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모든것

양주 소놀이굿 — 멍석 소와 마부가 마당에서 펼치는 경사굿, 풍년과 살림을 비는 국가무형유산

신이말했다 운영진조회 3

가을걷이가 끝난 시골 마당을 떠올려 보세요. 햇곡식을 거둬들인 집에서 장구와 피리, 해금 소리가 울리고, 커다란 멍석을 뒤집어쓴 '소' 한 마리가 송아지를 데리고 어슬렁어슬렁 마당으로 들어옵니다. 고삐를 쥔 마부가 너스레를 떨며 타령을 시작하면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지요. 경기도 양주에서 전해 오는 '양주 소놀이굿'의 한 장면입니다. 오늘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국가유산 기록, 국립국악원 국악사전을 따라 소와 마부가 함께 펼치는 이 흥겨운 굿놀이 이야기를 천천히 나눠 보려 합니다.

■ 잘되라고 하는 굿, 경사굿 속의 소놀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양주 소놀이굿을 "경기도 양주 일대에서 전승되고 있는 굿 형식의 연희(演戱)"라고 설명합니다. 소굿, 쇠굿, 소놀음굿, 마부타령굿이라고도 불렸습니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1980년 11월 17일 국가무형유산(당시 중요무형문화재)으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사)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보존회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굿이라고 하면 아픈 사람을 낫게 하거나 넋을 달래는 무거운 의례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소놀이굿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대백과는 이 굿이 환자가 생겨 악귀를 쫓고 달래는 '우환굿'과 달리, 잘되라고 하는 '경사굿'에 속하며 오락과 예능의 기능이 강하다고 말합니다. 집안에 재수가 형통하기를 비는 경사굿의 한 대목으로, 제석거리에 이어서 놀았지요. 우리역사넷(국사편찬위원회)은 농사나 사업, 장사가 잘되고 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경사굿 가운데서도, 보통 가을 추수 뒤 햇곡식을 맞이하는 '신곡맞이' 경사굿에서 연행되었다고 전합니다.

■ 왜 하필 제석거리 뒤에 소가 나올까

제석은 무속에서 생산을 관장하는 신으로, 제석거리는 자손이 번창하고 수명이 길기를 비는 대목입니다. 대백과는 소놀이굿이 열두거리 가운데 특별히 제석거리와 짝을 이루게 된 까닭을, 제석항아리에서 보이듯 곡식의 신 같은 농경의례적 성격이 불교적 요소와 섞여 있어 소놀이굿의 성격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국악사전도 양주 소놀이굿이 소를 숭배하는 마음, 집안의 평안, 풍년을 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합니다. 농사짓던 시절, 튼튼한 소 한 마리는 집안 살림을 일으키는 기둥이었지요. 건강한 소가 들어와 살림을 불려 주고 집안을 평안하게 지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소에 얽힌 타령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국악사전에 따르면 제석거리는 마루나 안방에서, 소놀이굿은 마당에서 펼쳐졌다고 합니다.

■ 멍석과 고무래로 만든 소, 그리고 마부의 차림

소놀이굿의 주인공인 소는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대백과의 설명은 무척 정겹습니다. 곡식을 그러모을 때 쓰는 '丁' 자 모양 농기구인 고무래에 짚을 싸서 머리 윤곽을 잡고, 얼굴은 백지에 그려 붙입니다. 귀와 혀는 짚신이나 고무신 바닥으로 만들고, 뿔은 짚을 꼬아 만들며, 고삐는 명주나 광목으로 합니다. 몸뚱이는 큰 멍석을 반으로 접어 그 안에 대여섯 사람이 들어갑니다. 송아지는 같은 방식으로 작게 만들어 한 사람이 멍석을 뒤집어쓰고 소머리를 듭니다. 우리역사넷은 이렇게 연행자들이 전신 가면을 쓰듯 소로 꾸미기 때문에 양주 소놀이굿을 '가면 무당굿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차림도 볼거리입니다. 원마부는 검은 전립에 남색 전복을 입고 붉은 띠를 매며, 오른손에 삼신부채, 왼손에 소 고삐를 쥡니다. 곁마부는 같은 복색에 채찍을 들고요. 무당은 제석거리 때 입은 그대로 흰 고깔에 흰 장삼을 입고 흰 제석부채를 듭니다. 반주는 장구, 피리, 해금이 맡습니다. 대백과 사진 설명에는 무당이 소장수를 부르면 원마부가 소를 이끌고, 곁마부가 채찍을 들고 따라 들어온다고 적혀 있습니다.

