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 지내는 법을 한 줄로 줄이면, 좋은 날을 골라 금줄과 황토로 부정을 막고, 팥시루떡과 술을 차려 성주·터주·제석·조왕 같은 집안 신(가신)께 절하고 비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음력 10월 상달에 지냈고, 제물은 시루떡·술·돼지머리·북어·제철 과일이 기본이었습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사」·「고사음식」). 굿보다 작은 규모의 의례라서 무당 없이 집에서 주부나 집주인이 직접 지내는 것이 원래 모습입니다.
이 글은 신이말했다 운영진이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사」·「고사음식」·「터주」 항목과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평택시사 「시월 상달고사」에서 확인한 내용만 정리했습니다. 지역과 집안마다 방식이 달랐다는 점을 먼저 밝혀 둡니다.
늦가을이 되면 '고사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고사상에는 무엇을 올리나'를 찾아보는 분이 늘어납니다. 새 가게를 열거나 이사를 앞두고 점집이나 신점 상담에서 고사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사는 무당이 장구를 치며 여는 굿과 이름이 닮았지만, 원래는 집안 사람이 스스로 지내던 생활 의례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사의 뜻과 시기, 지내기 전 준비, 신마다 다른 상차림 위치, 절하고 비는 순서, 그리고 무당이나 판수를 불러 크게 지내던 고사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사진: 시루떡(Sirutteok), 국립국어원, CC BY-SA 2.0 KR (위키미디어 공용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irutteok_(steamed_rice_cake).jpg)
고사 지내는 법 이전에 — 고사 뜻과 시월 상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고사를 '음력 10월 상달에 집안의 안녕을 위해 가신(家神)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민간의례'로 풀이합니다. 한자로는 告祀라고 쓰지만, 실제로 한자어에서 나온 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같은 항목에 적혀 있습니다.
규모로 보면 고사는 굿과 고시레 사이에 놓입니다. 최남선은 고시레·고사·굿을 같은 어원으로 보고, 장구와 무악을 갖춰 춤을 추는 큰 의례를 굿, 그보다 작은 중간 규모를 고사로 구분했다고 백과사전은 소개합니다. 그래서 고사에는 무당의 춤이나 긴 굿거리가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사와도 성격이 다릅니다. 제사가 조상을 모시는 혈연 중심 의례라면, 고사는 집터와 집을 지키는 신을 모시는 지연 중심 의례입니다. 백과사전은 이 때문에 집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고사를 지낼 수 있었고, 반대로 집이 없는 사람은 지낼 수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마을 단위로 제물을 차리고 비손과 소지를 올릴 때는 동고사, 당고사, 서낭고사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고사 준비 — 날 가리기, 금줄과 황토로 부정 막기
고사를 지내기 전에는 먼저 좋은 날을 가렸습니다. 날이 정해지면 대문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깔아 집 안에 부정이 들지 않게 했다는 것이 백과사전의 설명입니다. 함경남도 안변 지방의 안택고사에서는 대문 밖에 황토를 뿌리고 문에 솔가지를 걸어 부정을 막은 다음 대청마루 한가운데에 신단을 차렸다는 기록도 「고사음식」 항목에 남아 있습니다.
제물의 중심은 떡과 술입니다. 떡은 켜를 지어 찐 붉은 팥시루떡과 켜가 없는 흰 백설기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술은 막걸리를 큰 사발에 담았고, 삶은 돼지머리와 북어를 함께 놓았습니다. 백과사전은 돼지머리와 북어를 희생을 뜻하는 제물로, 과일은 그 계절에 나는 것을 쓴다고 적었습니다.
모시는 신이 여럿이라 시루도 여러 개를 쪘습니다. 성주신, 터주신, 조왕신, 수문신에게 각각 팥시루떡을 시루째 올렸기 때문에 고사 날에는 집집마다 시루를 몇 개씩 쪘고, 그중 가장 큰 시루가 성주신 몫이었습니다. 우리역사넷에 실린 충청 지역 사례를 보면 시루떡을 두어 말 정도 해서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고사상차림 — 신마다 놓는 자리가 다르다
고사상은 한 상에 모두 모아 차리는 제사상과 달리, 신이 머무는 자리마다 따로 놓았습니다. 백과사전 「고사음식」에 실린 서울 지역 사대부가의 상차림을 자리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주신: 대청 대들보 아래에 소반을 놓고 큰 시루의 팥시루떡을 시루째 올립니다. 시루떡 위에 정화수를 담은 큰 사발을 얹고, 그 위에 북어 세 마리를 올립니다.
