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聖水)는 천주교에서 사제가 축복 예식을 통해 거룩하게 한 물을 말합니다.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설 때 입구의 성수대(성수반)에 손가락 끝을 적셔 이마에서 가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십자 성호를 그으며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합니다. 성수는 일곱 성사에 쓰이는 물이 아니라 '준성사'에 쓰이는 물이며, 세례성사 때 쓰는 물은 따로 '세례수'라고 부릅니다. 성수의 핵심 의미는 세례의 기억, 죄로부터의 정화, 악에서의 보호와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아래에서 성수 뜻과 종류, 성수 찍는 법과 기도문, 성수 예식의 역사, 집과 자동차를 축복할 때의 쓰임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성수 뜻 — '거룩한 물'이라는 이름과 정확한 의미
성수는 글자 그대로 '거룩한 물'이라는 뜻입니다. 평화신문의 교회 상식 연재(2007년 2월 11일, 이창훈 기자)는 이 물이 거룩하다고 불리는 이유를 "사제의 축복 예식을 통해서 거룩하게 된 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가톨릭대사전도 성수를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사제가 축성한 물"로 정의하고, 영적인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나 육체적으로 위험할 때 사용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성경과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물은 여러 겹의 상징을 지닙니다. 먼저 물은 생명과 풍요를 뜻합니다. 물이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고, 예수님도 당신 자신을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하는 물, 영원한 생명을 주는 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반대로 물은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창세기 7장의 노아의 홍수와 이집트 군대가 홍해에 빠진 탈출기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물은 정화의 상징입니다. 시편 51편에는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 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우슬초라는 풀을 물에 적셔 뿌리는 정결 예식을 가리킵니다. 성수에는 이 생명과 죽음, 정화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성수는 천주교만의 독특한 발명도 아닙니다. GOODNEWS 자료실의 교리 해설 「성수대와 세례대」는 성수의 기원을 구약 시대 정결례(탈출기 30장 18~21절의 물두멍에서 손발을 씻는 규정)에서 찾고, 2세기경 집을 축성하면서 물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동방 교회에서는 4세기경, 서방 교회에서는 5세기경부터 성당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합니다.
성수와 세례수, 부활절 성수 — 무엇이 다를까
흔히 성당에서 쓰는 물을 모두 성수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종류가 다릅니다. GOODNEWS 자료실 해설은 성수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성전 입구 성수반에 담긴 보통 성수, 세례성사에서 쓰이는 세례수, 주님 부활 대축일에 특별한 예식으로 축성되는 부활절 성수입니다. 세 가지 모두 자연 그대로의 물을 축복한 것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가톨릭신문의 「교회 상식 팩트 체크」(2024년 1월)는 "세례성사 때 사용하는 물은 '성수'가 아니라 '세례수'"라고 결론부터 밝힙니다. 교회법 제853조는 "세례 수여 때에 사용되는 물은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전례서의 규정대로 축복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세례수는 세례성사 때나 주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중에 '성령 청원 기도'로 축복합니다. 반면 일반 성수는 준성사에 쓰이는 물로, 미사 중이나 미사 밖의 별도 축복 예식을 통해 축복합니다. 흥미롭게도 세례 갱신 예식에서는 세례수가 아니라 성수를 사용한다고 같은 기사는 설명합니다.
