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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할머니 — 아기를 점지하고 지켜 준 안방의 신, 삼신상과 금줄 이야기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갓난아기의 엉덩이에 파르스름한 멍 자국이 보이면, 옛 어른들은 웃으며 "삼신할머니가 어서 세상에 나가라고 엉덩이를 때려서 생긴 자국"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충남 아산 지역에 전해 오는 이 이야기처럼, 삼신할머니는 우리 할머니·어머니 세대에게 아주 가까운 신령이었습니다. 아이를 점지해 주고, 무사히 태어나게 돕고, 탈 없이 자라도록 보살펴 준다고 믿어 온 신이지요.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디지털 지역문화대전 기록을 바탕으로, 삼신할머니가 어떤 신이고 사람들이 어떻게 모셔 왔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려 합니다.

■ 삼신할머니는 어떤 신일까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삼신을 "아기를 점지하고 산육을 관장한다는 신"으로 풀이합니다. 집안을 지키는 가신(家神)의 하나로, 지역에 따라 '산신(産神)', '삼신할머니', 제주에서는 '삼승할망'이라 부릅니다. 이름의 '삼'은 흔히 숫자 셋(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같은 사전은 '삼줄', '삼 가르다' 같은 말에서 보듯 '삼'이 본디 아기를 밴 태(胞胎)를 뜻했다고 보고, 삼신을 '포태신'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근대 학자 이능화 역시 삼신이 세 신이 아니라 태신(胎神), 곧 출산의 신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신이 이렇게 소중히 모셔진 까닭도 사전은 담담하게 짚습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산모와 아기의 목숨이 늘 위태로웠고, 그 두려움 속에서 출산과 육아를 지켜 줄 존재를 간절히 찾았다는 것입니다. 삼신 신앙에는 새 생명을 맞이하는 가족의 조마조마한 마음과 기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안방 시렁 위의 삼신바가지와 삼신단지

삼신을 모시는 모습은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사전에 따르면 중부지방에서는 전대 모양의 주머니에 쌀을 담고 한지 고깔을 씌워 안방 구석에 매달아 두었는데, 이를 흔히 '제석주머니'라 불렀습니다. 영남지방에서는 큰 바가지에 쌀을 담아 한지로 덮어 묶은 뒤 안방 시렁 위에 올려 두고 '삼신바가지'라 했고, 그 위에 오래 살라는 뜻으로 타래실을 얹기도 했습니다. 바가지 대신 단지를 쓰면 '삼신단지'가 됩니다. 호남에서는 쌀을 넣은 단지를 '지앙단지'라고도 불렀고, 출산 전후에만 쌀 위에 미역을 걸쳐 두는 집도 있었습니다.

한지로 덮은 뒤 왼새끼(왼쪽으로 꼰 새끼줄)로 감아 두는 예가 많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또 평소에는 아무 형태 없이 마음속으로만 위하다가, 아기가 태어날 즈음에만 새로 삼신단지를 마련하는 집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형태 없이 모시는 것을 '건궁삼신'이라 부릅니다. 겉모습은 달라도, 안방이라는 가장 깊고 따뜻한 자리에 아이의 신을 모셨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 미역국 세 그릇, 산모 머리맡의 삼신상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차리는 것이 삼신상입니다. 사전은 삼신상에 밥과 미역국을 세 그릇씩, 혹은 한 그릇씩 올리는 것이 보통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의 기록을 보면 아기를 낳은 당일과 출산 후 7일, 14일, 21일째 되는 날에 삼신상을 올렸고, 쌀밥 세 그릇과 고기 없이 미역만 넣어 맑게 끓인 미역국 세 그릇을 산모의 머리맡에 차렸다고 합니다. 상에 올렸던 밥과 미역국은 산모와 집안 식구들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충남 아산에서는 아이를 낳기 전 산실에 실과 가위, 맑은 물 한 그릇을 올린 상을 산모 머리맡에 두고 순산을 빌었다고 전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처음 끓인 미역국과 밥을 올리는 '첫국밥', 태를 내다 태우는 '삼날', 첫이레·두이레·세이레, 그리고 백일과 돌에도 삼신을 위했습니다. 부산 금정구에서는 산모가 누운 방 한구석에 '제왕판'이라 부르는 삼신판을 차리고 냉수·미역·백미·실을 얹어 두었다가, 밥과 미역국을 떠 놓고 손을 비비며 빈 뒤 산모가 먹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풍습도 이런 삶의 장면과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 대문에 걸린 금줄과 삼칠일