삼신(제석): 안방 다락 위 한쪽에 작은 시루에 찐 백설기를 놓습니다.
터주신: 장독대에 중간 크기 팥시루떡 시루를 놓고 막걸리 사발과 삶은 돼지머리를 올립니다.
조왕신: 부뚜막에서 한 단 높은 곳에 팥시루떡을 시루째 놓고 북어와 정화수를 둡니다.
수문신: 대문과 중문 사이에 중간보다 조금 작은 팥시루떡 시루를 놓고 막걸리와 북어를 둡니다.
터주는 집의 울타리 안, 곧 집터를 지키는 신이고 건물 자체는 성주가 지킨다고 여겼습니다. 백과사전 「터주」 항목은 장독대 근처에 짚가리를 세우고 쌀을 담은 항아리를 신체로 삼은 터주가리를 소개하며, 터주대감이 특히 재물의 운수를 맡는다고 믿었다고 적었습니다. 우리역사넷 사례에서도 고사 때 터주가리 항아리의 묵은 벼를 햇벼로 갈아 넣었다고 합니다.
고사 순서 — 성주부터 절하고, 나머지 자리에는 떡을 떼어 둔다
의례는 생각보다 단출합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주부가 제물을 차린 다음 절을 하고, 두 손을 모아 빌거나 축원을 하면서 집안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이렇게 절과 축원을 직접 올리는 대상은 터주신, 성주신, 제석신, 조왕신처럼 중요한 가신이고, 칠성신·측신·마당신·문신에게는 제물만 놓아두었습니다.
평택시사 「시월 상달고사」는 순서를 더 자세히 전합니다. 팥시루떡이 다 쪄지면 먼저 대청의 성주에게 시루째 올리고, 청수 한 그릇과 촛불을 켠 뒤 시루 양옆에 마른 북어를 세워 대주와 식구들의 평안을 빌며 절했습니다. 성주를 가장 먼저 모시는 까닭은 집안 신 가운데 위계가 가장 높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어 장독대 터줏가리 앞에 짚을 깔고 시루를 놓아 빈 다음, 떡을 조각내어 제석주머니·우물·대감항아리·외양간·곳간·변소 등에 두었다고 합니다.
요즘 집에서 지낸다면 이 흐름을 그대로 줄여 볼 수 있습니다. 날을 정하고 집을 정돈한 뒤, 팥시루떡과 막걸리, 북어를 준비해 거실이나 집의 중심 자리에서 먼저 절하고 빌고, 부엌과 현관에 떡을 조금씩 두는 식입니다. 지내는 사람이 주부가 아닌 주인 남자인 지방도 있었다고 하니, 누가 지내야 한다는 규칙에 너무 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무당 고사·안택고사·고사반 — 크게 지내고 싶을 때
고사를 조금 크게 하고 싶을 때는 무당이나 승려, 판수(장님 점복자)를 불렀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무당이 맡을 때는 제금만 울리며 축원을 해서 집안의 안과태평을 빌어 주었습니다. 장구와 춤을 갖춘 굿과는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점집에서 '고사'와 '굿'을 권유받았을 때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기 쉽습니다.
판수를 불러 안택경을 읽게 하는 경우는 안택고사라고 했고, 무당의 고사보다 조금 큰 규모였습니다. 안택고사는 시월보다 정월에 많이 지내 '정월안택'이라는 말이 생겼고, 새해 운수를 비는 뜻도 함께 담겼습니다. 승려가 맡을 때는 떡 대신 쌀을 담은 그릇에 숟가락을 꽂은 고사반을 차리고 염불을 했습니다.
신이말했다에는 고사와 이어지는 굿 이야기가 정리돼 있습니다. 재물과 집안 평안을 비는 큰 굿이 궁금하다면 재수굿 글을, 굿의 갈래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굿 종류 글을 함께 읽어 보세요. 고사를 직접 지낼지, 무당이나 점집의 도움을 받을지는 집안 사정에 맞게 정하면 되고, 어떤 경우든 비용과 내용은 미리 글로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사」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3626 , 「고사음식」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3640 , 「터주」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9144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https://contents.history.go.kr/front/km/print.do?levelId=km_036_0040_0020_0030_0050 , 평택시사 「시월 상달고사」 https://sisa.pyeongtaek.go.kr/bbs/board.php?bo_table=ca08&wr_id=39
사진: 시루떡(Sirutteok), 국립국어원, CC BY-SA 2.0 KR (위키미디어 공용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irutteok_(steamed_rice_cak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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