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문장가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집』에는 '늙은 무당'을 노래한 시 「노무편(老巫篇)」이 실려 있습니다. 이웃에 사는 노무당 집에 날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끄러운 것을 못마땅해하던 그는, 나라에서 무당을 도성 밖으로 내보내는 명이 내리자 반가운 마음에 이 시를 지었다고 밝힙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시는 12세기 고려 굿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전하는 자료가 되었습니다. 신당 벽에 그려진 무신도, 제석과 칠성을 모신 모습, 장구 장단에 맞춰 높이 뛰어오르는 춤, 신이 내린 뒤 길흉을 말해 주는 공수까지 자세히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노무편」에 묘사된 굿이 오늘날 중부 지방의 굿과 많이 닮았다고 평가합니다. 무당을 내쫓고 싶어 했던 붓이 오히려 그 무당을 800여 년 뒤까지 남겨 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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