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음력 5월 단오 무렵이면 강원도 강릉 남대천 둑에는 커다란 굿당이 세워지고, 장구와 징 소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집니다. 바로 강릉단오제입니다. 강릉단오제는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고, 2005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뒤 2008년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이 축제의 한가운데 자리한 무속의 이야기, 단오굿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 50일 가까이 이어지는 큰 마을 잔치
국가유산포털 설명에 따르면 강릉단오제는 유교식 제의와 무당굿을 바탕으로 가면극, 단오 민속놀이, 난장이 어우러진 전통 축제입니다. 음력 4월 5일 제사에 쓸 술을 빚는 '신주빚기'로 막을 열고, 음력 4월 대관령에서 국사성황신을 맞이하는 영신제를 지낸 뒤, 음력 5월 강릉 시내에서 본격적인 단오 행사를 펼칩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신을 돌려보내는 송신제와 '소제(燒祭)'로 마무리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 전 과정을 약 50여 일에 걸친 대대적인 행사로 소개합니다. 산길의 안전과 풍작·풍어, 집안의 태평을 비는 마음이 그만큼 길고 깊었던 셈이지요.
■ 대관령의 신, 범일국사와 정씨 처녀
강릉단오제의 주신은 대관령국사성황신과 그 부인인 국사여성황신입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국사성황신은 강릉 출신의 승려 범일국사가 죽어서 된 신이고, 여성황신은 국사성황과 혼배한 정씨 처녀라고 합니다. 국가유산포털은 이 축제가 신라의 김유신 장군, 고려 건국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범일국사, 그리고 자연의 재해와 고난 속에 희생된 여인을 지역 수호신으로 모시며 영동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북돋워 왔다고 설명합니다. 유교, 무속, 불교, 도교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모습이 참 한국적입니다.
■ 단풍나무 신목을 모시고 내려오는 날
음력 4월 15일, 대관령에서는 '국사성황굿'이 열립니다. 디지털강릉문화대전에 따르면 산신당과 성황사에서 제사를 마친 뒤, 신장부와 무당, 악사들이 인근 산정에 올라 신이 내려앉았다고 믿는 나무를 찾습니다. 신장부가 그 나무를 잡으면 무당과 악사들이 성황굿 한 판을 벌이고, 단풍나무 신목을 모시고 성황사로 내려옵니다. 이때 시민과 관광객들은 오색 예단에 소원을 적어 신목에 걸고, 신목과 함께 대관령을 내려옵니다. 소원을 나무에 매다는 그 마음은 지금 우리가 소원지를 쓰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 세습무가 이끄는 스무 거리의 단오굿
강릉단오제 공식 누리집은 '강릉단오굿'을 마을 전체의 복을 비는 대동굿이라고 소개합니다. 음력 5월 3일 영신행차로 신목과 신위를 남대천 굿당에 모시면, 단오가 끝나는 날까지 여러 가지 굿이 이어집니다. 첫 굿인 '문굿'은 굿의 시작을 알리며 안과 밖, 깨끗한 것과 부정한 것의 경계를 허무는 의미를 지닙니다. 특이하게도 강릉단오굿은 집안 대대로 무업을 이어 온 '세습무'가 맡습니다. 신내림을 거치지 않고 어려서부터 가족에게 굿의 지식과 기술을 전수받은 직업적 무속 사제여서 예술적 기량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들은 국사성황신과 여성황신을 비롯해 산신, 생산과 수명, 마을과 집, 재복, 질병을 맡은 여러 신을 모시며 약 20가지 굿거리를 펼칩니다.
■ 굿판 옆의 탈놀이와 단오 풍속
단오굿 곁에서는 관노가면극(관노탈놀이)도 펼쳐집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광해군 때 허균의 문집에 단오제를 구경했다는 기록이 있어 그 뿌리가 조선 중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겼다가 1965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여기에 그네뛰기, 씨름, 창포 머리감기, 수리취떡 먹기 같은 단오 풍속이 더해져, 굿판은 신을 위한 자리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함께 웃고 어울리는 마당이 됩니다.
무속의 굿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강릉단오제에 한 번 가 보시면, 굿이 결국 '우리 마을이 올해도 무사하기를' 바라는 이웃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내년 단오에는 대관령 신목에 소원 하나 걸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출처: 국가유산포털 「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 – 강릉단오제」(heritage.go.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강릉단오제」·「강릉 관노탈놀이」(encykorea.aks.ac.kr), 디지털강릉문화대전 「대관령 국사성황굿」(grandculture.net), 강릉단오제 공식 누리집 「강릉단오굿」(danojefestival.or.kr), 위키백과 「강릉단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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