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굿 뜻은 두 가지입니다. 육지에서는 신병을 앓는 사람이 무당이 되려고 받는 내림굿의 다른 이름이고, 제주도에서는 굿 심부름과 악기 반주로 기능을 익힌 소미가 정식 심방(무당)으로 독립할 때 치르는 10여 일짜리 입무의례를 가리킵니다. 제주 신굿은 일생에 세 번까지 하며, 횟수에 따라 하신충·중신충·상신충이라는 칭호를 얻습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내림굿」·「심방」).
이 글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내림굿」·「심방」·「제주큰굿」·「산판점」 항목과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 아카이브의 KBS 제주큰굿 기록 해설에서 확인한 내용만 정리했습니다. 특정 무당이나 점집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며, 신굿 비용이나 효험처럼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내용은 넣지 않았습니다.
신내림이나 무당 이야기를 찾다 보면 '신굿'이라는 말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어떤 글에서는 내림굿과 같은 말로 쓰고, 제주 이야기에서는 전혀 다른 큰굿으로 소개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실제로 두 쓰임이 모두 맞습니다. 아래에서는 신굿이라는 말의 두 가지 쓰임, 제주에서 신굿을 받기까지의 과정, 신굿의 핵심인 당주맞이 세 대목, 세 번의 신굿으로 오르는 심방의 칭호, 그리고 서울 지역 내림굿 절차와 비교한 차이점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진: 제주 심방 이중춘이 쓰던 산판(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유물번호 67450) — 접시 모양 산대와 술잔 모양 상잔 두 개, 엽전 모양 천문 두 개.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CC BY 4.0 (Wikimedia Commons). 신굿의 '어인타인' 대목에서 새 심방의 어깨에 올리는 것이 바로 이 천문과 상잔입니다.
신굿이라는 말의 두 가지 쓰임 — 육지의 내림굿, 제주의 입무의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내림굿」 항목은 내림굿을 몸에 내린 신을 맞아 무당이 되는 무속의례로 풀이하면서, 신굿·명두굿·강신제라고도 부른다고 적었습니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육지에서 '신굿 받았다'는 말은 곧 내림굿을 했다는 뜻으로 통하는 셈입니다.
같은 항목에 따르면 신이 내린 사람은 밥을 먹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는 신병을 앓고, 이 증상은 내림굿을 거쳐 무당이 되어야 낫는다고 믿어졌습니다. 그래서 내림굿에는 신병을 치유하는 기능과 무당을 만드는 기능, 두 가지가 함께 들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제주도의 신굿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심방」 항목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 부르고, 심방으로 독립하려면 '신굿'이라는 입무의례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신병이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굿판에서 오랜 수업을 거친 사람이 자격을 공인받는 의례라는 성격이 훨씬 뚜렷합니다.
정리하면 육지의 신굿은 '신을 받아 무당이 되는 굿', 제주의 신굿은 '심방으로 인정받고 등급을 올리는 굿'에 가깝습니다. 아래부터는 이름만 같고 내용이 크게 다른 제주 신굿을 중심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제주에서 신굿을 받기까지 — 굿판 심부름부터 소미 시절까지
제주에서 무당이 되는 길은 대개 굿판의 막내 일에서 시작합니다. 백과사전은 굿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제비, 악기를 반주하며 쉬운 굿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소미라고 부르고, 이 단계를 거쳐 기능을 숙달해야 심방으로 독립한다고 설명합니다.
부모가 심방인 집안의 자녀는 어려서부터 굿 구경을 하며 자연스럽게 기능을 익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랜 기간 굿판을 따라다니며 배워야 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수업 기간이 끝나고 독립할 때 치르는 의례가 바로 신굿입니다.
한국일보가 2017년 제주큰굿을 소개한 기사도 신굿을 하지 않은 사람은 '소미'라 하여 구분해 부른다고 전합니다. 같은 기사는 이 과정을 '일정의 자격증 취득 과정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비유했습니다. 굿을 할 줄 알아도 신굿을 거치지 않으면 정식 심방으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신굿은 심방의 집에서 열립니다. 제주학 아카이브의 해설에 따르면 제주의 큰굿에는 심방 집에서 하는 신굿과 일반 가정에서 하는 큰굿이 있는데, 신굿은 일반 큰굿의 모든 순서에 심방을 위한 당주맞이 제차를 더한 형태라서 '큰굿 중의 큰굿'으로 불립니다.
신굿의 핵심 당주맞이 — 약밥약술·어인타인·에게마을굿
신굿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대목은 당주맞이(당주삼시왕맞이)입니다. 당주는 심방이 집에 수호신을 모시는 자리를 말하고, 삼시왕은 심방들이 무조신으로 섬기는 신입니다. 제주학 아카이브는 당주맞이를 새 심방이 삼시왕에게 인정을 받아 심방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연극처럼 보여 주는 순서라고 해설합니다.
첫 대목은 약밥약술입니다. 삼시왕이 심방이 된다는 징표로 내려 주는 밥과 술로, 사람이 끼니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의식에서 약으로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받아먹었다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죽고 심방으로 새로 태어났다는 뜻이어서, 해설은 이 대목을 재생 의례라고 부릅니다.
둘째 대목은 어인타인(御印打印)입니다. 점구인 천문과 상잔을 새 심방의 어깨에 올려 도장을 찍듯 하는 동작으로, 입무를 허가한다는 인감을 찍어 주는 의미라고 합니다. 위 사진 속 엽전 모양 천문과 술잔 모양 상잔이 그 도구이며, 이것은 무조신의 신체를 상징하는 멩두 가운데 하나라서 무조신이 직접 허가를 내린 것으로 여깁니다.