어떤 물이 성수가 될 수 있을까요? 평화신문 해설에 따르면 성수나 세례수로 쓰는 물은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물이어야 합니다. 생수, 수돗물, 샘물, 냇물, 강물, 우물물은 물론 바닷물이나 빗물, 눈 녹은 물도 쓸 수 있지만, 술이나 우유, 주스, 커피처럼 정결함과 순수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액체는 쓸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상하지 않고 오래 가도록 소금을 약간 넣어 축복했지만, 지금은 소금을 넣지 않고 축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가톨릭대사전 역시 지역의 특성에 따라 소금을 축복해 성수에 섞을 수 있다고 적고 있는데, 이때 바치는 기도는 엘리사 예언자가 소금으로 샘물을 고친 열왕기 하권 2장 19~22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준성사란 무엇인가 — 성사와 성수의 관계
성수를 이해하려면 '준성사(準聖事)'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1667항은 준성사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어머니인 교회는 준성사들을 제정하였다. 준성사는 어느 정도 성사들을 모방하여 특히 영적 효력을 교회의 간청으로 얻고 이를 표시하는 거룩한 표징들이다. 이를 통하여 사람들은 성사들의 뛰어난 효과를 받도록 준비되고, 생활의 여러 환경이 성화된다."
세례·견진·성체·고해·병자·성품·혼인의 일곱 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은총의 표징인 데 비해, 준성사는 교회가 제정한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교리서 1668항은 준성사에는 언제나 기도가 포함되며 "흔히 안수, 십자 성호, (세례를 상기시키는) 성수 뿌림 같은 일정한 표징이 따른다"고 설명합니다. 성수가 바로 대표적인 준성사의 표징인 셈입니다. 1678항은 준성사 가운데서도 축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축복은 하느님의 업적과 선물에 대한 찬미이자 사람들이 그 선물을 복음 정신에 따라 쓰도록 드리는 교회의 전구입니다.
GoodNews 가톨릭 용어사전은 준성사의 은혜가 청하는 이의 정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성수 자체에 주술적인 힘이 있다기보다, 성수를 사용하며 바치는 기도와 믿음이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사전은 축복(강복, 축성), 축원, 봉헌, 구마 등이 모두 준성사에 속하고, 십자가·묵주·패·메달 같은 성물 축복(예전에는 '방사'라고 불렀음)에도 성수가 쓰인다고 정리합니다.
성수 찍는 법과 성수 기도문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는 순서는 간단합니다. 입구의 성수대에 오른손 손가락 끝을 살짝 적신 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며 이마, 가슴,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순서로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신자들이 성당에 들어갈 때 손에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바치면서 "생각과 행동이 오직 하느님께 향할 수 있도록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시기를 청한다"고 그 의미를 소개합니다.
성수를 찍으며 바칠 수 있는 기도는 가톨릭신문 기사에 두 가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첫째,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아멘."
둘째,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
그렇다면 성당을 나올 때도 성수를 찍어야 할까요? 평화신문 해설은 성수를 찍어 이마에 바르는 것이 "주님 집에 깨끗한 상태로 들어가도록 정화하는 의미"이므로 성당을 나올 때는 다시 성수를 찍어 기도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처음 성당에 가는 분이라면 들어갈 때 한 번 정성껏 성호를 긋는 것을 기본으로 기억하면 됩니다.
성수대의 위치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GOODNEWS 자료실 해설에 따르면 성수대는 옛 바실리카(대성전) 현관에서 성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손과 얼굴을 씻던 샘에서 유래했고, 세례를 기억하며 악의 지배를 끊고 그리스도께 나아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전 안쪽보다는 입구나 밖이 올바른 자리입니다. 모양도 원형(부활), 사각형(그리스도의 무덤), 육각형(그리스도의 죽음), 팔각형(그리스도의 부활), 십자형 등 저마다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미사 중 성수 예식 — 역사와 진행 순서
주일 미사를 시작하면서 사제가 회중에게 성수를 뿌리는 것을 '성수 예식'이라고 합니다. 한국가톨릭대사전 「성수 예식」 항목에 따르면 라틴어 이름 아스페르시오(aspersio)는 '~위에 뿌리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왔고, 모든 성수 예식은 기본적으로 정화와 축복이라는 이중의 효과를 지닙니다.
