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地藏菩薩)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한 뒤부터 미래불인 미륵불이 오실 때까지, 부처가 없는 세상에서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의 여섯 세계(육도)를 떠도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입니다. "지옥의 중생이 모두 성불하기 전에는 나도 성불하지 않겠다"는 큰 서원 때문에 대원본존(大願本尊)이라 불리고, 우리나라 절에서는 명부전(지장전·시왕전)의 주존으로 모셔 49재와 천도재를 올립니다. 매달 음력 18일이 지장재일이며, 정근은 "나무 지장보살" 또는 "나무 지장보살마하살"을 부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현실의 죄와 고통을 덜어 주는 데는 관음보살이, 죽은 뒤 지옥에 떨어지는 고통을 구제하는 데는 지장보살이 으뜸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래에서 지장보살 뜻과 이름의 유래, 세 가지 특징, 삭발한 스님 모습에 석장을 든 이유, 명부전 안의 시왕과 도명존자·무독귀왕, 지장재일과 지장기도 방법, 그리고 석굴암에서 조선 명부전까지 이어진 한국 지장신앙의 역사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지장보살 뜻 — '땅의 곳간', 크시티가르바라는 이름
지장(地藏)은 산스크리트어 크시티가르바(Kṣitigarbha)를 한자로 옮긴 말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장신앙' 항목에 따르면 크시티는 땅, 가르바는 모태(태)를 뜻해, 모든 것을 품고 길러 내는 무한한 대지를 가리킵니다. 땅이 씨앗을 품어 싹을 틔우듯, 중생 안의 선한 뿌리를 길러 준다는 뜻이 이름에 담긴 셈입니다.
불교신문에 실린 지광스님의 풀이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장보살은 "안인부동(安忍不動)하기가 대지와 같고 정려심밀(靜慮深密)하기가 비장(秘藏)과 같아 지장이라 한다"고 하는데, 악도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뜻이 땅처럼 흔들림이 없고, 원력이 깊어 끝없는 비밀의 곳간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기원을 더 올라가면 인도 신앙과 닿습니다. 같은 백과사전 '지장보살상'과 '지장보살화' 항목은 지장보살이 인도 브라만교에서 대지의 신으로 섬기던 지천(地天, 프리티비)에서 유래했고,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본격적인 보살 신앙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합니다. 중국에서는 6세기 화가 장승요가 선적사 벽에 지장보살상을 그렸다는 기록이 있고, 7세기 후반에는 용문석굴과 향당산석굴에 지장상이 다수 조각되었습니다. 둔황석굴에는 9~10세기 지장보살도가 50여 점 전합니다.
지장보살을 다룬 대표 경전은 『지장보살본원경』(흔히 지장경), 『대승대집지장십륜경』(지장십륜경), 『점찰선악업보경』 세 가지로, 지장신앙의 3부경이라 부릅니다. 『지장보살본원경』에 따르면 지장보살은 도리천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부촉(당부)을 받고, 매일 새벽 선정에 들어 중생의 근기를 살핀다고 합니다.
대원본존이라 불리는 이유 — 다른 보살과 다른 세 가지 특징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장보살' 항목은 지장보살에게 다른 보살에게서 찾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정리합니다.
첫째, 스스로 성불을 미룬 보살입니다. 불교의 궁극적 이상은 성불이지만, 지장보살은 악도에 떨어져 헤매는 중생, 지옥에서 괴로워하는 중생이 빠짐없이 성불하기 전에는 자신도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모든 중생의 성불은 기약할 수 없으니 사실상 성불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고, 그래서 '큰 서원의 본존'이라는 뜻의 대원본존이라 부릅니다. 흔히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말로 알려진 서원이 바로 이것입니다.
둘째, '정해진 업은 면하기 어렵다(정업난면)'는 일반적인 설이 지장보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지장보살에게 귀의해 해탈을 구하면 정해진 업도 소멸해 악도를 벗어날 수 있고, 이는 죽은 뒤뿐 아니라 살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셋째, 부처가 없는 시대에 모든 중생의 행복을 책임지는 보살입니다. 백과사전은 지장보살의 사상이 무한한 용서를 바탕으로 하며, 벌을 받게 버려 두어야 할 중생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가장 큰 특징으로 지옥 구제를 꼽습니다. 지장보살은 지옥문을 지키며 그곳에 들어가는 중생을 막아서거나, 지옥 자체를 부수어 그 안의 중생을 천상이나 극락으로 이끈다고 합니다. 불교신문의 지장전 연재는 지장보살이 육환장(여섯 고리가 달린 지팡이)을 울려 지옥문을 열고 영수(신령한 물)를 뿌려 중생을 구제한다고 소개합니다.
