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모든것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을 맞이하는 해녀들의 마을굿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음력 2월이 되면 제주의 바닷가 마을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다고들 합니다. 바람의 여신이라 불리는 영등할망입니다. 해녀와 어부들이 한 해의 바다를 걱정하며 모이는 곳이 바로 제주시 건입동의 칠머리당입니다.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가유산청,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의 기록을 따라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드리려 합니다.

■ 영등할망이 제주 바다에 머무는 보름

제주 사람들에게 영등신은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 신, 곧 내방신입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영등신은 외눈백이섬 또는 강남천자국에서 음력 2월 1일에 제주도로 들어와 어업에 풍요를 주고, 바닷가를 돌아가며 해녀 채취물의 씨를 뿌려 준 뒤 2월 15일에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영등신이 머무는 동안 날씨를 관장하고, 떠날 때에는 땅에 곡식의 씨를, 바다에는 해초와 해산물의 씨를 뿌린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제주시 건입동에서는 매년 음력 2월 1일에 영등환영제를, 2월 14일에 영등송별제를 무당굿으로 지냅니다. 영등할망을 잘 맞아들이고, 잘 보내 드려야 한 해 바다가 평온하고 해녀들의 물질도 풍성해진다는 믿음이 이 굿의 뼈대입니다. 영등신은 바다를 휘저어 사람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바닷물을 순환시켜 해조가 잘 자라게 돕는 풍요의 신이기도 합니다. 삶의 원천이자 위험한 공간이기도 한 바다를, 제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입니다.

■ 건입동 어촌과 칠머리당의 부부 수호신

건입동은 본래 제주성 바깥의 작은 어촌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어로와 해녀 작업으로 생계를 이어 왔고, 마을의 수호신인 본향당신도 그 생업에 맞게 도원수감찰지방관과 요왕해신부인으로 모셨습니다. 백과사전은 남편 신인 도원수감찰지방관이 마을 토지와 주민의 생사·호적 등을 맡아 수호하고, 부인인 요왕해신부인은 어부와 해녀의 생업과 외지에 나가 있는 주민을 지켜 준다고 설명합니다.

칠머리당은 원래 건입동의 속칭인 ‘칠머리’에 있었지만, 시가지가 넓어지면서 지금은 사라봉 기슭으로 옮겨져 있습니다. 제일 아침이 되면 선주회장과 동장이 차린 제물을 당으로 옮기고, 집집마다 개인 축원용 제물을 준비해 당으로 모입니다. 본향당신을 위하면서도 영등신을 더 소중히 모시는 까닭에, 이 마을굿의 이름도 영등환영제·영등송별제로 불립니다. 다른 지역에도 영등신앙은 있지만 대개 개인 의례인 데 비해, 칠머리당굿은 영등신앙이 촌락신앙과 한데 녹아 마을굿으로 치러진다는 점이 특색입니다.

■ 초감제에서 배방송까지 — 굿의 순서

굿은 정장한 매인 심방이 소무들이 치는 무악기 장단에 맞춰 노래와 춤으로 이어집니다. 백과사전이 정리한 제차는 초감제, 본향듦, 요왕맞이, 마을도액막음, 씨드림, 씨점, 배방송, 도진의 순입니다.

초감제는 모든 신을 청해 기원하는 첫 자리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슨 연유로 굿을 여는지 고하고, 청한 신들을 자리에 모신 뒤 참석자 가족의 행운을 빕니다. 본향듦은 칠머리당의 부부 수호신을 청해 기원하고 「서우젯소리」를 부르며 신을 놀리는 차례입니다. 요왕맞이에서는 푸른 댓가지를 두 줄로 꽂아 신이 오는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노래와 춤으로 치워 닦으며 용왕과 영등신을 맞아들입니다.

마을도액막음은 마을 전체의 액을 막는 제차입니다. 사만이본풀이를 노래한 뒤, 주민의 무사 대신 닭을 잡아가도록 수탉을 죽여 던지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씨드림과 씨점은 해녀 채취물이 풍성하기를 바라는 유감주술적 의례입니다. 좁씨를 미역·전복 등의 씨라 여겨 바다에 뿌리고, 돌아와 돗자리 위에 다시 뿌려 그 밀도로 흉풍을 점칩니다. 배방송에서는 짚으로 만든 작은 배에 제물을 조금씩 실어 어선에 올려 바다 멀리 동쪽으로 띄워 보내 영등신을 본국으로 전송합니다. 마지막 도진은 처음에 청했던 모든 신을 돌려보내는 송신의 노래입니다.

■ 국내 유일의 해녀 굿, 세계가 인정한 유산

국가유산청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영등신에 대한 제주 특유의 해녀 신앙과 민속신앙이 담긴 굿이며, 우리나라 유일의 해녀의 굿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소개합니다. 해녀와 선주들이 바다에서 얻은 것으로 제사 음식을 마련하고, 심방과 함께 굿을 주관하는 주체로 전통을 이어 온 것도 이 유산의 힘입니다.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동국세시기》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전합니다.

1980년 11월 17일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고, 초대 기예능 보유자는 안사인(1928~1990) 심방이었습니다. 디지털제주문화대전에 따르면 안 심방은 이듬해 보존회를 조직해 소멸 위기의 당굿을 계승·보존하는 데 힘썼고, 여러 전수생에게 기능을 가르쳤습니다. 1990년 안 심방이 세상을 떠난 뒤, 1995년 김윤수 심방이 제2대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아 전승을 이어 왔습니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어, 제주의 바다와 해녀의 신앙이 세계가 함께 지키는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 바람과 바다를 마주하던 사람들

현대화와 함께 민속신앙을 미신으로 보는 시선이 커지던 시절에도, 칠머리당 영등굿은 제주 사람들에게 자연의 흐름과 함께했던 선조들의 삶을 담아 낸 의례이자 공동체의 유대를 키우는 축제로 남아 왔습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빠르게 불어오는 바람을, 그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풍요를 가져다주는 축복으로도 받아들였던 마음입니다.

오늘도 음력 2월이면 사라봉 기슭의 당에서 영등할망을 맞이하고 보내는 노래가 울립니다. 해녀가 물질하러 들어가기 전 바다에 건네던 그 정성처럼, 이 굿은 ‘잘 먹고 잘 보내고, 다시 평온한 바다를 맞이하자’는 섬사람들의 기도를 여전히 전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일수록, 제주 바다가 품어 온 이 오래된 인사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1466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주칠머리당영등굿」 https://www.heritage.go.kr , 국가유산청 「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소개 https://www.heritage.go.kr/heri/html/HtmlPage.do?pageNo=4_3_2_0&pg=%2Funesco%2FCulHeritage%2FCulHeritage_07.jsp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바람의 여신에게 풍요를 기원하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2022.3.4) https://www.unesco-ichcap.org/board.es?act=view&bid=A212&list_no=17809&mid=a20501020000 , 디지털제주문화대전 「안사인」 https://www.grandculture.net/jeju/toc/GC00701295 , 연합뉴스 「세계가 인정한 제주의 굿 김윤수 심방」(2021.3.19) https://www.yna.co.kr/view/AKR20210319040100056 ,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http://chilmeorid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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