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육재는 고기를 먹지 않는 재(齋)이고, 금식재는 하루 한 끼만 충분히 먹고 나머지 끼니는 양을 줄이는 재입니다. 천주교 교회법 제1251조에 따라 연중 모든 금요일에는 금육재를,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는 금육재와 금식재를 함께 지킵니다. 금육재는 만 14세가 지난 신자부터, 금식재는 성년(만 18세)부터 만 60세가 시작될 때까지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연중 금요일의 금육재를 금주, 금연, 선행, 자선, 희생, 가족 기도 같은 다른 참회 행위로 바꾸어 지킬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2027년에는 재의 수요일이 2월 10일, 성금요일이 3월 26일이어서 이 두 날이 1년에 두 번뿐인 금식재 날이 됩니다.
금육재 금식재 뜻 — 대재와 소재, 같은 '재'의 두 가지 모습
재(齋)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먹고 마시는 것을 절제하거나 끊는 일을 가리킵니다. 경향잡지 2005년 2월호에 실린 안문기 신부의 글에 따르면 예전 한국 교회는 참회와 고행의 한 형태를 대재(大齋)와 소재(小齋)라고 불렀습니다. 대재는 큰 재, 곧 음식을 줄이고 굶는 재로 지금의 금식재이고, 소재는 작은 재, 곧 육식을 하지 않는 재로 지금의 금육재입니다. 사회에서 흔히 쓰는 '단식'이라는 말에는 단식 농성이나 건강을 위한 절식 같은 세속적 의미가 섞여 있어서, 교회는 종교적인 참회와 고행의 뜻을 담아 '금식'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같은 글은 설명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의 법규 가운데 하나로 교회가 정한 날에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키라고 가르치며, 이 법규가 전례 축일을 준비하게 하고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금욕과 참회의 시간을 보장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금육재와 금식재는 음식 자체를 문제 삼는 규칙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작은 절제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에 함께하고 하느님께 마음을 돌리려는 참회의 표지입니다.
교회법 제1250조~제1253조로 보는 금육재 금식재 날짜와 나이
1983년에 공포된 현행 교회법은 참회 고행을 네 개의 조문으로 정리합니다. 제1250조는 보편 교회에서 참회 고행의 날과 시기가 연중 모든 금요일과 사순 시기라고 밝힙니다. 제1251조는 연중 모든 금요일에는 대축일과 겹치지 않는 한 육식 또는 주교회의가 정한 다른 음식을 삼가는 금육재를 지키고, 재의 수요일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하시고 돌아가신 성금요일에는 금육재와 금식재를 지켜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금요일이 기준이 된 까닭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날이 금요일이기 때문입니다.
제1252조는 지켜야 할 사람의 나이를 정합니다. 만 14세를 다 채운 사람은 금육재를 지키고, 모든 성년자는 60세가 시작될 때까지 금식재를 지킵니다. 경향잡지의 해설은 이를 금육재는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금식재는 만 18세부터 60세가 시작되는 날, 곧 환갑날까지로 풀어 줍니다. 다만 같은 조문은 의무가 없는 미성년자들도 참회 고행의 참뜻을 깨닫도록 사목자와 부모가 보살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제1253조는 각 나라 주교회의가 금육재와 금식재의 준수 방식을 더 자세히 정할 수 있고, 이를 전부나 일부를 다른 형태의 참회 고행, 특히 애덕 사업과 신심 수련으로 바꿀 수 있다고 정합니다. 또 제1245조에 따라 본당 주임 신부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교구장 주교의 규정에 따라 개별 경우에 참회의 날을 지킬 의무를 관면하거나 다른 신심 행위로 바꾸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의 수요일이 설 연휴와 겹치는 해에는 교구별로 관면이 있을 수 있다고 경향잡지 글은 소개합니다.
금식재 지키는 방법 — 한 끼는 충분히, 나머지는 줄여서
교회법은 금식재를 정확히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숫자로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경향잡지 해설에 따르면 16세기 이후의 규정은 하루 중 한 끼만 배불리 먹고 한 끼는 요기만 하며 나머지 한 끼는 거르는 방식이었고, 이날은 육식도 하지 않았지만 우유, 달걀, 생선, 기름으로 만든 음식은 허용되었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은 1966년 2월 17일 교황 바오로 6세가 발표한 교황령 「회개하여라(Paenitemini)」에서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다듬어졌습니다. 가톨릭신문 2018년 2월 11일 자 기사는 이에 따라 금식은 그날 한 끼만 충분히 먹고 아침과 저녁은 지방 관습에 따라 음식의 양과 질을 조절하는 방식이라고 정리합니다. 임신부, 환자, 힘든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건강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본당 신부와 상의해 관면이나 다른 참회 행위로 바꾸는 것이 교회법의 취지에 맞습니다.