지장보살 모습 — 왜 삭발한 스님 모습에 석장과 보주를 들까
대부분의 보살상은 화려한 보관과 장신구를 갖춘 모습인데, 우리나라 절의 지장보살은 머리를 깎은 스님 모습(승형)인 경우가 많아 금방 구별됩니다.
경전이 말하는 원래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백과사전과 불교신문에 인용된 『지장보살본원경』의 설명에 따르면 지장보살은 천관을 쓰고 가사를 입었으며, 왼손에 연꽃을 들고 오른손은 두려움을 없애 주는 손 모양인 시무외인을 짓거나, 왼손에 연꽃, 오른손에 보주(구슬)를 든 모습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연명지장경』에 근거해 삭발한 머리에 석장(스님이 짚는 지팡이)을 짚고 여의주를 든 모습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또 다른 형태가 유행했습니다. 백과사전 '지장보살상' 항목에 따르면 머리에 두건을 쓴 두건지장상이 다수 만들어졌고, 고창 선운사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 1963년 지정)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 2001년 지정)이 어깨까지 두건을 드리운 대표 예입니다. '지장탱화' 항목은 조선 전기 이전에는 승형이 약간 많았고 조선 후기에는 승형이 압도적이었다고 정리합니다.
불교신문은 의식집 지장청 〈유치〉의 묘사도 소개합니다. "만월 같은 얼굴, 맑은 강물 같은 눈, 마니 구슬을 손에 들어 원만한 과위를 보이고, 연꽃 송이에 앉으시어 자비의 광명을 두루 놓으시고, 항상 지혜로운 검을 휘두르사 저승길을 밝힌다"는 구절입니다. 석장은 지옥문을 여는 도구, 보주는 어둠을 밝히고 소원을 이루어 주는 구슬로 이해됩니다.
명부전(지장전·시왕전) — 지장보살과 열 명의 시왕을 모신 곳
절에서 지장보살을 만나는 곳은 주로 명부전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명부전' 항목에 따르면 명부전은 저승의 세계를 상징하는 건물로,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셔 지장전, 저승의 심판관인 시왕을 모셔 시왕전이라고도 부릅니다. 불교신문 연재는 드물게 생전의 업을 비춰 본다는 뜻의 업경전, 지장보살의 본원을 드러낸 대원전이라는 편액도 있다고 전합니다.
내부 배치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가운데 지장보살, 그 좌우에 협시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을 모시는데 이 셋을 지장삼존이라 합니다. 도명존자는 당나라 때 승려로, 고려 불화에서는 노승으로, 조선 이후에는 젊은 사미승으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무독귀왕은 『지장보살본원경』에 나오는 인물로 보통 제왕의 모습입니다. 그 좌우로 명부시왕상을 두고, 시왕 앞에 시중드는 동자상 10구, 판관 2구, 녹사 2구, 문 입구에 장군 2구를 더해 모두 29개의 존상을 갖춘다고 백과사전은 설명합니다.
시왕은 진광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염라왕, 변성왕, 태산왕, 평등왕, 도시왕, 오도전륜왕의 열 명입니다. 흔히 저승의 왕으로 아는 염라대왕은 이 가운데 다섯째입니다. 백과사전 '시왕상' 항목에 따르면 『예수시왕생칠경』에서 망자는 죽은 뒤 7일마다 첫째부터 일곱째 왕을 차례로 만나고, 100일째 평등왕, 1년째 도시왕, 3년째 오도전륜왕 앞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지장보살 왼쪽에 홀수 왕, 오른쪽에 짝수 왕을 앉히는 것이 보통입니다. 49재를 7일마다 올리는 이유도 이 신앙과 연결됩니다.
명부전에서 재를 올리는 까닭을 백과사전은 지장보살의 자비를 빌려 시왕의 인도 아래 저승길을 벗어나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명부전은 일반적으로 대웅전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으며, 강화 전등사와 고창 선운사의 명부전이 대표적입니다. 한편 시왕 신앙은 도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어서, 한용운은 『조선불교유신론』에서 이를 불교 고유의 신앙이 아니라며 비판하기도 했다고 백과사전 '시왕' 항목은 전합니다.
지장재일과 지장기도 — 음력 18일, '나무 지장보살' 정근
지장보살께 공양을 올리는 정기 재일은 매달 음력 18일입니다. 불교신문의 법회 안내 기사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한 달에 열 번의 재일(10재일)이 있어 1일 정광불, 8일 약사, 14일 보현, 15일 아미타, 18일 지장, 23일 대세지, 24일 관음, 28일 노사나, 29일 약왕, 30일 석가재일로 나누었고, 그중 우리나라에서는 18일 지장재일과 24일 관음재일이 특히 많이 지켜집니다. 불교 신행 안내 사이트 '절로'(jullo.k-buddhism.kr)는 직전 지장재일을 2026년 10월 28일(수)로 안내했습니다.
