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을 고쳐 주고 재앙을 없애 준다고 믿어 온 부처님으로, 정식 이름은 약사유리광여래(藥師瑠璃光如來)이고 대의왕불(大醫王佛), 약사불이라고도 부릅니다. 동방의 정유리세계(淨瑠璃世界)를 다스리는 부처님이며, 과거에 약왕이라는 보살로 수행할 때 세운 12가지 큰 서원(약사 12대원)의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다고 경전은 설명합니다. 불상과 불화에서는 왼손에 약그릇(약합·약호)을 든 모습으로 표현되고, 좌우에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모십니다. 우리나라 사찰의 약사전이 바로 이 약사여래를 모신 전각이며, 매달 음력 8일이 약사재일입니다.
약사여래 뜻 — '약사유리광여래'와 '대의왕불'이라는 이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약사여래를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약사신앙의 대상이 되는 부처"라고 정의합니다. 이름을 풀어 보면 뜻이 잘 드러납니다. 약사(藥師)는 말 그대로 약을 주는 스승, 곧 의사라는 뜻이고, 유리광(瑠璃光)은 그 부처님이 머무는 동방 정토가 맑은 유리처럼 깨끗하게 빛난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대의왕불이라는 다른 이름 역시 '가장 큰 의사이신 부처님'이라는 의미입니다.
백과사전은 약사여래가 동방 정유리세계에 있으면서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시키며, 원만한 수행을 닦는 이로 하여금 더할 나위 없는 깨달음(무상보리)을 얻게 하는 부처라고 설명합니다. 서쪽 극락세계에 아미타불이 계신다면 동쪽 유리광세계에는 약사여래가 계신다는 구도여서, 사찰에서는 두 부처님을 석가모니불의 좌우에 함께 모시기도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약사불화」 항목은 약사불화가 삼세불화의 한 폭으로 중앙 석가모니불화의 향우측에 봉안되기도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여기서 '여래'와 '보살'의 차이도 짚어 둘 만합니다. 관세음보살이나 미륵보살은 아직 보살 단계에 있는 존재이지만, 약사여래는 이미 서원을 이루어 부처가 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름 뒤에 여래(如來) 또는 불(佛)이 붙습니다.
약사 12대원 — 병 고침에서 옷과 밥까지
약사여래를 이해하는 핵심은 12대원입니다. 약사신앙의 근본 경전인 『약사경』은 문수보살이 여러 부처의 서원과 공덕을 설해 달라고 청하자 석가모니불이 약사여래의 12대원과 공덕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정리한 12대원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광명보조원, 내 몸과 남의 몸에 광명이 가득하게 하려는 원입니다. 둘째 수의작사업원, 위덕이 높아 중생을 모두 깨우치려는 원입니다. 셋째 득무진물원, 중생이 부족함 없이 살게 하려는 원입니다. 넷째 안립대승원, 모든 중생을 대승의 가르침으로 이끌려는 원입니다. 다섯째 구계청정원, 깨끗한 업을 지어 계율을 갖추게 하려는 원입니다. 여섯째 근완구병고원, 몸이 불편한 이의 모든 기관을 온전하게 하려는 원입니다. 일곱째 제병안락원, 병을 없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는 원입니다. 여덟째 전녀득불원, 아홉째 안립정견원(그릇된 견해를 바른 견해로 돌리려는 원), 열째 제난해탈원(나쁜 왕이나 강도 같은 고난에서 구하려는 원), 열한째 음식포족원(굶주림과 목마름을 면하게 하려는 원), 열두째 의복구족원(가난해 옷이 없는 이에게 좋은 옷을 갖게 하려는 원)입니다.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약사여래의 서원은 병을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백과사전은 12대원이 의복과 음식 같은 의식주 문제는 물론, 그릇된 길에 빠진 사람, 계를 어긴 사람, 법을 어긴 사람의 구제까지 아우른다고 평가합니다. 또 경전에는 외적의 침입과 내란, 별자리와 해·달의 괴변, 때아닌 비바람과 가뭄, 질병의 유행처럼 나라가 큰 재난에 처했을 때도 약사여래의 본원력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개인의 병만이 아니라 나라의 재난까지 맡아 주는 부처님으로 여겨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약사여래 불상과 불화 — 약합, 일광보살·월광보살, 12신장
약사여래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손을 보는 것입니다. 「약사불화」 항목은 약사불의 도상적 특징이 왼손에 약기(藥器) 또는 약호(藥壺)를 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불상은 원칙적으로 물건을 들지 않는데, 약사불만은 예외적으로 약그릇을 들고 있어서 쉽게 구별됩니다.
