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 그 넋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요. 서울과 경기 지역에는 그런 마음을 담아 망자의 혼을 저승으로 곱게 보내 드리던 굿이 전해 옵니다. 바로 1996년 국가무형유산(옛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으로 지정된 '서울새남굿'이에요. 오늘은 서울새남굿과 그 굿의 주인공 같은 신, 바리공주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서울새남굿은 어떤 굿일까요
서울새남굿은 서울 지역 상류층이나 부유층의 망자를 위해 벌이던 전통적인 망자천도(亡者薦度)굿, 곧 죽은 이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사령굿이에요. 지금의 서울이 옛 경기 지역을 많이 품고 있어서, 실제로는 서울·경기 일대에서 함께 전승되어 왔다고 해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 굿이 조선 후기인 17~18세기 무렵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밤새 노는 안당사경맞이, 이튿날의 새남굿
새남굿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요. 먼저 굿 전날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밤새 이어지는 '안당사경맞이'가 있어요. 주당물림과 부정을 시작으로 불사거리, 도당거리, 조상거리, 대감거리, 성주거리, 창부거리, 뒷전거리까지 16거리가 펼쳐지는데, 조상거리에서 망자의 혼을 모셔 '초영실'을 노는 점이 보통 재수굿과 다르답니다. 이튿날 아침부터는 새남부정, 중디밧산, 사재삼성거리, 말미, 도령, 영실, 상식, 뒷영실, 베가르기, 시왕군웅거리, 뒷전으로 이어지는 13거리의 본격적인 새남굿이 시작돼요. 만신(여자 무당) 다섯 명과 잽이(악사) 여섯 명이 참여하고, 장구·북·대금·피리 같은 삼현육각이 동원되는 큰 굿이에요.
■ 왕녀의 옷을 입고 부르는 바리공주 이야기
새남굿의 '말미' 거리에서 만신은 옛 왕녀의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무당의 조상신(무조)으로 섬기는 바리공주의 무가를 부릅니다. 바리공주는 일곱째 딸로 태어나 버림받았지만, 병든 부모를 살리려고 머나먼 길을 떠나 약수를 구해 온 효녀예요. 그 뒤 망자의 넋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는 서울 진오기굿에서는 '말미거리'로, 호남 씻김굿에서는 '오구풀이'로, 동해안에서는 '발원굿'에서 불리며, 전국적으로 100여 편의 각편이 채록되어 있을 만큼 널리 사랑받아 왔어요.
■ 저승문을 지나 베를 가르며 길을 열어 주는 마음
말미가 끝나면 마당으로 나가 '도령'이 이어져요. 왕녀 차림의 만신이 지장보살을 모신 연지당 앞 저승문을 돌며 문지기 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문을 통과하고, 안도령에서는 바리공주가 저승의 12대문을 무사히 지나도록 애쓰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뒷영실에서는 망자의 혼이 만신에게 실려 유족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하고, 이어 만신이 이승다리와 저승다리를 뜻하는 무명과 베를 몸으로 찢어 망자의 길을 열어 줘요. 마지막 뒷전에서는 찾아온 신령들을 배웅하고 잡귀잡신까지 대접해 돌려보내며 굿을 마칩니다.
■ 무·불·유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굿
서울새남굿에는 시왕과 지장보살 같은 불교의 저승신앙, 상식처럼 망자에게 올리는 유교식 예, 그리고 무속의 신앙이 고루 섞여 있어요. 여기에 궁중의 화려한 복식과 우아한 춤사위, 정교한 의례 도구까지 더해져, 서울 지역의 어느 굿보다 거리가 많고 구성이 짜임새 있으며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떠난 이를 끝까지 정성으로 배웅하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굿이라 할 수 있겠지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서울 새남굿」(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8010), 「바리공주」(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0479), 국가유산청 전승지원통합플랫폼 서울 새남굿 공연 안내(https://support.nihc.go.kr/iptl/event/eventF.do?eventUid=1695714004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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