■ 소뿔 치레부터 소흥정타령까지, 소리로 엮는 한마당

소놀이굿은 무당 혼자 이끄는 굿이 아닙니다. 대백과는 다른 무의나 판소리가 대개 무당이나 광대 한 사람의 독연인 데 비해, 소놀이굿은 마부와 무당이 주고받는 대화로 진행되고 악사, 곁마부, 소, 그리고 많은 구경꾼이 함께 참여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역사넷도 마을의 신명 많은 놀이꾼들과 함께 연행한다는 점을 이 굿의 독특한 매력으로 꼽습니다.

놀이의 중심은 마부가 부르는 타령입니다. 대백과에 실린 순서를 보면 「누가 나를 찾나」, 「마부 노정기」, 「보물타령」, 「마부 대령 인사」로 문을 엽니다. 이어서 「소의 머리 치레」, 「소뿔 치레」, 「소귀 치레」, 「소눈 치레」, 「소혀 치레」, 「소꼬리 치레」, 「소굽 치레」, 「소모색 치레」처럼 소의 머리부터 발굽, 털빛까지 하나하나 자랑하는 대목이 이어지지요. 「소 글 가르치기」, 「잡곡 타령」을 지나 「소흥정타령」, 「말뚝타령」, 「소장수마누라타령」, 「성주풀이」, 「축원」, 「살풀이」로 마무리됩니다. 대백과는 이 노래들이 잡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아주 세련된 평민 가사체이며, 소리 대목이 이어지는 형식이라 서사적인 줄거리는 따로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야기보다 말맛과 가락, 웃음으로 마당을 채우는 굿인 셈이지요.

■ 팽수천에게서 이어진 소리, 지금까지 지켜 온 사람들

이 놀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대백과에 따르면 현지 연희자들 사이에는 양주의 신산인 감악산 감악사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풍년을 빌던 농경의례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소장수가 잘되기를 바라던 데서 나왔다는 이야기 등 여러 설이 전합니다. 다만 대백과는 이것들이 배경은 될 수 있어도 직접적인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며, 전국에 퍼져 있던 '우마 숭배'와 농경의례인 '소멕이놀이'에 뿌리를 두고 제석거리와 마마배송굿의 '마부타령'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오늘날의 양주 소놀이굿은 보유자들이 팽수천이라는 인물에게 배워 전한 것입니다. 대백과는 그가 어려서부터 무당인 작은어머니의 굿을 따라다니며 무가를 익혔고, 염불과 타령, 수많은 무가와 잡가를 잘 불러 여러 사람에게 노래를 가르쳤다고 기록합니다. 한때 소놀이굿은 경기도 양주·파주·연천·고양·포천, 황해도 봉산·평산, 평양, 원주, 서울 왕십리·노량진, 충북 진천 등 넓은 지역에서 행해졌다고 전합니다. 대백과는 충북의 분포가 영남 소장수들이 서울로 올라가던 길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도 적었습니다. 지금은 양주 소놀이굿과 1988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웃음 속에 담긴 넉넉한 바람

양주 소놀이굿을 들여다보면, 옛사람들이 신께 복을 비는 방식이 꼭 엄숙하기만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한 해 농사를 함께 지은 소를 아끼고 자랑하며, 이웃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집안의 살림이 넉넉해지기를 빌었지요. 대백과는 이 굿이 농경의례에서 발전한 연희의 하나로 주목할 만한 유산이라고 평가합니다.

다음에 양주에서 소놀이굿 공연 소식을 듣게 되면 한번 찾아가 보셔도 좋겠습니다. 멍석 소가 마당을 누비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 속에서, 땀 흘려 일한 만큼 복이 깃들기를 바랐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소박한 마음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양주 소놀이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5764 , 「소놀이굿」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9986 , 국가유산포털 「양주소놀이굿」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Cpno=1273100700000 , 국립국악원 국악사전 「양주소놀이굿」 https://www.gugak.go.kr/ency/topic/view/1236 , 우리역사넷(국사편찬위원회) 「양주 소놀이굿」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m/view.do?levelId=km_038_0060_0020_0010_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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