삼신을 위하는 동안 집안은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대문에는 금줄을 쳐서 부정한 기운과 바깥사람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아산의 기록에 따르면 아들이면 왼새끼에 고추와 종이를, 딸이면 숯과 종이 등을 끼웠고, 이 금줄은 삼칠일이 지나면 거두어 태우거나 살아 있는 소나무에 걸었습니다. 부산 두구동처럼 첫이레가 지나면 금줄을 거두어 두는 마을도 있었습니다. 금줄을 너무 오래 달아 두면 아이의 말이 더디고 울음소리가 길어진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칠일'은 아이가 태어난 뒤 3×7, 곧 21일 동안을 말합니다. 부산역사문화대전은 이 기간에 지키는 여러 금기와 의례를 '삼칠 의례'라 부르며, 그중에는 아이에게 실제로 해가 될 수 있는 것을 막는 지혜도 있고 옛사람들의 주술적 사고에서 나온 것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금줄을 치고 출입을 막는 것을 "어린 생명의 출생과 성장에 부정한 일이 없도록 조심하려는 마음의 다짐"을 종교적으로 굳게 하는 표시로 보았습니다. 갓난아기와 산모를 바깥의 병과 소란으로부터 지키려던 마음이, 금줄 한 가닥에 담겨 있었던 것이지요.

■ 제주 신화 속 삼승할망, 꽃으로 정해진 생명의 여신

제주에는 삼신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들려주는 신화가 있습니다. 바로 제주 굿의 '불도맞이'에서 불리는 서사무가 「삼승할망본풀이」입니다. 불도맞이는 임신과 유산 방지, 아이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비는 굿입니다.

디지털제주문화대전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실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동해 용왕의 딸인 '동해용왕 따님아기'는 아기를 잉태시키는 법만 배우고 해산시키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인간 세상에 왔습니다. 그래서 임박사 부인의 아기가 열두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지요. 애가 탄 임박사가 옥황상제에게 고하자, 옥황상제는 '명진국 따님아기'를 삼신할망으로 정해 내려보냅니다. 두 여신이 서로 자기가 삼신이라며 다투자 옥황상제는 꽃씨를 주고 꽃이 번성하는 쪽을 생불할망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동해용왕 따님아기의 꽃은 한 가지에 겨우 돋아 시들어 갔고, 명진국 따님아기의 꽃은 뿌리 하나에 4만 5천6백 가지로 번성했습니다.

그렇게 명진국 따님아기는 서천꽃밭의 꽃을 들고 다니며 아이를 점지하고, 무사히 해산을 돕고, 열다섯 살까지 아이를 키워 주는 삼승할망이 되었습니다. 동해용왕 따님아기는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아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할망(구삼승할망)'이 되었습니다. 생명의 탄생과 아이의 죽음을 함께 품은 이 이야기에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위태로운 일이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편 육지에서는 제석굿에서 불리는 「제석본풀이(당금애기)」에서 당금애기나 삼불제석이 삼신이 된다고 전해집니다.

■ 오늘 우리에게 삼신할머니가 남긴 것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삼신 신앙의 풍속이 이제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시렁 위에 삼신바가지를 올리는 집도 드물어졌습니다. 그래도 "삼신할머니가 점지해 주셨다"는 말, 아기 엉덩이의 멍을 보며 짓는 웃음, 출산 뒤 끓여 주는 미역국 한 그릇에는 여전히 그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사전은 조선시대 아들을 바라는 마음이 삼신 신앙과 밀접히 엮여 있었고, 그런 남아선호 관념이 오늘날까지 영향을 남겨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함께 짚습니다. 옛 풍속을 돌아볼 때 따뜻한 마음은 이어 가되, 아들이든 딸이든 모든 아이를 똑같이 귀하게 여기는 지금의 마음으로 읽어 내면 좋겠습니다. 오늘 곁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삼신할머니에게 빌던 옛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를 잠시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삼신」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6698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신신앙」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0250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삼승할망본풀이」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6696 , 디지털제주문화대전 「저승할망」 https://jeju.grandculture.net/jeju/toc/GC00701745 , 디지털아산문화대전 「삼신」 https://asan.grandculture.net/asan/toc/GC07101300 , 부산역사문화대전 「삼칠 의례」 http://www.grandculture.net/busan/toc/GC04203546 , 디지털도봉문화대전 「삼신 의례」 https://dobong.grandculture.net/dobong/toc/GC0490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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