절로가 소개하는 지장재일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지장보살께 공양을 올리고 지장기도를 하며, 『지장예문』을 읽으며 예배하고 영가의 평안을 빕니다. 위패를 모시고 조상과 인연 있는 영가의 이름을 올리며, "나무 지장보살" 정근을 합니다. 명부전이나 지장전이 있는 절에서는 그 전각 앞에서 기도합니다. 기도를 마칠 때는 그 공덕을 조상뿐 아니라 어둠 속에 있는 모든 이에게 회향하고 "나무 지장보살마하살"을 세 번 부르는 식으로 마무리합니다.
지장재일 기도는 돌아가신 분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백과사전은 지장보살이 죽은 사람과 산 사람 모두를 이롭게 하는 보살이라고 설명하고, 불교신문은 『지장경』에 지장보살께 기도하면 28가지 이익이 있고 존상을 모셔 공양·예배·찬탄하면 10가지 이익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소개합니다. 절로 역시 『지장보살본원경』을 인용해 지장보살을 예배하고 공경하면 집안이 평안하고 부모가 오래 살며 조상도 좋은 곳에 난다고 전합니다.
지장기도가 가장 크게 열리는 때는 백중 무렵입니다. 많은 절이 음력 7월 15일 백중을 앞두고 49일 동안 지장기도를 올린 뒤 백중날 합동천도재로 회향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장보살' 항목은 이 밖에 지장재와 백중날 우란분회를 지장보살과 관련된 대표 의식으로 꼽고, 49재 때 지장보살이 절대적인 권능을 가진 보살로 받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49재를 명부전에서 올리는 절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 지장신앙의 역사 — 석굴암 감실에서 조선 명부전까지
우리나라 지장신앙은 통일신라 때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장보살화' 항목에 따르면 8세기 중엽 진표율사가 지장신앙을 널리 폈고, 같은 시기 750년 무렵 조성된 석굴암 감실에 석조지장보살좌상이 모셔졌습니다. 석굴암 지장보살은 스님 머리에 왼손으로 보주를 들고 있는데, 감실 안의 작은 상이라 당시에는 아직 신앙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고려시대에는 지장신앙이 아미타 정토신앙과 결합해 크게 유행했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는 아미타불의 협시로 대세지보살 대신 지장보살을 두는 아미타삼존상이 많이 만들어졌고, 강진 무위사 아미타삼존불상(보물, 2001년 지정)이 그 예입니다. 일본 젠도지와 네즈미술관 등에 전하는 고려 지장보살도는 고려 불화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시왕 신앙도 고려 때 본격화되어, 1102년 흥복사에 시왕당이 완성되자 숙종이 왕비, 세자와 함께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지장보살이 추선공덕(죽은 이의 기일에 올리는 불사)과 영가천도를 위한 명부전의 주존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욕계·색계·무색계의 삼계를 각각 맡는 천장·지지·지장의 삼장보살로 신앙이 넓어졌다고 백과사전은 설명합니다. 여수 흥국사 목조시왕상(1648년, 보물 2008년 지정), 진주 청곡사 목조시왕상(1657년, 보물 2010년 지정), 불갑사 명부전 시왕상(1635년) 등 17세기 작품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불교신문 연재는 양산 통도사, 서울 흥천사, 하동 쌍계사 명부전 등을 건축적·장식적 가치가 높은 예로 들고, 명부전이 칠성각·산신각처럼 불교가 우리 땅에 뿌리내린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전각이라고 평가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도 짧게 정리합니다.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의 차이는, 둘 다 우리나라 2대 보살로 꼽히지만 관세음보살은 살아 있는 동안의 고통과 재난을, 지장보살은 죽은 뒤 육도윤회와 지옥의 고통을 구제하는 데 중심이 있다는 점입니다.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의 관계는, 염라대왕이 명부의 시왕 가운데 다섯째 심판관이고 지장보살은 그 명부 전체에서 중생을 건지는 구원자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지장신앙』 항목은 지장보살이 명부의 중생을 구하려 염라대왕 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믿음도 함께 소개합니다.
정리하면 지장보살은 '대지의 곳간'이라는 이름처럼 모든 중생을 품고, 마지막 한 사람이 구제될 때까지 성불을 미룬 대원본존입니다. 삭발한 스님 모습에 석장과 보주를 들고 명부전에서 시왕과 함께 모셔지며, 매달 음력 18일 지장재일과 49재·백중기도 때 "나무 지장보살" 정근으로 돌아가신 분의 평안과 남은 이의 참회를 함께 비는 신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장보살'·'지장신앙'·'지장보살상'·'지장보살화'·'지장탱화'·'명부전'·'시왕'·'시왕상' 항목, 불교신문 '보살전②-지장전' 연재·'관음재일·지장재일은 무엇인지요'(2003)·'법회 일자와 내용은 정해져 있는 것인지', 불교 신행 안내 사이트 '절로' 지장재일·지장재일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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