좌우의 협시는 일광보살(日光菩薩)과 월광보살(月光菩薩)이고, 12대원을 상징하는 약사십이신장이 약사여래를 받듭니다. 『약사경』에는 약사여래에 귀의한 12야차대장이 약사여래를 받드는 모든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불화의 형식은 약사불만 그린 약사독존도, 일광·월광보살과 함께 그린 약사삼존도, 십이신장을 함께 그린 약사십이신장도, 정토 전체를 묘사한 약사정토변상도 등으로 나뉘며, 백과사전은 현존하는 약사불화가 모두 고려 후기 이후의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개하는 보물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조선 1565년)는 일광·월광보살을 구별하는 법을 잘 보여 줍니다. 세 발 달린 까마귀, 곧 삼족오가 그려진 보관을 쓴 보살이 태양처럼 빛나는 지혜로 중생을 교화하는 일광보살이고, 절구 찧는 토끼가 그려진 보관을 쓴 보살이 달처럼 청정한 덕을 갖춘 월광보살입니다. 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이 불화는 조선 왕실이 발원한 400점의 불화 가운데 하나였고, 그중 약사삼존을 그린 그림이 100점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약사신앙의 역사 — 선덕여왕부터 신라 사방불, 고려 약사도량까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약사불화」 항목은 약사신앙이 달마급다가 『약사여래본원경』을 번역한 615년 이후 더 구체화되었고, 우리나라에는 650년경을 전후해 전래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약사경』의 한역본은 4역 5종이 알려져 있는데, 수나라 달마급다의 『불설약사여래본원경』, 당나라 현장의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707년 의정의 『약사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 등이 대표적입니다.
『삼국유사』에는 선덕여왕이 병에 걸려 약이 듣지 않았을 때 밀본법사가 침전 밖에서 『약사경』을 읽어 병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백과사전은 삼국 사이의 전쟁으로 수많은 희생자와 병자가 생기던 상황에서 약사여래가 새로운 구원자로 등장했다고 해석합니다. 통일 후 신라에서는 경흥과 태현 같은 고승들이 『약사경』을 활발히 연구했고, 동서남북에 네 부처를 새기는 사방불을 만들 때 동쪽에는 늘 약사여래를 모시는 것이 하나의 신앙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표 유물로는 국보 「경주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이 있습니다. 높이 177센티미터로 통일신라 최대의 금동불상이며, 원래 경주 금강산 중턱의 백률사에 있다가 1930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두 손은 없어졌지만 오른손은 시무외인, 왼손은 약그릇을 살짝 든 모습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조성 시기는 800년 전후로 봅니다. 고려시대에도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약사도량(藥師道場)이 자주 열렸는데, 약사여래의 이름을 부르면 나라의 재난이 사라진다는 본원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백과사전이 설명하듯 오늘날 대부분의 사찰에 일광·월광보살과 함께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이 있는 것도 이 오랜 신앙의 흔적입니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으로 알려진 보물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많은 신도에게 약사여래로 신앙되고 있습니다. 해발 850미터 관봉 꼭대기에 있는 높이 5.48미터의 불상으로, 백과사전은 왼손바닥 위의 작은 둥근 물건 때문에 약사불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학계에서는 견해가 갈립니다. 2013년 학술대회 보도에 따르면 이 불상은 1930년대 기록에 '관암미륵불'로 나오고 1960년대부터 약사불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3D 스캔 결과 손바닥의 둥근 것이 엄지손가락이라며 석가여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공식 명칭이 '여래좌상'으로 되어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약사재일과 약사기도 방법 — 음력 8일, 약사경, 등 공양
약사재일은 매달 음력 8일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은 『지장보살본원경』과 『시왕경』 등에 따라 매달 1일 정광불, 8일 약사여래, 14일 보현보살, 15일 아미타불, 18일 지장보살, 23일 대세지보살, 24일 관음보살, 28일 비로자나불, 29일 약왕보살, 30일 석가여래의 재일을 지낸다고 설명합니다. 재일에는 해당 불보살의 이름을 부르며 원력을 되새기고 공양을 올리며, 오계에 몇 가지 절제를 더한 팔재계를 지킵니다. 법보신문은 병을 고치고자 할 때 약사재일에 기도하는 식으로 자신의 발원에 맞는 재일을 챙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경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약사행법은 7일 동안 팔재계를 지키며 밤낮 여섯 때에 약사여래께 예배하고 공양하면서 『약사경』을 49번 읽고 등 49개를 밝히는 것입니다. 또 약사여래상 일곱 분 앞에 각각 49일 동안 등 7개를 밝히고 오색 깃발을 걸며 생명을 놓아주면 질병의 위험을 면한다고 경전은 설합니다. 오늘날 사찰에서는 약사전에서 약사여래의 명호인 '나무약사유리광여래불'을 부르거나 『약사경』을 독송하고, 약사여래 진언을 염송하는 방식으로 기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픈 가족을 위해 대신 기도를 올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정리하면 약사여래는 몸의 병과 마음의 괴로움, 먹고 입는 걱정, 나라의 재난까지 함께 살펴 주는 '큰 의사' 부처님입니다. 다만 불교의 가르침은 기도와 함께 계를 지키고 마음을 맑게 하는 실천을 강조하므로, 병이 있을 때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약사기도는 마음을 다잡는 수행으로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약사재일과 함께 많이 지키는 관음재일은 관세음보살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buddhism/2340) 글에서, 지장재일은 지장보살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buddhism/2308)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래불 미륵과 비교해 보고 싶다면 미륵보살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buddhism/2357) 글을, 약사전·극락전 같은 법당 이름의 차이는 대웅전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buddhism/1994) 글을 참고하세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약사여래」·「약사불화」·「약사여래본원경」·「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경주 백률사 금동 약사여래 입상」·「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 여래 좌상」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 국립중앙박물관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 불교신문 · 법보신문 · 불교닷컴(2013, 갓바위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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