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매년 1월 1일, 성탄 팔일 축제의 마지막 날에 지내는 천주교 대축일입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낳은 어머니, 곧 '천주의 성모(테오토코스, Theotokos)'라는 교리를 기념하는 날로, 이 칭호는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공식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969년 바오로 6세 교황의 전례력 개정 이후 1월 1일은 이 대축일로 정해졌고, 1968년부터는 같은 날을 '세계 평화의 날'로도 지냅니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주일 외에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해야 하는 의무 대축일 가운데 하나이며, 다가오는 2027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1월 1일 금요일입니다.
아래에서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의 뜻, 에페소 공의회와 테오토코스 논쟁, 1월 1일로 자리 잡기까지의 역사, 이날 미사의 성경 말씀, 세계 평화의 날의 의미, 그리고 신자들이 새해 첫날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뜻
천주의 성모(天主의 聖母)라는 말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그리스어 테오토코스는 직역하면 '하느님을 낳으신 분'이라는 의미이며, 라틴어로는 데이 제니트릭스(Dei Genetrix) 또는 마테르 데이(Mater Dei)라고 옮깁니다. 이 칭호의 핵심은 마리아 자체를 신으로 높이는 데 있지 않고,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예수님이 참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참사람이시라는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 결합되어 있다는 신앙을 지키기 위한 표현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마리아가 육신으로 낳은 분이 성부의 영원한 아들, 곧 삼위일체의 제2위격이시므로 교회는 마리아를 참으로 천주의 성모라고 고백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 대축일은 성모 신심의 날이면서 동시에 성탄의 신비, 곧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를 다시 묵상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성탄 대축일부터 이어지는 팔일 축제의 끝에 이 대축일이 놓인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에페소 공의회와 테오토코스 논쟁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가 교회의 공식 가르침으로 확인된 계기는 5세기의 그리스도론 논쟁이었습니다. 당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총대주교 네스토리우스는 마리아를 '하느님을 낳으신 분'이라고 부르는 데 반대하고, '그리스도를 낳으신 분(크리스토토코스)'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예수님 안의 신성과 인성을 지나치게 나누어, 결국 그리스도가 두 인격처럼 갈라진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맞서 알렉산드리아의 총대주교 치릴로는 예수님은 한 분이시며, 그 한 분이 참하느님이시고 참사람이시므로 마리아는 정당하게 천주의 성모라고 불릴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논쟁을 다루기 위해 431년 소아시아의 에페소에서 공의회가 열렸고, 공의회는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을 배척하고 테오토코스 칭호를 확인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공의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에페소의 신자들이 횃불을 들고 기뻐했다고 전해집니다. 에페소 공의회는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이은 세 번째 보편 공의회로 꼽힙니다.
1월 1일이 성모 대축일이 되기까지
1월 1일의 전례는 시대에 따라 여러 번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로마에서는 초기부터 성탄 팔일째 되는 날에 성모를 기억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중세 이후 오랫동안 이날은 루카 복음 2장 21절에 따라 아기 예수님이 태어난 지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고 예수라는 이름을 받은 일을 기념하는 '주님 할례 축일'로 지냈습니다.
한편 1931년 비오 11세 교황은 에페소 공의회 1500주년을 맞아 10월 11일을 '성모의 모성 축일'로 정해 보편 교회에서 지내도록 했습니다. 이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쇄신에 따라 1969년 바오로 6세 교황은 교서 '파스카 신비'로 새 전례력을 승인했고, 이때 1월 1일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정해졌습니다. 10월 11일의 성모 모성 축일은 이 대축일에 흡수되었고, 예수 성명에 대한 기념은 1월 3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명' 기념일로 따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1월 1일은 성탄 팔일 축제의 마지막 날이자 성모 대축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날 미사의 성경 말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은 해마다 같습니다. 제1독서는 민수기 6장 22-27절로,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는 말씀을 가르쳐 주시는 대목입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로 시작하는 이 축복은 새해 첫날 하느님의 복을 청하는 기도로 자주 쓰입니다. 화답송은 시편 67편으로,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복을 내려 주시기를 청합니다.
제2독서는 갈라티아서 4장 4-7절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게" 하셨다고 전하며, 그 결과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복음은 루카 복음 2장 16-21절로, 목자들이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와 경배하는 장면과, 마리아가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는 구절, 그리고 여드레 뒤 아기에게 예수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이 복음 한 대목 안에 성모의 모성, 성탄의 기쁨, 예수 성명이라는 1월 1일의 여러 전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세계 평화의 날과 새해 첫날의 의미
1월 1일은 천주교에서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1967년 12월 담화를 통해 이듬해인 1968년 1월 1일을 첫 번째 세계 평화의 날로 지내자고 제안했고, 이후 역대 교황은 해마다 이날을 위해 평화에 관한 담화를 발표해 왔습니다. 담화의 주제는 전쟁과 폭력, 이주민, 환경, 가난, 인간 존엄 등 그 시대의 과제를 다룹니다. 교회는 평화의 임금이신 그리스도를 낳은 성모께 새해의 평화를 맡기며, 신자들에게 가정과 사회,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도록 권고합니다.
또한 이날은 의무 대축일이므로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은 주일과 마찬가지로 미사에 참례해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에서 주일 외에 지키는 의무 대축일은 주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입니다. 대축일은 전날 저녁부터 시작되므로 12월 31일 저녁에 봉헌되는 송년 미사나 전야 미사에 참례해도 의무를 지킨 것으로 봅니다. 많은 성당이 12월 31일 밤에 송년·신년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 신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는 무엇보다 미사에 참례해 한 해의 시작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사 뒤에는 민수기의 축복 말씀을 가족과 함께 읽거나, 성모송과 묵주기도로 새해의 계획과 가족의 건강을 성모께 맡기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복음에서 마리아가 모든 일을 마음에 간직하고 되새겼듯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할 일과 뉘우칠 일을 정리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세계 평화의 날의 뜻을 살려 교황의 평화 담화를 읽어 보거나, 가까운 이웃과 화해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작은 실천을 새해 결심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성당에 따라 이날 새해 축복 예식을 하거나 가정을 위한 기도문을 나누어 주기도 하므로, 본당 공지를 미리 확인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성모를 공경하는 날인 동시에, 그 성모가 낳으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새해 첫날부터 삶으로 살아가자는 초대의 날입니다.
출처: 성경(민수기 6장, 갈라티아서 4장, 루카 복음 2장),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495항, 에페소 공의회(431) 문헌, 바오로 6세 교서 '파스카 신비'(1969)와 제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196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례력,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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