셋째 대목은 에게마을굿입니다. 삼시왕에게서 받은 무복으로 갈아입은 새 심방이 악기와 무구를 챙겨 소미들을 거느리고 단골 집에 가서 처음으로 굿을 해 보이는 순서입니다. 제주 무조신화 「초공본풀이」에서 최초의 심방인 유정승 따님아기가 장자 집 외동딸을 살리려고 첫 굿을 했다는 대목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산판은 원래 점을 치는 도구입니다. 백과사전 「산판점」 항목을 보면 산대 위에 천문 두 개와 상잔 두 개를 올려 땅에 던지고, 자빠진 것은 문이 열린 것으로, 엎어진 것은 문이 닫힌 것으로 읽어 신이 내려왔는지, 잡귀가 물러갔는지를 판단합니다. 점구가 곧 자격의 도장이 된다는 점이 제주 신굿의 독특한 면입니다.
하신충·중신충·상신충 — 일생에 세 번까지 하는 굿
「심방」 항목에 따르면 첫 신굿을 마친 심방은 '하신충'이라는 칭호를 얻고 떳떳이 굿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몇 년 뒤 두 번째 신굿을 하면 '중신충', 세 번째 신굿을 하면 최고 칭호인 '상신충'이 됩니다.
제주학 아카이브의 설명은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첫 신굿은 소미가 독립할 때 스승 심방이 수심방이 되어 해 주고, 두 번째는 원칙적으로 같은 스승에게 부탁하지만 그사이 스승이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아 선배 심방에게 맡긴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정해진 시기가 없어 적당한 때를 골라 날을 잡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신굿의 시기는 심방의 경제력에 좌우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십여 일 동안 이름난 선배 심방과 동료 심방을 청해 대접해야 해서 무업으로 그만한 돈을 모은 뒤에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 자료에 나오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일보 기사는 이 세 번을 초역례·이역례·삼역례라고도 부르며, 14일에 이르는 큰굿의 본주가 되어 신에게 역가(役價)를 바쳐야 비로소 심방 신분을 인정받는다고 전합니다. 신굿이 열흘을 넘기는 이유에 대해 제주학 아카이브는, 일반인을 위한 시왕 중심의 굿과 심방을 위한 삼시왕 중심의 굿을 겹쳐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육지 내림굿과 무엇이 다른가 — 서울 내림굿 절차와 비교
백과사전 「내림굿」 항목은 서울 지역 내림굿 절차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신이 내렸다는 점괘가 나오면 날을 잡고, 강신자는 굿 사흘 전 일곱 집이나 스물한 집을 돌며 대신상에 올릴 떡쌀을 치마폭에 받아 옵니다. 굿 전날에는 대문에 황토 세 무더기를 놓고 금줄을 쳐 부정을 가립니다.
굿은 재수굿 열두 거리에 내림 의식을 더한 형태입니다. 상산거리에서 팥·콩·쌀·참깨·물 등을 담은 똑같은 종지를 백지로 싸 신명상에 올리고, 강신자가 방울과 부채를 들고 빠른 장단에 춤을 추다 신이 실리면 자기에게 내린 신의 이름을 댑니다. 이어 사람들에게 처음 점을 쳐 주는 것을 '말문 연다'고 하고, 사흘 뒤 신어미 집 신전에 '삼일치성'을 올립니다.
제주 신굿은 이와 몇 가지가 분명히 다릅니다. 「초공본풀이」 항목은 제주 심방이 자기에게 내린 개별적인 신을 모시지 않고 멩두 조상을 모신다고 설명합니다. 서울 내림굿이 '어떤 신이 실렸는지'를 가리는 데 무게를 둔다면, 제주 신굿은 '무조신 삼시왕에게 허가를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데 무게를 둡니다.
또 서울 내림굿은 한 번 받으면 끝나고 신어미와 평생 사제 관계를 맺는 반면, 제주 신굿은 등급을 올리기 위해 다시 치를 수 있다는 점도 다릅니다. 같은 '신굿'이라는 이름 아래에도 지역마다 무당이 되는 방식이 이렇게 달랐습니다.
신병·내림굿을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살필 것
몸이 아프고 꿈자리가 사나워 신내림을 걱정하는 분이라면 먼저 기록에 나오는 신병 증상부터 차분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백과사전이 정리한 증상과 내림굿 과정은 신내림 증상 정리 글에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내림굿을 권유받았다면 비용 구조를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정해진 가격이 없다는 점과 견적을 받을 때 확인할 항목은 내림굿 비용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제주 신굿이 수년 동안 돈을 모아야 할 만큼 큰 행사였다는 기록도 무당이 되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원인 모를 몸의 이상은 병원 진료를 먼저 받아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다음 신점이나 점집 상담을 받더라도 한 곳의 말만 듣고 바로 굿을 결정하기보다 여러 의견을 들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주 심방들이 오랜 수업을 거쳐서야 신굿을 받았던 것처럼, 무당의 길은 충분히 배우고 확인한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내림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2433 , 「심방」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3786 , 「제주큰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67346 , 「산판점」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6386 , 「초공본풀이」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6948 ,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 아카이브 「KBS 제주큰굿 일곱째 날」 http://jst.re.kr/jejustudiesDetail.do?mid=RC00091095 , 「KBS 제주큰굿 열흘째 날 — 약밥약술」 http://jst.re.kr/jejustudiesDetail.do?mid=RC00091073 , 한국일보 「의사ㆍ점술가ㆍ연예인…제주의 종합예술인 '심방'」(2017)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201707271043975094
사진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C%9D%B4%EC%A4%91%EC%B6%98_%EC%8B%AC%EB%B0%A9_%EC%82%B0%ED%8C%90.jpg (국립민속박물관,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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