경향잡지 글은 1년에 두 번 두 끼를 줄이는 금식이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하신 40일 단식의 아주 작은 부분을 따르는 셈이라고 하면서, 금식의 현대적 의미는 고행 자체보다 굶주리는 이웃의 고통을 헤아리고 절약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도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죄를 보속하는 정신으로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키고, 여기서 아낀 돈은 자선 사업에 쓰도록 권합니다.
금요일 금육 — 생선은 되고 고기는 안 될까, 한국 교회의 대체 방법
금육재의 기본은 육식을 삼가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소, 돼지, 닭처럼 땅에서 사는 짐승과 새의 고기를 먹지 않았고, 생선과 달걀, 우유는 허용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에 생선 요리를 먹는 서양 가톨릭 문화가 생겼습니다. 다만 교회법 제1251조는 '육식 또는 주교회의의 규정에 따른 다른 음식'이라고 하여, 무엇을 삼갈지는 각 나라 주교회의가 정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 권한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의 교회법 보완 규정」을 마련했고, 이 규정은 2002년 6월 25일 사도좌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경향잡지 해설에 따르면 이 보완 규정은 연중 금요일의 재를 금육뿐 아니라 금주, 금연, 선행, 자선, 희생, 가족 기도로도 지킬 수 있게 하고, 재를 지켜 아낀 몫은 자선 사업에 쓰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고기를 먹지 않기 어려운 날에는 술이나 담배를 끊거나, 가족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거나, 이웃을 돕는 일로 금요일 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금요일이 대축일과 겹치면 그날의 금육재는 면제됩니다. 예를 들어 성탄 대축일이나 성모 승천 대축일이 금요일이면 기쁜 축일을 지내는 날이므로 고기를 먹어도 됩니다. 반대로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은 대체가 아니라 금육과 금식을 함께 지키는 날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 — 1년에 두 번 지키는 금식재의 의미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여는 날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일미사 해설은 이날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으며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 참조)는 가르침을 깨닫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1091년 베네벤토 교회 회의에서 모든 신자가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받도록 권고했고, 사제는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생각하십시오'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15)라는 말과 함께 재를 얹습니다. 『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29항도 재의 수요일을 어디에서나 단식일로 지낸다고 밝힙니다.
성금요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입니다. 이날의 금식은 '파스카 금식'이라고도 부르며, 경향잡지 글은 2~3세기경 부활 전 금요일과 토요일에 온종일 금식하던 관행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필요하면 부활의 기쁨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성토요일까지 금식을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 성금요일에는 미사 대신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하고 십자가 경배를 드리므로, 이날 금식과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신자도 많습니다.
정리하면 금육재와 금식재는 굶거나 참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절제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고 아낀 것을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참회의 실천입니다. 가톨릭신문 기사에서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는 단식과 금육 규정의 완화가 폐지나 의미 없음이 아니라, 현시대에 맞는 절제와 극기로 사랑을 실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순 시기 전체의 흐름은 사순절이란?(https://sinimalhaetda.com/board/catholic/583) 글에서, 성금요일에 바치는 기도는 십자가의 길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catholic/1973) 글에서, 부활 전에 받는 고해성사는 판공성사 뜻(https://sinimalhaetda.com/board/catholic/2082) 글에서 함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교회법 제1245·1250·1251·1252·1253조, 『가톨릭 교회 교리서』 교회의 법규(2043항), 한국가톨릭대사전 「사순 시기」(encyclopedia.catholic.or.kr),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일미사 재의 수요일 해설(missa.cbck.or.kr), 경향잡지 2005년 2월호 안문기 신부 「참회 고행의 금육재와 금식재」(굿뉴스 수록), 가톨릭신문 2018년 2월 11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사순 시기, 전례 의미를 알아보자」, 『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29항, 교황 바오로 6세 교황령 「회개하여라(Paenitemini)」(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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