 등대를 세우고 가족 수만큼 등을 달았으며, 밤에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등을 구경하는 관등놀이를 즐겼다고 세시풍속 기록들은 전합니다. 등의 모양도 수박등, 마늘등, 연꽃등, 잉어등, 거북등처럼 다양했고, 아이들은 등대 밑에서 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사찰과 신도들이 함께 등을 들고 거리를 걷는 제등행렬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행사는 더욱 커졌고, 1990년대 이후로는 행렬과 함께 전통 등 전시, 놀이마당, 공연을 묶은 오늘날의 연등회 형태가 갖추어졌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이어진 가치를 인정받아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어 2020년 12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결정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연등회가 계층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축제이며, 시대에 따라 모습을 바꾸어 가며 전승되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빈자일등, 가난한 여인이 밝힌 꺼지지 않는 등
연등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빈자일등(貧者一燈)입니다. 『현우경』 등에 전하는 이야기로, 부처님이 머무는 곳에 왕과 부자들이 앞다투어 많은 등을 바쳤는데,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은 하루 종일 구걸해 겨우 모은 돈으로 기름을 조금 사서 작은 등 하나를 밝혔습니다. 밤이 깊어 바람이 불자 화려한 등들은 하나둘 꺼졌지만, 여인의 등만은 끝까지 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그 불을 끄려 해도 꺼지지 않자, 부처님은 그 등이 진실한 마음으로 바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는 공양의 크기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으로 오늘날까지 자주 인용됩니다. 비싼 등을 많이 다는 것보다, 작은 등 하나라도 정성을 담아 밝히는 것이 더 큰 공덕이라는 뜻입니다. 연등회 시기에 여러 사찰이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등을 함께 밝히는 행사를 여는 것도 이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의 서울 연등회는 어떻게 진행될까
현재 서울 연등회는 보통 부처님오신날보다 1~2주 앞선 주말에 열립니다.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주관하며, 대략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정확한 날짜와 장소, 시간은 해마다 연등회보존위원회 공식 누리집에서 발표되므로 방문 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어울림마당입니다. 행렬에 앞서 동국대학교 운동장 등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율동과 공연을 하며 축제를 엽니다. 둘째, 연등행렬입니다. 해가 진 뒤 동대문에서 종로를 거쳐 조계사 방향으로 수많은 사람이 장엄등과 손등을 들고 걷습니다. 코끼리, 용, 연꽃, 동자 모양의 대형 장엄등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가장 큰 볼거리입니다. 셋째, 회향한마당입니다. 행렬이 끝나면 종각 사거리 일대에서 참가자와 시민이 함께 어울려 강강술래처럼 춤추고 꽃비를 뿌리며 축제를 마무리합니다. 넷째, 전통문화마당입니다. 이튿날 조계사 앞 우정국로 일대에서 전통 등 만들기, 사찰 음식, 명상, 외국인 체험 부스 등이 열립니다.
이 밖에도 부처님오신날 무렵에는 조계사와 봉은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이 경내에 오색 연등을 달고, 청계천 일대에서 전통 등 전시가 열리기도 합니다. 불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행사입니다.
등 다는 법과 연등 공양할 때 알아 두면 좋은 점
부처님오신날 등을 달고 싶다면 가까운 사찰 종무소에 신청하면 됩니다. 보통 부처님오신날 한두 달 전부터 접수를 받으며, 등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공양금이 다릅니다. 금액은 사찰마다 다르므로 해당 사찰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등에는 신청한 사람의 이름이나 가족 이름, 소원을 적은 꼬리표가 달립니다.
먼저 떠난 가족을 위해 다는 등은 흔히 영가등이라고 부르며, 흰색 등을 쓰는 사찰이 많습니다. 살아 있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등은 오색 연등을 주로 씁니다. 집에서 직접 연꽃등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지로 꽃잎을 접어 붙이는 방식이라 아이와 함께 만들기에도 알맞고, 부처님오신날 무렵 여러 사찰과 문화센터에서 등 만들기 체험이 열립니다.
연등을 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본 빈자일등의 마음입니다. 큰 등이든 작은 등이든, 내 소원만이 아니라 이웃과 세상이 함께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것이 연등 공양의 본래 뜻에 가깝습니다. 연등회의 등불이 천 년 넘게 꺼지지 않고 이어진 것도 결국 그 마음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로 부처님오신날 의미, 육법공양, 삼보 뜻을 다룬 글도 신이말했다 불교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처: 국가유산청 국가무형유산 '연등회'(2012 지정),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연등회, 한국의 등불 축제'(2020 등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연등회'·'관등놀이', 『삼국사기』 신라본기, 『고려사』 훈요십조, 『현우경』 빈녀난타품, 연등회보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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