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건입동에는 '칠머리당'이라는 마을의 본향당이 있습니다. 매년 음력 2월이면 이곳에서 바람의 여신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굿이 열립니다. 오늘은 국내 유일의 해녀 굿으로 알려진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 영등신, 바람과 바다의 여신
제주에서는 음력 2월이 되면 영등신이 섬에 온다고 여겨 왔습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자료에 따르면, 영등신은 외방에서 오는 바람의 여신(영등할망)으로, 머무는 동안 날씨를 관장하고 떠날 때 땅에는 곡식의 씨를, 바다에는 해초와 해산물의 씨를 뿌린다고 전해집니다.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위험을 품은 공간이기도 했기에, 섬사람들은 바람을 두려워하면서도 풍요를 가져오는 축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 칠머리당에서 열리는 마을 굿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칠머리당영등굿은 제주시 건입동 본향당인 칠머리당에서 행해집니다. 건입동은 어촌으로, 주민들은 고기와 조개를 잡거나 해녀 일로 생계를 이어 왔습니다. 마을 수호신인 도원수감찰지방관과 요왕해신부인 부부에게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빌었고, 굿날이 되면 건입동 주민뿐 아니라 제주시내 어부와 해녀들도 참여합니다. 각 가정에서 제사 음식을 차려 당으로 가져오고, 매인심방이 징·북·설쇠 장단에 맞춰 노래와 춤으로 굿을 이끕니다.
■ 맞이하고, 씨 뿌리고, 돌려보내는 순서
굿의 큰 흐름은 음력 2월 1일 영등환영제와 2월 14일 영등송별제로 이어집니다. 국가유산포털이 소개하는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모든 신을 불러 집안 행운을 비는 초감제, 본향당신께 마을의 평안을 비는 본향듦, 용왕과 영등신을 맞이하며 어부와 해녀의 안전을 비는 요왕맞이, 마을의 액을 막는 도액막음, 해녀가 잡은 것의 씨를 다시 바다에 뿌리는 씨드림, 영등신을 배에 태워 보내는 영감놀이, 신을 돌려보내는 도진으로 마무리됩니다. 산신을 모시는 제사와 영등신을 모시는 제사가 하나로 결합된 제주만의 전통이지요.
■ 해녀 신앙이 담긴 인류무형유산
이 굿은 영등신에 대한 제주 특유의 해녀 신앙과 민속신앙이 담겨 있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녀의 굿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1980년 국가무형문화재(지금의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고,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동국세시기》 등에도 관련 기록이 남아 있으며, 주민들이 바다에서 얻은 음식으로 제사를 준비하며 심방과 함께 주체로 참여해 온 점이 전승의 힘으로 꼽힙니다.
■ 마무리하며
칠머리당영등굿은 바다와 바람을 두려워만 하지 않고, 그 속에서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제주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 줍니다. 현대화 속에서도 매년 공동체의 유대와 자연의 흐름을 되새기는 문화축제로 이어지고 있으니, 제주를 찾으신다면 칠머리당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국가유산포털(제주칠머리당영등굿),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바람의 여신에게 풍요를 기원하다), 칠머리당굿전수관(유네스코 등재 소개), 위키백과(제주 칠머리당영등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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