역사를 보면, 물과 소금을 섞은 성수의 기원은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일 미사의 성수 예식은 8세기부터 수도원에서 주일에 행렬을 하며 성수를 뿌리던 관습에서 비롯되어 9세기부터 거의 모든 지역에서 주일 관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교황 레오 4세(재위 847~855)는 매 주일 미사 전에 축복한 물을 신자들에게 뿌렸다고 전해집니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교황 비오 5세(재위 1566~1572)의 미사 경본에 수록되면서 주일 낮 미사 전 예식으로 고정되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 개정 과정에서 한때 사라졌다가 1970년 『미사 경본』 부록에 다시 실렸습니다.
오늘날 성수 예식은 미사 전 행사가 아니라 시작 예식의 한 부분으로, 참회 예식을 대신합니다. 그래서 성수 예식을 하면 참회는 생략됩니다. 진행은 물 축복, 성수 뿌림, 마침 기도의 세 단계입니다. 사제가 십자 표시로 물을 축복한 뒤 자신과 봉사자,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리고, 이때 신자들은 고개를 숙여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부활 시기가 아닐 때는 시편 51편에서 온 '아스페르제스 메(Asperges me)'를, 부활 시기에는 에제키엘서 47장에서 온 '비디 아쾀(Vidi aquam)'을 전통적으로 부릅니다. 사제가 마침 기도를 바치면 대영광송이나 본기도로 미사가 이어집니다. 이 예식은 부활 시기의 주일 미사에 특히 잘 어울리지만 토요일 저녁 주일 특전 미사를 포함한 모든 주일 미사에서 할 수 있습니다.
집·자동차·성물 축복과 장례 — 생활 속 성수의 쓰임
성수는 성당 안에서만 쓰이지 않습니다. 평화신문 해설에 따르면 상가에서 고인의 영정에 성수를 뿌리며 기도하는 것은 고인의 모든 잘못을 깨끗이 씻어 달라는 청원을 담고 있고, 집이나 자동차, 성물을 축복할 때도 성수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정화와 축복의 의미를 함께 지닙니다. 한국가톨릭대사전도 부활 성야의 세례 약속 갱신 후 회중에게 성수를 뿌리는 예식, 병자성사와 장례 예식에서 성수로 세례를 기억하게 하는 예식을 소개합니다.
가정에서 성수를 쓰고 싶거나 이사한 집, 새 차를 축복받고 싶다면 다니는 본당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1669항이 준성사의 거행은 세례로 받은 보편 사제직에 속한다고 밝히듯, 평신도도 가정에서 성수를 찍어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것으로 일상을 성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람과 물건을 공적으로 축복하는 예식은 원칙적으로 성직자가 집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은 성수가 부적이나 액막이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가톨릭신문 기사가 정리하듯 성수는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죄를 씻고 생명을 얻었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이라는 세례의 의미를 전례 안에서 다시 떠올리게 하는 표징입니다. 성당 문을 들어서며 손끝에 묻히는 몇 방울의 물은, 내가 세례를 받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매번 새로 기억하게 하는 작은 신앙 고백입니다.
정리하면, 성수는 사제가 축복한 물로서 준성사에 쓰이고, 세례성사의 물인 세례수와는 구별됩니다.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어 성호를 긋는 것은 마음을 씻고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해 달라는 기도이며, 주일 미사의 성수 예식은 참회 예식을 대신해 세례와 부활, 회개의 의미를 드러냅니다.
출처: 가톨릭교회 교리서 1667~1679항(한국천주교주교회의 번역, catholic.or.kr) · 한국가톨릭대사전 「성수」·「성수 예식」(encyclopedia.catholic.or.kr) · GoodNews 가톨릭 용어사전 「성사·준성사」 · 평화신문 「성수는 어떤 의미로 언제 사용하나요?」(2007.2.11, 이창훈 기자) · 가톨릭신문 「교회 상식 팩트 체크 (2) 세례 때 사용하는 물은 성수가 아니다?」(2024.1) · GOODNEWS 자료실 「교리, 궁금한 건 못 참지 48: 성수대와 세례대」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톨릭」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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